디지털 대전환 시대,
교사가 주도하는 교실 혁명

• 글·정제영 이화여자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디지털 대전환과 교육의 역할

전 세계가 4차 산업혁명의 기술 변화와 함께 코로나-19 팬데믹을 경험하면서 디지털 대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의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정제영 외, 2021). 디지털 대전환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확산을 촉진시키고, 기술을 활용한 생산성 향상을 이루어내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디지털 기술이 우리 사회와 경제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 명확히 입증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과 디지털화는 일부 산업 분야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의 전반적인 영역을 변화시키는 과정으로 확산되고 있다. 디지털 대전환은 인간이 일하는 방식, 소통하는 방식, 그리고 사고하는 방식까지 변화시키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정제영, 2018).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rtificial Intelligence)’ 기술의 진화는 디지털 대전환의 과정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언어, 이미지, 영상, 코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의 고유한 창작 영역을 위협하면서 활용되고 있다. ChatGPT, Bard, Midjourney 등의 서비스는 산업, 교육과 연구뿐 아니라 예술의 영역에까지 활용되고 있다(정제영 외, 2023c).
인공지능 기술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서 노동시장에서 일자리가 급격하게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일부 산업 영역에서 인공지능 기술의 활용으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뉴스를 자주 접하게 된다. 앞으로 이러한 변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암울한 예상을 하는 전문가들도 많이 있다(정제영 외, 2023a).
우리는 1980년대에 PC(Personal Computer)의 등장, 2000년대 인터넷과 이메일의 등장으로 디지털 기술의 변화를 경험해 왔다. 그 과정에서 디지털 기술의 활용으로 업무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디지털 기술의 활용 역량이 뛰어난 사람들이 큰 성과를 이루어 왔다. 줄어드는 일자리와는 별개로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의 등장은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낸 것이다.
교육은 과거의 내용을 바탕으로 미래 사회의 주역을 기르는 일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정제영 외, 2023b). 교육의 내용은 과거부터 인류가 축적해 온 지식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교육의 결과로 미래의 인재를 길러내야 하는 과정이다. 교육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어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과거와 현재의 지식을 정제하여 교육과정을 구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 미래 사회를 예측하여 새로운 인재상을 설정하고 교육의 과정을 혁신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정제영, 2016; 2017).

미래교육을 위한 빅 픽처의 구상

미래교육을 구현하는 교육개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의 아이들에게 필요한 역량과 지식을 제공하기 위한 핵심적인 정책이다. 미래교육은 단순히 지식 전달의 과정을 넘어서, 아이들의 소질과 적성을 개발하며 개별화된 맞춤형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이를위해, 미래교육의 빅 픽처는 학교제도, 교육과정, 교수-학습 방법, 교육 평가, 교원 역량, 교육 행정 체제, 그리고 학교 시설과 인프라의 각각의 측면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첫째, 미래교육을 위해서는 학교제도의 유연화가 필요하다. 모든 학생의 학습 속도와 관심사에 맞춘 학습 경로를 제공하고, 학교 일정 및 교육 방식을 조정함으로써 학생들이 더 많은 선택권을 갖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경직적인 학교 제도를 유연하게 만들어야 맞춤형 교육을 위한 여지가 생긴다고 할 수 있다.
둘째, 교육과정 측면에서 미래교육은 학생들의 현실 세계 문제에 대한 이해와 해결 능력을 강조해야 한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기반을 제공하며, 학생들이 미래의 도전에 대비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으로 기대한다. 2025년에 전면 적용되는 고교학점제도 이러한 교육과정의 유연성을 제고하고, 학생들이 진로에 맞는 교과 선택을 강조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셋째, 교수-학습 과정에서 개인별 맞춤형 교육을 구현하고, 깊이있는 학습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하이터치 하이테크 교육의 도입이 교수-학습 과정을 혁신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하이터치 하이테크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창의력과 협력 능력을 개발해야 한다. 디지털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학생들이 실제 세계 문제를 해결하고 협업하는 기회를 제공해야한다. 2025년부터 순차적으로 적용되는 AI디지털교과서는 이러한 교수-학습을 혁신하는 중요한 도구가 될 것이다(정제영 외, 2021).
넷째, 교육 평가 측면에서 학생 맞춤형 평가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학생들의 성장과 역량을 평가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야 한다. 학생 맞춤형 평가는 학생들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고 개별화된 지도를 제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단순 암기 능력이나 계산능력을 평가하는 현재의 평가를 뛰어넘어서 지식을 기반으로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을 평가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할 것이다.
다섯째, 미래교육을 주도하는 교원의 역량 강화가 중요하다. 교원은 학생 중심의 교육 방법을 습득하고 학생들의 다양한 학습 스타일을 지원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해야 한다. 특히 디지털 기반 에듀테크의 적극적인 활용을 통해 교실의 수업을 혁신하고 평가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학생의 수준을 진단하고, 필요한 교육적 처방을 하는 것이 교육 전문성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학생이 학습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동기화하고 높은 수준의 몰입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여섯째, 교육 행정 체제의 디지털화가 필요하다. 교육 행정 체제의 디지털화는 학교 운영을 효율적으로 개선하고, 데이터를 활용하여 의사 결정을 지원할 것이다. 디지털 시스템은 교육 관리를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교사와 학생의 교육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디지털 기술 활용을 확대해야 한다.
일곱째, 학교 교육 시설과 인프라의 개편이 필요하다. 디지털 기반 미래교육을 위해서는 학교 교육 시설과 인프라를 교육의 혁신 방향에 맞도록 새롭게 디자인해야 한다. 학생들의 개인별 맞춤형 교육을 지원하는 유연한 학습 공간과 디지털 기반 학습을 지원하는 인프라의 구축이 필요하다. 안정된 인터넷의 활용을 기반으로 다양한 디지털 기기를 편안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술적 지원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미래교육을 학교에서 구현하기 위해서는 대입제도의 개혁이 필요하다. 최근 정부에서 2028 대입제도 개편 시안을 발표하였다. 미래교육을 구현하기 위해 진일보한 방향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정제영, 2023). 극심한 경쟁을 유발한 고등학교 내신 9등급제를 5등급으로 완화하여 깊이있는 학습과 협력적 학습이 가능해졌다. 다양한 학습의 과정을 평가에 반영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고 할 수 있다. 통합 수능체제의 도입은 수시파와 정시파로 이분화되었던 고등학교 교실을 정상화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앞으로는 더 혁신적인 대학입시개편이 필요하겠지만 학교 현장에서 준비하고 혁신하기 위한 교육개혁의 속도 조절도 필요하다.

교수자가 주도하는 교실 혁명, HTHT 교육의 구현

Bloom(1984)은 학생들에게 맞춤형 학습의 기회를 제공하면 모든 학생이 학습에 성공할 수 있다는 ‘완전학습 이론’을 제시하였다. 완전학습 이론은 모든 학생이 동등한 학습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그 핵심은 두 가지 주요한 측면을 갖고 있다. 첫째, 학습에 필요한 시간을 분석하고 최소화하는 것이다. 전통적인 교육에서는 모든 학생에게 동일한 시간을 주어 학습하도록 요구하며, 각 학생의 학습 속도와 방식은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시간 내에 동일한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완전학습은 학습에 필요한 시간을 분석하고 효과적인 학습 전략과 방법을 적용하여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둘째, 개인별로 본인이 학습에 성공할 수 있도록 충분한 학습 시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학생마다 학습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 다르므로, 학생들에게 그들이 필요로 하는 만큼의 시간을 제공해야 한다. 이는 각 학생이 주어진 교육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고 습득할 수 있도록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완전학습의 목표는 모든 학생이 학습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개별화된 교육을 통해 완전학습을 구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교육 분야의 첨단 기술 활용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AI 기반의 지능형 튜터링 시스템(Intelligent Tutoring System, ITS)은 평균의 함정에 빠진 학교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론으로 주목받고 있다. ITS는 학생들의 학습 과정과 결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맞춤형 교육을 지원할 수 있는 도구이다. 개인별 데이터를 분석해서 학습자의 수준을 진단하고, 서로 다른 목표를 달성시킬 수 있도록 학습자를 맞춤형으로 지원할 수 있게 된다. 이는 Bloom의 완전학습 모형에 기반을 두고 학습자에게 필요한 시간과 경로를 추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학습자의 수준과 성향에 따라 제공되는 교육 자료와 내용을 조정하고, 학생 개개인의 발전과 성취를 중시하는 완전학습의 원칙과 AI의 능력은 아주 잘 조화를 이룰 수 있다.
하이터치 하이테크(High Touch High Tech, HTHT) 교육은 인간 교사가 첨단 기술을 잘 활용하여 개인별 맞춤형으로 창의적 학습을 이끌어내는 모형으로 고안되었다(이주호, 정제영, 정영식, 2021). 특히 교육 분야에서 인공지능 등 첨단의 기술을 잘 활용하는 것을 포함한다.
인공지능의 교육적 활용(AI in Education)은 학생 개인이 필요로 하는 수준의 학습, 즉 적은 비용으로 맞춤형 개별화 학습을 구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현재 에듀테크 산업 분야에서 개발해 다양한 형태로 적용되고 있는 AI 활용 교육 시스템은 학생 수준에 맞춰 성공할 때까지 학습을 지원할 수 있다.
인공지능 시대의 미래교육은 다양한 에듀테크를 활용해 지식을 학습하고, 이를 기반으로 창의적 교육이 이루어지는 하이터치 하이테크 교육으로 정의할 수 있다. 하이터치 하이테크 교육이란 인공지능 기술을 적극 활용하되 창의적 교육은 교사 주도로 학생들과 함께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학습 방법이다. 교사가 에듀테크 기술을 활용한 하이테크(High Tech)로 맞춤형 학습을 지도하고, 모든 학생이 지식을 체화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활동중심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 전체의 과정에서 교사가 주도하는 하이터치(High Touch)가 강조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하이터치 하이테크 교육은 교사가 다양한 첨단 기술을 활용하여 학생중심의 학습이 이루어지는 새로운 교육 방식을 의미한다. 학생들이 스스로 질문하고 타인과 생각을 적극적으로 교환하는 과정 속에서 자신의 생각을 학습 전에 비해 더욱 발전시키고 보다 깊은 이해에 도달할 수 있도록 교육을 운영할 수 있다. 생성형 AI를 비롯하여 다양한 AI 기반 에듀테크 기술은 하이터치 하이테크 교육의 과정에서 교사를 돕는 역할과 함께 학습자를 지원하는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래 교육의 중요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2025년부터 도입되는 AI디지털교과서는 하이테크 교육의 중심적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 대전환과 함께 미래교육은 이제 시작되었다. 미래교육의 빅 픽처가 구현될 수 있도록 교육부, 교육청, 학교, 교사, 학생, 학부모의 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방향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실행을 위한 참여와 협력이 필요할 것이다.

참고문헌
이주호, 정제영, 정영식 (2021). AI 교육혁명. 서울: 시원북스.
정제영 외(2021). 뉴 이퀼리브리엄 : 미래교육의 새로운 균형을 찾아서.테크빌교육.
정제영 외(2023a). AI융합교육개론. 박영스토리.
정제영 외(2023b). 이슈 중심의 교육학개론. 박영스토리.
정제영 외(2023c). 챗GPT 교육혁명. 포르체.
정제영(2016). 지능정보사회에 대비한 학교교육 시스템 재설계 연구. 교육행정학연구, 34(4), 49-71.
정제영(2017). 4 차 산업혁명 시대의 학교제도 개선 방안: 개인별 학습 시스템 구축을 중심으로. 교육정치학연구, 24(3), 53-72.
정제영(2018). 디지털 시대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교육의 시대. 박영스토리.
정제영(2023). 2028 대학입시: 학교 교육에 집중하라. 포르체.
Bloom, B. S. (1984). The 2 sigma problem: The search for methods of group instruction as effective as one-to-one tutoring.
Educational researcher, 13(6), 4-16.

정제영 
이화여자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미래교육연구소장

서울대 교육학과 졸업 후 2004년 동 대학원에서 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1년 44회 행정고시에 합격, 10년간 교육부에서 근무했다. 2012년 서기관 시절 공직을 그만두고 이화여대로 자리를 옮겼다.
이화여대에서 교육학과 학과장, 호크마교육대학장, 기획처장 등을 거쳐 현재 미래 교육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교육부에서 학제 개편, 특목고 입시 개편 등의 업무를 추진한 바 있으며, 대학에서는 미래교육 정책, 디지털 융합 인재 양성, 학교폭력 예방, 위기학생 지원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