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말

경계선 지능(BIF: Borderline Intellectual Functioning, 경계선 지적 기능)은 일반적으로 평균 지능 지수에서 –1 표준편차 이하인 71~84 사이의 지능 지수로 정의된다. 지적장애 아동과는 달리 일상적인 의사소통 상황에서는 큰 문제가 드러나지 않아 취학 전 시기에는 조금 느린 발달 속도를 지닌 아동으로 이해되지만, 취학 이후 이들의 학습 수준은 최하위에 속하는 경향을 나타내는데, 특히 셈하기, 독해, 정보처리 등의 사고력을 측정하는 영역에서 더욱 취약하며, 상위 인지 능력의 한계로 인해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습에서 겪는 어려움은 심각해진다. 경계선 지능 학생들은 대부분 제 학년에서 요구되는 학습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는데, 더 안타까운 문제는 이처럼 지속적으로 겪는 학습 곤란으로 인해 또래 관계에서도 소외되고 따돌림을 받는 등의 사회적 부적응까지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초등학교 초기 단계부터 경계선 지능 학생들의 인지적 특성을 고려한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교육 중재 방안이 필요하지만, 대부분의 경계선 지능 학생들은 일반학급에 속해 있기 때문에 현재의 학교 구조에서는 이들의 특성과 수준을 고려한 학습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초‧중학교 경계선 지능 학생의 특성을 분석하고 지원 전략을 탐색하였으며, 해당 전략을 반영한 프로그램 개발을 시도하였다.

초등학교 1~2학년 경계선 지능 학생을 위한 수리력 지원 프로그램

• 개발 방향 및 특징: ❶ 경계선 지능 학생의 특성을 고려하여 ‘직접 교수법¹⁾’의 원리를 활용(수학적 개념이나 기능을 학습할 때, 교사의 시범, 안내된 연습, 독립된 연습의 단계로 진행). ❷ 교사용 지도서에 교사의 발문, 오류 수정, 활동별 피드백 방식 등을 자세하게 제시. ❸ 학생의 참여도와 흥미도를 높이기 위해 학생의 관심과 수준에 따라 선택하여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
• 구성: ‘도형’, ‘비교하기와 길이 재기’, ‘시계’, ‘화폐’의 4가지 주제, 15회기 30차시

초등학교 3~4학년 경계선 지능 학생을 위한 어휘력 지원 프로그램

• 개발 방향 및 특징: ❶ 경계선 지능 학생의 언어 능력과 적응행동 기술 특성을 고려하여 일상생활 장면에서 자주 접하는 상황이나 문제, 관심사를 중심으로 주제를 구성. ❷ 교사의 직접 교수를 통해 지문에 제시된 주요 학습 어휘의 의미를 파악한 후 놀이 활동으로 어휘를 다지고 확장시키는 구조. ❸ 스토리텔링 형식의 활동으로 전개되며, 어휘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각적, 청각적 자료를 활용.
• 구성: ‘가정생활’, ‘학교생활’, ‘지역사회 생활’의 3가지 주제, 15회기 30차시

초등학교 5~6학년 경계선 지능 학생을 위한 사회정서 지원 프로그램

• 개발 방향 및 특징: ❶ 경계선 지능 학생들이 학교 환경 속에서 적절한 또래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할 수 있는 사회성 기술을 배우도록 구성. ❷ 학생들이 겪는 실제적인 어려움을 사례 영상으로 제작함으로써 학습 상황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지원. ❸ 상황별로 적절한 반응과 기술을 여러 개 제시함으로써 학생이 다양한 사회적 반응과 기술을 손쉽게 익힐 수 있도록 구성.
• 구성: ‘파악’, ‘표현’, ‘협력’, ‘예절’, ‘관계’의 5가지 영역, 15회기 30차시

중학교 경계선 지능 학생을 위한 수리력 지원 프로그램

• 개발 방향 및 특징: ❶ 보편적 학습설계(UDL: Universal Design for Learning)의 원리에 따라 학생들이 다양한 표상을 통해 학습 내용에 접근할 수 있도록 구성. ❷ 선행개념이나 선수학습이 부족하여 어려움이 있는 학생들을 지원할 수 있는 단서와 중학교 이전 초등학교 단계 학습 내용을 상세하게 제시. ❸ 실생활과 관련된 다양한 상황에 따른 문제해결 과정을 충분히 반복 학습하여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
• 구성: ‘비와 비율’, ‘경우의 수와 확률’, ‘관계와 함수’, ‘부채꼴’, ‘화폐’의 5가지 영역, 32차시

중학교 경계선 지능 학생을 위한 사회정서 지원 프로그램

• 개발 방향 및 특징: ❶ 중학교 경계선 학생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제재를 중심으로 사회적 상황 과제를 도출하고 시나리오 영상으로 제작. ❷ STC 기법²⁾을 적용한 초인지 전략 활용. ❸ 사회적 상황별로 반복 적용할 수 있는 일련의 인지 과정을 구조적으로 제시하고 연습을 통한 자연스러운 반복 학습 유도.
• 구성: ‘요구하기’, ‘제안하기’, ‘도움 요청하기’ 등의 15개 주제, 30차시

맺음말

본 연구에서 개발한 프로그램은 일종의 프로토타입 형태로서, 향후 경계선 지능 학생 지원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개발될 필요가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경계선 지능 학생들의 스펙트럼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이들에게 필요한 맞춤형 학습 요소를 선별하고, 교육과정상의 핵심 학습 요소를 효과가 검증된 지도 전략으로 구안하여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일에는 많은 시간과 인력이 필요하다. 이렇게 큰 노력을 들여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경계선 지능 학생들의 특성상 그 효과가 쉽게 가시화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이 학생들을 지원하는 일은 난항을 거듭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관점을 달리하면, 경계선 지능 학생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학습 내용과 단계를 최대한 세분화하는 전문성은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다양한 유형의 학생들을 보다 수월하게 지도할 수 있는 역량으로 연결됨을 알 수 있다.
경계선 지능 학생들을 지도하는 데 있어 놓치지 말아야 할 첫 번째는 이 학생들의 처한 환경이 학습을 순조롭게 이어나가기 어렵게 할 뿐, 학습하고자 하는 욕구가 없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배우고자 하는 이에게 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교육 평등 실현을 위한 기본 전제이다. 두 번째는 이 학생들을 마주하는 교강사의 노력만으로 학생들이 성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느리게 성장하는 학생들을 격려하고 이들의 학습 속도를 배려하는 주변의 시선과 사회의 인식개선이 동반될 때, 교육의 사각지대에 있는 학생들이 ‘학습한다는 자체의 가치’를 잃지 않고 자신의 수준에 맞는 학습을 이어나갈 수 있는 성숙한 교육환경이 마련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