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학교 교육 혁신을 위한 집단지성의 필요성

● 글. 이영태 KICE 부연구위원

들어가는 말

코로나19로 우리는 지금 또다시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의 힘을 경험하고 있다.
하버드대 교수이자 곤충학자인 William Morton Wheeler가 1910년 출간한 «Ants: Their Structure, Development, and Behavior»에서 개미의 사회적 행동을 관찰하면서 처음으로 집단지성을 설명했다. 개미들이 집단을 이뤄 협업했을 때, 공동체적 문제를 해결하거나 효율적인 집단 관리를 시도할 때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켜 큰 힘을 발휘하게 되며, 이것을 집단의 힘, 다수의 능력, 즉 집단지성이라 설명했다.
집단을 이루고 협업을 강조하는 집단지성은 우리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주고 있을까? 또한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가고 학습하는 데 집단지성은 어떻게 작용될 것인가? 우리는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본고에서는 지능정보사회의 학교 교육의 변화에 대응하고, 학교 교육 변화의 흐름에 맞춘 새로운 대응전략의 필요성이 끊임없이 요구되는 현시점에서 학교 교육을 혁신하는 기제로서 집단지성의 개념과 집단지성 기반의 교수학습 방법 및 교수설계 원리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We’ are smarter than me, 집단지성

지난 몇 년간 우리 사회는 정보화사회에서 벗어나 지식 기반 사회, 디지털 사회, 사이버정보 사회, 네트워크 사회, 지능정보 사회, 그리고 팬데믹 사회 등으로 불리며 그 사회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다. 집단지성은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인간과 지식, 소통과 관계를 중요시하는 사회로의 확장을 위한 개념이자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론으로 거론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집단지성은 중지(衆智), 집단지능, 협업지성, 공생적 지능이라고도 하며, 다수의 개체들이 서로 협력하거나 경쟁하는 과정을 통해 얻게 된 집단의 지적 능력을 의미한다. Peter Russell(1984)은 개인보다 높은 사회의 지능과 정보통신을 활용한 지적 네트워크를 강조하는 집단지성과 유사한 개념으로 ‘Global Brain’을 정의했다. 이후 사이버 공간에서 사람들의 사회적 활동의 양상을 관찰하면서 언제든지 접속이 가능하고 참여가 가능한 대규모 협업의 시대가 도래됐음에 주목했다. Lévy(1994, 2000), Surowiecki(2005), Tapscott와 Williams(2006) 등 많은 연구자들은 어디에나 분포하며 지속적으로 가치가 부여되고 실시간으로 조정되며, 실제적 역량으로 동원되는 지성을 ‘집단지성’이라 정의했다. 또한 집단지성은 Web 2.0과의 만남을 통해 진화된 개념으로 확장되면서 그 가치가 새롭게 조망되고 있다. Web 2.0은 기술적 발전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개방, 공유, 참여, 협력을 중심으로 하는 인간의 활동 변화를 설명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집단지성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자 필수적인 요소로 설명되고 있다. 다시 말해, 집단지성은 개인의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공동의 목적 속에서 서로 개방하고 공유하며 주체적인 참여와 협력을 통해 창출되는 긍정적인 시너지를 의미한다.
이처럼 집단지성은 집단 내의 개인들의 협력적 상호작용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공동체의 능력으로서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협력, 상호의존, 대화(토론) 등의 활동을 수행하는 협력적 관계 형성 및 확장의 과정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집단지성과 Web 2.0의 만남은 개인의 지식과 정보를 개방하고 다른 사람과 공유해 나가는 장(場)으로서 지식 창출 및 확장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러한 집단지성을 발현하기 위해서 Web 2.0의 발달은 개인과 집단 간의 협력적 관계를 더욱 촉진시키고 지
속적으로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지식을 구성해 나가는 데 있어서 많은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학교 교육에서 집단지성은 어떻게 발현되는가?

학습기제로서의 집단지성

학습기제로서 집단지성이 발현되는 조건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접근이 필요하다. 먼저 이론적 접근으로 집단지성이 교육환경에서 구현되기 위한 조건은 앞에서 언급한 집단지성의 개념과 Web 2.0, 협력학습에 근거해 살펴볼 수 있다. 집단지성이 구현되기 위해서는 독립성, 다양성, 그리고 분권화와 통합이 필요하다. 이는 개인이 지식을 생산함에 있어 최대한 외부적 간섭을 배제하고 개인의 독창성을 살려줘야 한다는 독립성과, 지식을 구성하는 사회계층은 다양한 계층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다양성을 강조한 것이다. 다시 말해 각 개인과 사회계층은 서로 분권화돼 서로 영향을 주지 않고 지식을 생산한 후 통합의 과정을 거쳐야 집단지성이 발현될 수 있다. 이러한 요소들은 집단이 우둔하지 않게 할 수 있는 요소들이며 개인보다 우수해질 수 있는 필수적 요소라 할 것이다. 이 중에서도 특히 집단지성의 구현 요건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대부분의 학자들이 공통적으로 밝힌 핵심적인 요소는 다양성으로, 이에 대해 좀 더 살펴보고자 한다.
집단이 얼마나 다양성을 소유하고 있느냐가 그 집단의 역량을 결정하는 요인이 된다. 그 이유는 첫째, 다양성을 기반으로한 구성원들의 활동은 동일한 목적이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남들과는 다른 방식의 문제 해결 방법을 보여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질적인 사고나 관점을 가진 집단이 똑똑하고 엇비슷한 사고를 가진 집단보다 현명한 해결 방법을 찾는다고 한다.
둘째,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은 무조건 집단에 따르는 강압적인집단사고를 극복해 집단의 우둔함을 해결할 수 있는 조건이 될 수 있다. 셋째, 다양성을 추구함으로써 소수의 편향된 개인들에게 치우친 의사 결정을 극복할 수 있다. 즉, 독립적인 개인이 모든 지식을 이해하고 습득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므로 다양한 인지를 가지고 있는 다른 개인들, 또는 다양한 지식을 포함한 인지적 도구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더 효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할수 있다. 따라서 집단지성을 구축하는 데 분산된 구성원들 각자의 다양한 지식의 차이를 존중하면서 상호작용할 때, 서로 다른 아이디어들의 갈등을 일으켜 창조적인 결과물, 집단지성이 만들어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Vygotsky(1978)가 말하는 사회적 구성주의와 같은 맥락에서 이러한 창조적인 결과물을 폭넓고 다양한 관점을 지닌 다수의 구성원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검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의미하는 다양성이란 단순히 여러 사람들이 모였다는 것으로 충족되는 것이 아니라 모인 사람들의 다양한 경험과 특성을 서로 독립적으로 존중하는 데 그 의의가 있다. 또한 집단지성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참여하는 모든 구성원들 개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경험이나 지식, 노하우들을 인정하는 것이 가장 필수적인 전제 조건이다.
또 다른 기술적 접근으로 집단지성이 교육환경에서 구현되기 위해서는 지식이 확장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피드백 기능과 모니터링 기능이 필요하다. 외부로 표현된 지식은 집단의 상호작용 활동을 통해 지속적으로 구성과 재구성을 반복해가며 확장되는데 이러한 과정에 피드백 기능이 전제돼야 한다. 또한 지식이 확장되는 과정에서 집단이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와 어긋난 방향을 제시하는 구성원에 대해서는 모니터링 해줘야 하며, 모니터링 기능은 집단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촉진해주는 역할을 한다.
학교 교육에서 집단지성은 공동의 학습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협력, 상호의존, 토론 등의 활동을 중심으로 하는 참여, 공유, 개방, 협력의 학습 형태로 발현된다. 이와 같은 집단지성 기반의 학습은 학습자 개인에 최적화된 개별학습과 학습자 간 상호작용을 통한 협력학습이 유기적인 관계의 형태로 존재했을 때 발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집단지성과 협력학습의 관계에 있어서 협력적 상호작용과 반성적 사고를 통해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하는 집단지성을 구현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점과 달리 집단지성이 집단의 다양성에 기반한 수행과정에 보다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은 협력학습과 다른 맥락에서 다뤄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학교 수업 현장에서 집단지성을 어떻게 발현시킬 수 있는지 학습 환경 설계 측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집단지성 발현을 위한 학습 환경 설계 원리

학습 환경은 학습자의 행동 발달이나 행동의 변화를 통한 학습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한 요인으로 다뤄져 왔으며 집단지성을 발현하기 위한 학습 환경 설계 원리는 다음과 같다. 먼저 집단지성을 발현하기 위한 학습 환경 설계 원리는 반드시 문제를 포함하고 있어야 하며, 그 문제는 사회·문화에 대한 실제적 맥락에서 학습자가 인지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과제의 형태로 구성돼야 한다. 더불어 현실적 맥락을 반영해 현실적 상황과 문제 해결 상황을 비교한 후 문제의 발생 배경, 원인 등을 분석한 결과를 시각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즉, 문제는 문제 해결을 위한 가설을 설정하고, 문제의 발생 배경, 원인, 잠정적인 해결 방안 등의 토론을 통해 정의돼야 한다. 두 번째로 문제 해결과 관련된 사례(학습자의 지식, 정보, 경험)를 공유하는 정신모델(shared mental model)이 구축돼야 한다. 집단지성은 학습자 간의 지식과 정보, 경험을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학습자 간의 신뢰가 형성되고 공동체적 의식을 함양할 수 있다. 세 번째로 학습자들은 Web을 이용해 필요한 자료를 즉각적으로 수집하고, 기존 자료의 조합으로 정보와 지식을 재창출할 수 있도록 공유해야 한다. 네 번째로 학습자 간의 상호작용을 촉진시킬 수 있는 인지사고 과정 및 도구를 활용해야 한다. 인지적 사고 과정은 개인의 인지사고로의 확장과 동시에 집단적 인지사고의 확장을 유도할 수 있도록 사회화-외부화-조합화-내면화 과정에 해당되는 다양한 학습활동을 제시해야 하며, 구성원의 지식, 경험, 정보에 대한 공유와 상호작용이 일어날 수 있도록 온라인 토론, 채팅, 게시판 등과 같은 SNS 환경이 제공돼야 한다. 다섯 번째로 구성원들의 상호작용을 촉진시킬 수 있는 대화 중심의 협동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이는 학습자 간의 의견을 교환하는 방법으로 대화의 시간을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는 것과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자료나 정보를 공동으로 수집하고 편집 및 재구성할 수 있는 협동학습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학습자에게는 개인적 학습 공간과 집단적 학습 공간을 분리해 제공해야 한다. 이는 집단지성의 학습 공간은 개인의 인지적 확장과 집단의 인지적 확장을 유도하는 데 이바지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학교 교육 혁신을 위한 집단지성의 필요성

지금까지 알아본 집단지성의 개념과 집단지성 기반의 학습환경 설계가 우리에게 어떠한 시사점을 제공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에서 우리는 학교 교육 혁신에 대한 의미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오늘날 학교 교육의 혁신은 교사나 학생, 관계자 등 개별적인 혁신의 의미뿐만 아니라 ‘학교’라는 조직 및 집단적 의미까지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정확히 말하면 학교 교육 혁신은 학교와 관련된 다양한 요소들 간의 관계 개선을 의미하며 학교 교육 혁신이 구성원들 간에 얼마나 공유될 수 있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가에 초점을 두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학교 교육의 변화와 혁신이 필연적으로 우리의 과제로 당면한 지금, 집단지성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론으로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We are smarter than me’는 집단지성의 개방·공유·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나’와 ‘집단’ 간의 관계에 대한 해석과 의미다. 지금 코로나19의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 국가가 수행했던 것처럼, 학교 교육 혁신을 위해서는 학교 교육과 관련된 우리의 경험과 정보, 지식에 대해서 개방하고 공유하며, 참여할 수 있는 장(場)을 마련해 학교는 ‘나’보다는 ‘우리’라는 개념적·방법론적 접근으로 모두를 위한 교육을 실현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집단지성은 가르치고 배우는 방법에 대한 방향성을 시사한다. 미래 사회는 학습자에게 지금보다 더 복잡하고 복합적인 역량을 요구할 것이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학교 교육은 개별적인 성향과 특성을 기반으로 학습자의 잠재적 능력을 집단적 관점에서 어떻게 키워줄 것인가에 좀 더 초점을 두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학교 교육은 학습자에게 경험과 지식에 대한 개방과 공감, 공유 활동을 강조하고 자발적인 참여의 태도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학습자는 학교에서 다루는 문제에 대한 개인적·사회적 의미를 부여하고, 서로 협력하며 모두에게 공유된 의미를 부여하면서 개인과 사회 혁신을 위한 방법을 자연스럽게 습득할 것이다.
학교 교육의 혁신은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개념 중 하나다. 학교 교육 혁신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모두에게 공유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집단지성이 필요하며, 이를 통한 개인과 사회의 혁신 모두를 요구하고 있다. 누군가가 시키지도 않은 기부금을 냈고 전국의 의사와 간호사가 대구·경북으로 모였던 것처럼 우리는 학교 교육 혁신을 위해 자발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공동체를 구성하고, 모두가 어려움을 공감했던 것처럼 학교교육 혁신에 대한 공감과 나와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개방하며 공유하는 협력적인 지성을 통해 학교 교육 혁신을 기대한다.

참고문헌

  • Lévy, P. (1994). L’intelligence collective. 권수경 역(2002). 「집단지성」. 서울: 문학과지성사.

  • Lévy, P. (2000). Collective Intelligence: Mankind’s Emerging World in Cyberspace, Lightning Source Inc.

  • Russell. P. (1984). The Awakening Earth: The Global Brain. London: Ark Paperbacks.

  • Surowiecki, J. (2005). Wisdom of Crowds. Random House.

  • Tapscott D., & Williams, A. D. (2006). Wikinomics: How mass collaboration changes everything. New York: Portfolio.

  • Vygotsky, L. S.(1978). Mind and society: The development of the higher psychological processes. Cambridge, MA: Harvard University Press.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학교 교육 혁신을 위한 집단지성의 필요성

● 글. 이영태 KICE 부연구위원

이영태 부연구위원
KICE 교수학습본부

교육공학을 전공했으며, 그동안 지능정보사회의 교사의 역할 및 역량 탐색, 지능정보사회교사 역량 제고를 위한 연수 프로그램 개발, 학교 교육에서의 메이커 교육 활용 방안 탐색, 기초학력 지도 역량 강화를 위한 교원 연수 표준 안내서 개발 등을 수행했다.

들어가는 말

코로나19로 우리는 지금 또다시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의 힘을 경험하고 있다.

하버드대 교수이자 곤충학자인 William Morton Wheeler가 1910년 출간한 «Ants: Their Structure, Development, and Behavior»에서 개미의 사회적 행동을 관찰하면서 처음으로 집단지성을 설명했다. 개미들이 집단을 이뤄 협업했을 때, 공동체적 문제를 해결하거나 효율적인 집단 관리를 시도할 때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켜 큰 힘을 발휘하게 되며, 이것을 집단의 힘, 다수의 능력, 즉 집단지성이라 설명했다.
집단을 이루고 협업을 강조하는 집단지성은 우리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주고 있을까? 또한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가고 학습하는 데 집단지성은 어떻게 작용될 것인가? 우리는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본고에서는 지능정보사회의 학교 교육의 변화에 대응하고, 학교 교육 변화의 흐름에 맞춘 새로운 대응전략의 필요성이 끊임없이 요구되는 현시점에서 학교 교육을 혁신하는 기제로서 집단지성의 개념과 집단지성 기반의 교수학습 방법 및 교수설계 원리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We’ are smarter than me, 집단지성

지난 몇 년간 우리 사회는 정보화사회에서 벗어나 지식 기반 사회, 디지털 사회, 사이버정보 사회, 네트워크 사회, 지능정보 사회, 그리고 팬데믹 사회 등으로 불리며 그 사회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다. 집단지성은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인간과 지식, 소통과 관계를 중요시하는 사회로의 확장을 위한 개념이자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론으로 거론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집단지성은 중지(衆智), 집단지능, 협업지성, 공생적 지능이라고도 하며, 다수의 개체들이 서로 협력하거나 경쟁하는 과정을 통해 얻게 된 집단의 지적 능력을 의미한다. Peter Russell(1984)은 개인보다 높은 사회의 지능과 정보통신을 활용한 지적 네트워크를 강조하는 집단지성과 유사한 개념으로 ‘Global Brain’을 정의했다. 이후 사이버 공간에서 사람들의 사회적 활동의 양상을 관찰하면서 언제든지 접속이 가능하고 참여가 가능한 대규모 협업의 시대가 도래됐음에 주목했다. Lévy(1994, 2000), Surowiecki(2005), Tapscott와 Williams(2006) 등 많은 연구자들은 어디에나 분포하며 지속적으로 가치가 부여되고 실시간으로 조정되며, 실제적 역량으로 동원되는 지성을 ‘집단지성’이라 정의했다. 또한 집단지성은 Web 2.0과의 만남을 통해 진화된 개념으로 확장되면서 그 가치가 새롭게 조망되고 있다. Web 2.0은 기술적 발전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개방, 공유, 참여, 협력을 중심으로 하는 인간의 활동 변화를 설명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집단지성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자 필수적인 요소로 설명되고 있다. 다시 말해, 집단지성은 개인의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공동의 목적 속에서 서로 개방하고 공유하며 주체적인 참여와 협력을 통해 창출되는 긍정적인 시너지를 의미한다.
이처럼 집단지성은 집단 내의 개인들의 협력적 상호작용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공동체의 능력으로서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협력, 상호의존, 대화(토론) 등의 활동을 수행하는 협력적 관계 형성 및 확장의 과정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집단지성과 Web 2.0의 만남은 개인의 지식과 정보를 개방하고 다른 사람과 공유해 나가는 장(場)으로서 지식 창출 및 확장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러한 집단지성을 발현하기 위해서 Web 2.0의 발달은 개인과 집단 간의 협력적 관계를 더욱 촉진시키고 지
속적으로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지식을 구성해 나가는 데 있어서 많은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학교 교육에서 집단지성은 어떻게 발현되는가?

학습기제로서의 집단지성

학습기제로서 집단지성이 발현되는 조건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접근이 필요하다. 먼저 이론적 접근으로 집단지성이 교육환경에서 구현되기 위한 조건은 앞에서 언급한 집단지성의 개념과 Web 2.0, 협력학습에 근거해 살펴볼 수 있다. 집단지성이 구현되기 위해서는 독립성, 다양성, 그리고 분권화와 통합이 필요하다. 이는 개인이 지식을 생산함에 있어 최대한 외부적 간섭을 배제하고 개인의 독창성을 살려줘야 한다는 독립성과, 지식을 구성하는 사회계층은 다양한 계층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다양성을 강조한 것이다. 다시 말해 각 개인과 사회계층은 서로 분권화돼 서로 영향을 주지 않고 지식을 생산한 후 통합의 과정을 거쳐야 집단지성이 발현될 수 있다. 이러한 요소들은 집단이 우둔하지 않게 할 수 있는 요소들이며 개인보다 우수해질 수 있는 필수적 요소라 할 것이다. 이 중에서도 특히 집단지성의 구현 요건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대부분의 학자들이 공통적으로 밝힌 핵심적인 요소는 다양성으로, 이에 대해 좀 더 살펴보고자 한다.
집단이 얼마나 다양성을 소유하고 있느냐가 그 집단의 역량을 결정하는 요인이 된다. 그 이유는 첫째, 다양성을 기반으로한 구성원들의 활동은 동일한 목적이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남들과는 다른 방식의 문제 해결 방법을 보여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질적인 사고나 관점을 가진 집단이 똑똑하고 엇비슷한 사고를 가진 집단보다 현명한 해결 방법을 찾는다고 한다.
둘째,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은 무조건 집단에 따르는 강압적인집단사고를 극복해 집단의 우둔함을 해결할 수 있는 조건이 될 수 있다. 셋째, 다양성을 추구함으로써 소수의 편향된 개인들에게 치우친 의사 결정을 극복할 수 있다. 즉, 독립적인 개인이 모든 지식을 이해하고 습득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므로 다양한 인지를 가지고 있는 다른 개인들, 또는 다양한 지식을 포함한 인지적 도구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더 효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할수 있다. 따라서 집단지성을 구축하는 데 분산된 구성원들 각자의 다양한 지식의 차이를 존중하면서 상호작용할 때, 서로 다른 아이디어들의 갈등을 일으켜 창조적인 결과물, 집단지성이 만들어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Vygotsky(1978)가 말하는 사회적 구성주의와 같은 맥락에서 이러한 창조적인 결과물을 폭넓고 다양한 관점을 지닌 다수의 구성원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검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의미하는 다양성이란 단순히 여러 사람들이 모였다는 것으로 충족되는 것이 아니라 모인 사람들의 다양한 경험과 특성을 서로 독립적으로 존중하는 데 그 의의가 있다. 또한 집단지성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참여하는 모든 구성원들 개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경험이나 지식, 노하우들을 인정하는 것이 가장 필수적인 전제 조건이다.
또 다른 기술적 접근으로 집단지성이 교육환경에서 구현되기 위해서는 지식이 확장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피드백 기능과 모니터링 기능이 필요하다. 외부로 표현된 지식은 집단의 상호작용 활동을 통해 지속적으로 구성과 재구성을 반복해가며 확장되는데 이러한 과정에 피드백 기능이 전제돼야 한다. 또한 지식이 확장되는 과정에서 집단이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와 어긋난 방향을 제시하는 구성원에 대해서는 모니터링 해줘야 하며, 모니터링 기능은 집단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촉진해주는 역할을 한다.
학교 교육에서 집단지성은 공동의 학습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협력, 상호의존, 토론 등의 활동을 중심으로 하는 참여, 공유, 개방, 협력의 학습 형태로 발현된다. 이와 같은 집단지성 기반의 학습은 학습자 개인에 최적화된 개별학습과 학습자 간 상호작용을 통한 협력학습이 유기적인 관계의 형태로 존재했을 때 발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집단지성과 협력학습의 관계에 있어서 협력적 상호작용과 반성적 사고를 통해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하는 집단지성을 구현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점과 달리 집단지성이 집단의 다양성에 기반한 수행과정에 보다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은 협력학습과 다른 맥락에서 다뤄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학교 수업 현장에서 집단지성을 어떻게 발현시킬 수 있는지 학습 환경 설계 측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집단지성 발현을 위한 학습 환경 설계 원리

학습 환경은 학습자의 행동 발달이나 행동의 변화를 통한 학습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한 요인으로 다뤄져 왔으며 집단지성을 발현하기 위한 학습 환경 설계 원리는 다음과 같다. 먼저 집단지성을 발현하기 위한 학습 환경 설계 원리는 반드시 문제를 포함하고 있어야 하며, 그 문제는 사회·문화에 대한 실제적 맥락에서 학습자가 인지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과제의 형태로 구성돼야 한다. 더불어 현실적 맥락을 반영해 현실적 상황과 문제 해결 상황을 비교한 후 문제의 발생 배경, 원인 등을 분석한 결과를 시각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즉, 문제는 문제 해결을 위한 가설을 설정하고, 문제의 발생 배경, 원인, 잠정적인 해결 방안 등의 토론을 통해 정의돼야 한다. 두 번째로 문제 해결과 관련된 사례(학습자의 지식, 정보, 경험)를 공유하는 정신모델(shared mental model)이 구축돼야 한다. 집단지성은 학습자 간의 지식과 정보, 경험을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학습자 간의 신뢰가 형성되고 공동체적 의식을 함양할 수 있다. 세 번째로 학습자들은 Web을 이용해 필요한 자료를 즉각적으로 수집하고, 기존 자료의 조합으로 정보와 지식을 재창출할 수 있도록 공유해야 한다. 네 번째로 학습자 간의 상호작용을 촉진시킬 수 있는 인지사고 과정 및 도구를 활용해야 한다. 인지적 사고 과정은 개인의 인지사고로의 확장과 동시에 집단적 인지사고의 확장을 유도할 수 있도록 사회화-외부화-조합화-내면화 과정에 해당되는 다양한 학습활동을 제시해야 하며, 구성원의 지식, 경험, 정보에 대한 공유와 상호작용이 일어날 수 있도록 온라인 토론, 채팅, 게시판 등과 같은 SNS 환경이 제공돼야 한다. 다섯 번째로 구성원들의 상호작용을 촉진시킬 수 있는 대화 중심의 협동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이는 학습자 간의 의견을 교환하는 방법으로 대화의 시간을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는 것과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자료나 정보를 공동으로 수집하고 편집 및 재구성할 수 있는 협동학습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학습자에게는 개인적 학습 공간과 집단적 학습 공간을 분리해 제공해야 한다. 이는 집단지성의 학습 공간은 개인의 인지적 확장과 집단의 인지적 확장을 유도하는 데 이바지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학교 교육 혁신을 위한 집단지성의 필요성

지금까지 알아본 집단지성의 개념과 집단지성 기반의 학습환경 설계가 우리에게 어떠한 시사점을 제공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에서 우리는 학교 교육 혁신에 대한 의미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오늘날 학교 교육의 혁신은 교사나 학생, 관계자 등 개별적인 혁신의 의미뿐만 아니라 ‘학교’라는 조직 및 집단적 의미까지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정확히 말하면 학교 교육 혁신은 학교와 관련된 다양한 요소들 간의 관계 개선을 의미하며 학교 교육 혁신이 구성원들 간에 얼마나 공유될 수 있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가에 초점을 두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학교 교육의 변화와 혁신이 필연적으로 우리의 과제로 당면한 지금, 집단지성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론으로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We are smarter than me’는 집단지성의 개방·공유·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나’와 ‘집단’ 간의 관계에 대한 해석과 의미다. 지금 코로나19의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 국가가 수행했던 것처럼, 학교 교육 혁신을 위해서는 학교 교육과 관련된 우리의 경험과 정보, 지식에 대해서 개방하고 공유하며, 참여할 수 있는 장(場)을 마련해 학교는 ‘나’보다는 ‘우리’라는 개념적·방법론적 접근으로 모두를 위한 교육을 실현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집단지성은 가르치고 배우는 방법에 대한 방향성을 시사한다. 미래 사회는 학습자에게 지금보다 더 복잡하고 복합적인 역량을 요구할 것이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학교 교육은 개별적인 성향과 특성을 기반으로 학습자의 잠재적 능력을 집단적 관점에서 어떻게 키워줄 것인가에 좀 더 초점을 두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학교 교육은 학습자에게 경험과 지식에 대한 개방과 공감, 공유 활동을 강조하고 자발적인 참여의 태도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학습자는 학교에서 다루는 문제에 대한 개인적·사회적 의미를 부여하고, 서로 협력하며 모두에게 공유된 의미를 부여하면서 개인과 사회 혁신을 위한 방법을 자연스럽게 습득할 것이다.
학교 교육의 혁신은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개념 중 하나다. 학교 교육 혁신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모두에게 공유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집단지성이 필요하며, 이를 통한 개인과 사회의 혁신 모두를 요구하고 있다. 누군가가 시키지도 않은 기부금을 냈고 전국의 의사와 간호사가 대구·경북으로 모였던 것처럼 우리는 학교 교육 혁신을 위해 자발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공동체를 구성하고, 모두가 어려움을 공감했던 것처럼 학교교육 혁신에 대한 공감과 나와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개방하며 공유하는 협력적인 지성을 통해 학교 교육 혁신을 기대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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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évy, P. (2000). Collective Intelligence: Mankind’s Emerging World in Cyberspace, Lightning Source I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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