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 새로운 예술교육의 방향

● 글·민경훈 한국교원대학교 교수

경제적·사회적·교육적 영역을 포함한 모든 영역에서 4차 산업혁명의 큰 물결이 일어나고 있다. 빅데이터와 정보통신기술(ICT)과의 융합을 통해 인공지능로봇,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3D프린터 등의 생산력이 급속도로 발전되고, 경제·사회· 교육·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혁신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학교에서는 컴퓨팅 사고력을 길러주고 소프트웨어 교육을 의무화하는 등 전통적인 교육 방식에서 벗어나 혁신을 수용함으로써 새로운 교육의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 학교의 예술 교과에서도 4차 산업혁명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혁신적인 변화 속에서 우리가 경계할 것은 문명의 이기와 맞물려 충분히 부딪힐 수 있는 윤리적 문제이다. 그러므로 여기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새로운 예술교육의 방향을 알아보면서, 이와 동시에 윤리 문제에 대한 예술 교육의 과제에 대해서도 살펴보고자 한다.

4차 산업혁명의 이해

‘4차 산업혁명(Fourth Industrial Revolution)’이란 2010년 독일에서 발표한 ‘하이테크 전략 2020’의 10대 프로젝트 중 하나인 ‘인더스트리 4.0(Industry 4.0)’에서 ‘제조업과 정보통신의 융합’을 뜻하는 의미로 처음 사용된 개념이다. 2016년 1월 20일에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4차 산업혁명의 이해’를 주요 주제로 다루었는데, 저성장, 불평등, 지속가능성 등 경제위기 문제를 다루어 온 다보스포럼에서 과학기술 분야가 주요 주제로 설정된 것은 포럼 창립 이래 최초였다. 다보스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이 의제로 설정되면서 4차 산업혁명은 전 세계적으로 주요 화두로 등장하게 되었다.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기술,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정보통신기술(ICT)과의 융합을 통해 생산성을 급격히 향상시키고, 제품과 서비스가 지능화되면서 경제, 사회, 교육 등 전반에 걸쳐 혁신적인 변화를 꾀하는 데 의미를 둔다. 3차 산업혁명의 연장선에 있는 4차 산업혁명은 3차 산업혁명의 기술에 인공지능 기술이 접목된 것이라 볼 수 있다(양희덕, 2017).
정부는 2016년 말에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지능정보사회 중장기 종합대책을 수립·발표하였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범용기술(General Purpose Technology)로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중핵으로 세워 놓았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는 기존 산업혁명의 범용기술과 비교할 때 훨씬 더 광범위한 비즈니스 확산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가능성은 독자적인 산업혁명의 자격을 충분히 지니게 만들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학교 예술교육의 경향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흐름에 따라 학교 예술교육 분야에도 인공지능을 비롯한 다양한 기술이 주목 받을 것이다.
특히 공연 예술교육 영역에서 인공지능의 기술이 적극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4차 산업혁명이 추구하는 예술교육은 무엇보다도 예술적 창의·융합사고 역량과 예술에 대한 정보처리 역량에 기반을 두고 예술교육의 내용을 심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예술 교과에서 예술적 창의·융합사고 역량의 핵심은 자신이 체험한 예술적 경험과 정보들을 다양한 현상에 연계하여 융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예술에 대한 정보처리 역량의 핵심은 인공지능을 포함한 적절한 매체를 활용하여 정보와 자료를 효과적으로 처리함으로써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있어서 인공지능 및 컴퓨팅 프로그램 등의 핵심 기술이 발달하여 사회적·교육적 기대가 커지고 있는 반면에, 다른 한편으로는 이에 대한 사회적·교육적 우려도 커지고 있다. 많은 학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여 예술이 도구화 혹은 상품화의 길을 걸어야 할 지, 아니면 인간성 회복의 길을 걸어야 할 지 그 기로의 선택에 대해 성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어느 학자는 기계와 공존하는 4차산업혁명의 사회에서 우리는 수많은 윤리적 문제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정영근, 2017).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려되는 윤리적·감성적 문제들은 학교의 예술교육에서 끊임없이 부각될 것이라고 예측된다. 이러한 문제들은 예술적 감성 역량, 예술적 소통 역량, 공동체적 역량과 관계하여 다루어질 수 있다.

인공지능에 기반을 둔 예술 활동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 불리는 인공지능은 매우 빠른 속도로 진보하여 산업 분야는 물론, 예술 분야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과거에는 창작이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로봇 작곡가와 로봇 화가의 개발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짐에 따라 예술 분야에서 인공지능의 활용 가능성은 매우 높아지게 되었다. 다음은 음악계에서 활용된 인공지능 기술의 사례를 보여준다(양희덕, 2017).
2015년 예일대학교 퀵(D. Quick) 교수가 개발한 로봇 작곡가 ‘쿨리타’는 기존의 악보들에서 규칙을 분석하여 새롭게 음계를 조합하는 인공지능이다. 100명의 패널 중 대다수가 쿨리타가 작곡한 음악을 실제 바흐의 음악과 구별하지 못했으며, 당연히 사람이 작곡한 곡이라고 생각하였다. 융합의 차원에서 과학과 예술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또한 예술가들의 실험적 작품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현상을 감안한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 첨단 기술에 의한 작품들은 더 이상 낯설지 않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공지능을 통한 예술 활동은 널리 확산될 전망이다.

음악계에 활용된 인공지능 기술의 사례

공연 예술교육의 변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공연 산업 분야와 공연 예술교육 영역에서 큰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 특히 뮤지컬 공연에서 최첨단기술을 이용한 사례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2017년 11월에 최첨단기술을 이용한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가 공연되었는데, 이 뮤지컬은 3D 홀로그램, 프로젝션 맵핑, 입체 음향 등을이용해 무대 연출을 함으로써 큰 각광을 받았다. 특히 이 뮤지컬에서는 프로젝션 맵핑(Projection Mapping)이 돋보였는데, 프로젝션 맵핑이란 3D로 스캔해서 제작된 콘텐츠를 영상으로 투사하여 입체적으로 변화를 주는 기술을 말한다(김은수, 2013). 최첨단 기술은 무대 연출에서만 이용되는 것이 아니다. 현대 뮤지컬에서는 로봇이 직접 무대에 오르기도 한다. ‘뉴컨텐츠컴퍼니’가 제작한 뮤지컬 ‘벤허’에서는 전차가 경주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여기에서 실물 크기의 로봇 말이 등장한다. 더 나아가 로봇인간 ‘제미노이드 F’와 비교적 최근에 개발된 ‘제미노이드 DK’는 배우로 등장한다. 이와 같은 기술의 발달 속도를 감안한다면, 미래에는 보다 더 고차원적인 연기가 가능할 것이며, 이에 따라 공연 예술교육계에도 큰변화가 예상된다.

가상현실(VR)을 활용한 예술교육

4차 산업혁명 시대 교육계의 큰 변화 중 하나는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과 같은 디지털 공간 세계의 활용이다. 가상 세계의 시공간을 넘나드는 감각과 경험의 확장은 거의 모든 교육 분야에서 혁신을 가져올 것이다. 예술교육과 관련해서도 가상현실을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은 매우 높다. 학생은 앱을 이용하여 가상공간에서 조선시대로 들어가 판소리를 체험할 수 있다. 또한 오케스트라를 직접 지휘해 보거나 조선시대 종묘제례악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 이러한활동은 실제로 경험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는 학생에게 매우 유익한 학습이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가상현실을 통해서 각 지역의 다양한 음악 축제를 경험하고, 여러 나라 문화권의 민속 음악을 즐기며, 다양한 종류의 음악을 향유할 수 있다. 다음은 가상현실을 활용한 음악 수업의 예이다.

가상현실을 활용한 음악 수업의 예

감성 및 인성 교육으로서 예술교육

고대부터 학교의 예술 교과는 폭넓은 감성과 상상력을 기르는데 기여하였고, 조화로운 인성 함양을 위해 필요한 교과로 인식되어 왔다. 예술교육이 청소년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정서 함양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이미 수많은 연구를 통해 입증되었다. 로봇 인간 제미노이드 F와 제미노이드 DK가 고차원적인 연기를 한다고 하지만, 인간만이 소유하는 영혼과 감성은 인공지능이 대신해 줄 수 없다. 학교의 예술교육은 감성적 경험에 기반을 둔 인성 함양에 기여하여야 한다. 예술교육에서 최첨단 매체의 등장은 교수·학습 방법을 최적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매체를 잘못 이용하면 반인류적인 상상력 혹은 개인주의적 성향을 촉발시킬 수 있다. 정신병리학 교수 스피저(M. Spitzer)는 자의식 형성과 뇌의 성숙을 위하여 현실 세계의 감각적 경험이 필요하다고 언급하면서, 디지털 기기의 남용은 자의식 및 뇌의 형성에 뚜렷하게 피해를 준다고 주장하였다(M. Spitzer, 2012). 스티븐 호킹(S. Hawking) 박사는 100년 후에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할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영화 ‘터미네이터’와 ‘매트릭스’에서 로봇의 전투 능력이 인간보다 월등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러한 예측은 가능하다. 미래에는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디스토피아적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문명의 이기에 대하여 논할 때에는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쌍방의 관점에서 진지하게 성찰해 보아야 한다.

인간다움을 발견하는 예술교육

4차 산업혁명은 무엇보다도 인공지능이라는 핵심 키워드로 축약된다. 미래에는 기계가 스스로 학습을 통해서 인간이 하는 대다수의 일을 수행할 것이다. 기계가 빠르고 정확하게 일을 처리함으로써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그리고 효율적으로 생산을 한다는 것은 확정된 미래다. 이점에서 많은 학자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많은 직업들이 가혹하게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렇다면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직업은 무엇일까? 아마도 인간성을 회복시켜 줄 수 있는 직업, 즉 철학, 예술과 같은 분야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이 두 분야는 인간됨을 결정짓는 대표적인 학문이자 인류 문화의 결정체이다. 지금까지 인류가 해 온 일을 크게 두 갈래로 구분하면 하나는 물질세계에서의 만족 추구이고, 다른 하나는 정신세계에서의 만족 추구이다. 물질세계의 추구는 기술의 변화로 이어지고, 기술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기계들의 등장은 인간에게 편리를 주었으나,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의 정신을 황폐하게 만들고 인간을 고립되게 만들었다. 정신세계의 추구는 철학, 예술과 같은 인문적 영역을 통한 인간성 회복에서 그 의미를 찾는다. 기술에 영향을 받지 않는 정신적 영역은 인간에게 남겨진 산물 이다. 인간이 철학을 통해 해야 할 일은 닥쳐올 변화에 대해 화두를 찾고 논하는 것이다. 기술이라는 자체에는 도덕도 비도덕도 없고 자비도 관용도 없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기술을 가진 인간이 비인간적으로 기술을 악용하지 않도록 정신을 무장해 주는 철학과 예술의 역할이 더 중요해지는 시대이기도 하다.
인간다움을 발견하는 것은 예술교육을 통해 가능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여 예술교육은 예술을 이해하는 지식과 비판적 사고력 외에도 도덕적 판단력을 가진 인간 육성을 추구 하여야 한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취향에 맞추어 가는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확증 편향을 가질 수 있다. 합리적 이성과 도덕적 양심 안에서 파생된 제도와 문화의 힘이 어두운 본성을 통제하지 않는다면 미래에 희망은 없다. 혁신적인 기계 앞에서 인간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려면 무엇보다도 상대방 을 포용하고 존중하며 배려하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예술교육이 보다 건전하고 풍요로운 삶을 이상으로 여기고, 학생의 개인적·사회적 삶 속에서 이러한 이상 을 바르게 실현시켜 줄 때 인간다움을 발견하는 예술교육 으로써 가치화될 것이다.

참고문헌

  • 김은수(2013). 프로젝션 맵핑(Projection Mapping)이 적용된 이벤트 공간경향 분석. 한국실내디자인학회, 2013년도 추계학술발표대회 논문집.

  • 양희덕(2017). 4차 산업 시대 인공지능 기반 음악, 2017년 중등1급 정교사(음악) 자격연수. 조선대학교.

  • 정영근(2017). 교육의 진보인가 종말인가?-디지털 기술문명시대에 대한 일반교육 학적 성찰. 교육철학연구, 제39권 제4호.

  • Spitzer, M.(2012). Digitale Demenz. Wie wir uns und unsere Kinder um den

Verstald bringen. München: Droemer.

민경훈  한국교원대학교 교수

독일 뮌스터대학교에서 교육학박사(음악교육)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한국교원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예술교육의 활성화에 관심을 가지고 비대면 예술 원격수업 콘텐츠 등 예술교육에 관한 다양한 혁신적 연구를 통해 교육부장관상과 대통령상을 수상하였다. 「음악교육학총론」, 「음악교수학습방법」 등 다수의 저서를 집필하였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새로운 예술교육의 방향

● 글·민경훈 한국교원대학교 교수

경제적·사회적·교육적 영역을 포함한 모든 영역에서 4차 산업혁명의 큰 물결이 일어나고 있다. 빅데이터와 정보통신기술(ICT)과의 융합을 통해 인공지능로봇,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3D프린터 등의 생산력이 급속도로 발전되고, 경제·사회· 교육·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혁신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학교에서는 컴퓨팅 사고력을 길러주고 소프트웨어 교육을 의무화하는 등 전통적인 교육 방식에서 벗어나 혁신을 수용함으로써 새로운 교육의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 학교의 예술 교과에서도 4차 산업혁명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혁신적인 변화 속에서 우리가 경계할 것은 문명의 이기와 맞물려 충분히 부딪힐 수 있는 윤리적 문제이다. 그러므로 여기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새로운 예술교육의 방향을 알아보면서, 이와 동시에 윤리 문제에 대한 예술 교육의 과제에 대해서도 살펴보고자 한다.

4차 산업혁명의 이해

‘4차 산업혁명(Fourth Industrial Revolution)’이란 2010년 독일에서 발표한 ‘하이테크 전략 2020’의 10대 프로젝트 중 하나인 ‘인더스트리 4.0(Industry 4.0)’에서 ‘제조업과 정보통신의 융합’을 뜻하는 의미로 처음 사용된 개념이다. 2016년 1월 20일에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4차 산업혁명의 이해’를 주요 주제로 다루었는데, 저성장, 불평등, 지속가능성 등 경제위기 문제를 다루어 온 다보스포럼에서 과학기술 분야가 주요 주제로 설정된 것은 포럼 창립 이래 최초였다. 다보스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이 의제로 설정되면서 4차 산업혁명은 전 세계적으로 주요 화두로 등장하게 되었다.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기술,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정보통신기술(ICT)과의 융합을 통해 생산성을 급격히 향상시키고, 제품과 서비스가 지능화되면서 경제, 사회, 교육 등 전반에 걸쳐 혁신적인 변화를 꾀하는 데 의미를 둔다. 3차 산업혁명의 연장선에 있는 4차 산업혁명은 3차 산업혁명의 기술에 인공지능 기술이 접목된 것이라 볼 수 있다(양희덕, 2017).
정부는 2016년 말에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지능정보사회 중장기 종합대책을 수립·발표하였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범용기술(General Purpose Technology)로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중핵으로 세워 놓았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는 기존 산업혁명의 범용기술과 비교할 때 훨씬 더 광범위한 비즈니스 확산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가능성은 독자적인 산업혁명의 자격을 충분히 지니게 만들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학교 예술교육의 경향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흐름에 따라 학교 예술교육 분야에도 인공지능을 비롯한 다양한 기술이 주목 받을 것이다.
특히 공연 예술교육 영역에서 인공지능의 기술이 적극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4차 산업혁명이 추구하는 예술교육은 무엇보다도 예술적 창의·융합사고 역량과 예술에 대한 정보처리 역량에 기반을 두고 예술교육의 내용을 심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예술 교과에서 예술적 창의·융합사고 역량의 핵심은 자신이 체험한 예술적 경험과 정보들을 다양한 현상에 연계하여 융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예술에 대한 정보처리 역량의 핵심은 인공지능을 포함한 적절한 매체를 활용하여 정보와 자료를 효과적으로 처리함으로써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있어서 인공지능 및 컴퓨팅 프로그램 등의 핵심 기술이 발달하여 사회적·교육적 기대가 커지고 있는 반면에, 다른 한편으로는 이에 대한 사회적·교육적 우려도 커지고 있다. 많은 학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여 예술이 도구화 혹은 상품화의 길을 걸어야 할 지, 아니면 인간성 회복의 길을 걸어야 할 지 그 기로의 선택에 대해 성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어느 학자는 기계와 공존하는 4차산업혁명의 사회에서 우리는 수많은 윤리적 문제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정영근, 2017).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려되는 윤리적·감성적 문제들은 학교의 예술교육에서 끊임없이 부각될 것이라고 예측된다. 이러한 문제들은 예술적 감성 역량, 예술적 소통 역량, 공동체적 역량과 관계하여 다루어질 수 있다.

인공지능에 기반을 둔 예술 활동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 불리는 인공지능은 매우 빠른 속도로 진보하여 산업 분야는 물론, 예술 분야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과거에는 창작이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로봇 작곡가와 로봇 화가의 개발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짐에 따라 예술 분야에서 인공지능의 활용 가능성은 매우 높아지게 되었다. 다음은 음악계에서 활용된 인공지능 기술의 사례를 보여준다(양희덕, 2017).
2015년 예일대학교 퀵(D. Quick) 교수가 개발한 로봇 작곡가 ‘쿨리타’는 기존의 악보들에서 규칙을 분석하여 새롭게 음계를 조합하는 인공지능이다. 100명의 패널 중 대다수가 쿨리타가 작곡한 음악을 실제 바흐의 음악과 구별하지 못했으며, 당연히 사람이 작곡한 곡이라고 생각하였다. 융합의 차원에서 과학과 예술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또한 예술가들의 실험적 작품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현상을 감안한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 첨단 기술에 의한 작품들은 더 이상 낯설지 않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공지능을 통한 예술 활동은 널리 확산될 전망이다.

음악계에 활용된 인공지능 기술의 사례

공연 예술교육의 변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공연 산업 분야와 공연 예술교육 영역에서 큰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 특히 뮤지컬 공연에서 최첨단기술을 이용한 사례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2017년 11월에 최첨단기술을 이용한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가 공연되었는데, 이 뮤지컬은 3D 홀로그램, 프로젝션 맵핑, 입체 음향 등을이용해 무대 연출을 함으로써 큰 각광을 받았다. 특히 이 뮤지컬에서는 프로젝션 맵핑(Projection Mapping)이 돋보였는데, 프로젝션 맵핑이란 3D로 스캔해서 제작된 콘텐츠를 영상으로 투사하여 입체적으로 변화를 주는 기술을 말한다(김은수, 2013). 최첨단 기술은 무대 연출에서만 이용되는 것이 아니다. 현대 뮤지컬에서는 로봇이 직접 무대에 오르기도 한다. ‘뉴컨텐츠컴퍼니’가 제작한 뮤지컬 ‘벤허’에서는 전차가 경주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여기에서 실물 크기의 로봇 말이 등장한다. 더 나아가 로봇인간 ‘제미노이드 F’와 비교적 최근에 개발된 ‘제미노이드 DK’는 배우로 등장한다. 이와 같은 기술의 발달 속도를 감안한다면, 미래에는 보다 더 고차원적인 연기가 가능할 것이며, 이에 따라 공연 예술교육계에도 큰변화가 예상된다.

가상현실(VR)을 활용한 예술교육

4차 산업혁명 시대 교육계의 큰 변화 중 하나는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과 같은 디지털 공간 세계의 활용이다. 가상 세계의 시공간을 넘나드는 감각과 경험의 확장은 거의 모든 교육 분야에서 혁신을 가져올 것이다. 예술교육과 관련해서도 가상현실을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은 매우 높다. 학생은 앱을 이용하여 가상공간에서 조선시대로 들어가 판소리를 체험할 수 있다. 또한 오케스트라를 직접 지휘해 보거나 조선시대 종묘제례악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 이러한활동은 실제로 경험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는 학생에게 매우 유익한 학습이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가상현실을 통해서 각 지역의 다양한 음악 축제를 경험하고, 여러 나라 문화권의 민속 음악을 즐기며, 다양한 종류의 음악을 향유할 수 있다. 다음은 가상현실을 활용한 음악 수업의 예이다.

가상현실을 활용한 음악 수업의 예

감성 및 인성 교육으로서 예술교육

고대부터 학교의 예술 교과는 폭넓은 감성과 상상력을 기르는데 기여하였고, 조화로운 인성 함양을 위해 필요한 교과로 인식되어 왔다. 예술교육이 청소년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정서 함양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이미 수많은 연구를 통해 입증되었다. 로봇 인간 제미노이드 F와 제미노이드 DK가 고차원적인 연기를 한다고 하지만, 인간만이 소유하는 영혼과 감성은 인공지능이 대신해 줄 수 없다. 학교의 예술교육은 감성적 경험에 기반을 둔 인성 함양에 기여하여야 한다. 예술교육에서 최첨단 매체의 등장은 교수·학습 방법을 최적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매체를 잘못 이용하면 반인류적인 상상력 혹은 개인주의적 성향을 촉발시킬 수 있다. 정신병리학 교수 스피저(M. Spitzer)는 자의식 형성과 뇌의 성숙을 위하여 현실 세계의 감각적 경험이 필요하다고 언급하면서, 디지털 기기의 남용은 자의식 및 뇌의 형성에 뚜렷하게 피해를 준다고 주장하였다(M. Spitzer, 2012). 스티븐 호킹(S. Hawking) 박사는 100년 후에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할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영화 ‘터미네이터’와 ‘매트릭스’에서 로봇의 전투 능력이 인간보다 월등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러한 예측은 가능하다. 미래에는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디스토피아적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문명의 이기에 대하여 논할 때에는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쌍방의 관점에서 진지하게 성찰해 보아야 한다.

인간다움을 발견하는 예술교육

4차 산업혁명은 무엇보다도 인공지능이라는 핵심 키워드로 축약된다. 미래에는 기계가 스스로 학습을 통해서 인간이 하는 대다수의 일을 수행할 것이다. 기계가 빠르고 정확하게 일을 처리함으로써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그리고 효율적으로 생산을 한다는 것은 확정된 미래다. 이점에서 많은 학자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많은 직업들이 가혹하게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렇다면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직업은 무엇일까? 아마도 인간성을 회복시켜 줄 수 있는 직업, 즉 철학, 예술과 같은 분야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이 두 분야는 인간됨을 결정짓는 대표적인 학문이자 인류 문화의 결정체이다. 지금까지 인류가 해 온 일을 크게 두 갈래로 구분하면 하나는 물질세계에서의 만족 추구이고, 다른 하나는 정신세계에서의 만족 추구이다. 물질세계의 추구는 기술의 변화로 이어지고, 기술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기계들의 등장은 인간에게 편리를 주었으나,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의 정신을 황폐하게 만들고 인간을 고립되게 만들었다. 정신세계의 추구는 철학, 예술과 같은 인문적 영역을 통한 인간성 회복에서 그 의미를 찾는다. 기술에 영향을 받지 않는 정신적 영역은 인간에게 남겨진 산물 이다. 인간이 철학을 통해 해야 할 일은 닥쳐올 변화에 대해 화두를 찾고 논하는 것이다. 기술이라는 자체에는 도덕도 비도덕도 없고 자비도 관용도 없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기술을 가진 인간이 비인간적으로 기술을 악용하지 않도록 정신을 무장해 주는 철학과 예술의 역할이 더 중요해지는 시대이기도 하다.
인간다움을 발견하는 것은 예술교육을 통해 가능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여 예술교육은 예술을 이해하는 지식과 비판적 사고력 외에도 도덕적 판단력을 가진 인간 육성을 추구 하여야 한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취향에 맞추어 가는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확증 편향을 가질 수 있다. 합리적 이성과 도덕적 양심 안에서 파생된 제도와 문화의 힘이 어두운 본성을 통제하지 않는다면 미래에 희망은 없다. 혁신적인 기계 앞에서 인간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려면 무엇보다도 상대방 을 포용하고 존중하며 배려하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예술교육이 보다 건전하고 풍요로운 삶을 이상으로 여기고, 학생의 개인적·사회적 삶 속에서 이러한 이상 을 바르게 실현시켜 줄 때 인간다움을 발견하는 예술교육 으로써 가치화될 것이다.

참고문헌

  • 김은수(2013). 프로젝션 맵핑(Projection Mapping)이 적용된 이벤트 공간경향 분석. 한국실내디자인학회, 2013년도 추계학술발표대회 논문집.

  • 양희덕(2017). 4차 산업 시대 인공지능 기반 음악, 2017년 중등1급 정교사(음악) 자격연수. 조선대학교.

  • 정영근(2017). 교육의 진보인가 종말인가?-디지털 기술문명시대에 대한 일반교육 학적 성찰. 교육철학연구, 제39권 제4호.

  • Spitzer, M.(2012). Digitale Demenz. Wie wir uns und unsere Kinder um den

Verstald bringen. München: Droemer.

민경훈  한국교원대학교 교수

독일 뮌스터대학교에서 교육학박사(음악교육)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한국교원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예술교육의 활성화에 관심을 가지고 비대면 예술 원격수업 콘텐츠 등 예술교육에 관한 다양한 혁신적 연구를 통해 교육부장관상과 대통령상을 수상하였다. 「음악교육학총론」, 「음악교수학습방법」 등 다수의 저서를 집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