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다문화교육의 쟁점과 개선방향
● 글·장인실 경인교육대학교 교수
다문화사회로의 전환
한국이 본격적으로 다문화사회로의 전환된 시기는 1988년에 개최된 88서울올림픽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한국 경제가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의 국내 유입이 본격화되었고,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 사업으로 촉발된 국제결혼은 1990년대 중반부터 양적, 질적으로 이전과 다른 양상을 띠게 된다. 1994년을 기점으로 한국 남성과 외국 여성 결혼 건수가 한국 여성과 외국 남성 결혼 건수를 추월하기 시작하였으며, 2006년에 국제결혼 건수가 정점에 이르게 된다. 학문적으로 다문화 가정은 외국인 근로자 가정, 결혼 이민자 가정, 북한 이탈 주민 가정으로 나누어진다.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는 일정 기간의 계약이 만료되면 모국으로 돌아가는 반면, 국제결혼으로 이루어진 결혼 이민자와 그 자녀들은 한국 국민으로 살아가기에 대부분의 정책적 관심은 결혼 이민자들과 그 자녀들에게 집중되게 된다.
2020년 행정안전부 자료에 의하면, 한국 국적을 가지지 않은 외국인 중 외국인 근로자가 29%로 다수를 차지하고, 그 뒤로 외국 국적 동포가 17%, 결혼 이민자가 9.8%, 유학생이 9%, 기타 외국인이 35.2%를 차지하고 있다. 결혼 이민자 중에는 귀화한 분들도 있지만, 여전히 상대적인 숫자는 결혼 이민자보다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편이다. 그러나 국가의 다문화교육 정책 관심은 국제결혼으로 이루어진 결혼 이민자와 그 자녀에게 집중되면서, 결혼 이민자와 그 자녀를 위한 교육이 다문화교육의 전부로 인식되기도 하였다.
한국 사회에서 다문화 가정의 증가는 다문화 학생의 증가로 이어진다. 다문화 학생은 국제결혼 가정의 자녀와 외국인 가정의 자녀 등으로 구분되지만, 교육에 있어서는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따라 미등록 이주 아동의 교육권도 보장해 주고 있다. 2021년 초·중등학교 다문화 학생의 수는 160,056명으로 전체 초·중등학생 중 다문화 학생의 비율은 3%를 차지한다. 학교급별로 살펴보면, 초등학교가 111,371명으로 가장 많으며, 중학교가 33,950명, 고등학교가 14,307명을 차지하고 있으나, 작년 대비 증가분을 살펴보면, 초등학교가 3,677명(3.4%), 중학교 7,177명(26.8%), 고등학교가 1,829명(14.7%)로 증가하여 초등학교뿐만 아니라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도 다문화 학생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제결혼 추이(통계청, 2021)
학교 급별 다문화 학생 수(교육부, 2021)
다문화교육의 개념
다문화교육에 대한 개념은 학자들마다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지만, 다문화교육의 대표적인 학자인 Banks(2008)가 보는 다문화교육의 핵심 목표는 ‘학교와 다른 교육기관을 개혁하여 인종, 민족, 사회적 계층 등의 배경이 다른 학생들이 교육적 평등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Bennett(2011)도 다문화교육은 ‘학교와 교실에서의 평등교육을 향한 운동으로 교육과정을 개혁하고 다문화적 능력을 획득하여 사회 정의를 실현하도록 하는 교수와 학습의 복합적 접근법’으로 정의한다. 그러므로 다문화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는 학교와 교육기관의 교육과정 개혁을 통한 평등교육의 실현이다. 이렇듯 다문화교육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교육과정 개혁이 핵심적인 부분이나, 대부분의 교사들은 다문화교육을 교육과정과의 연계로 보기보다는 다른 나라 문화를 배우는 교육,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는 교육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다문화교육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인하여 현 정부는 다문화교육을 대신할 교육으로 세계시민교육을 내세우고 있으며, 몇몇 학자는 다문화교육 대신 유럽에서 성행되고 있는 상호문화교육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관점은 다문화교육을 적응훈련의 일종으로 보고, 다른 사회의 언어와 풍습, 문화를 배우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교육(주간조선, 2019. 3. 24)으로 간주하는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세계시민교육은 2015년 세계교육포럼에서 지속 가능 발전 목표 시대의 새로운 국제 교육 의제로 부상한 것으로 인류 보편적 가치인 세계 평화, 인권, 문화다양성 등에 대해 폭넓게 이해하고 실천하는 책임 있는 시민을 양성하는 교육으로 정의되어 있다(위키피디아, 2022). 그러나 세계시민교육은 학문적인 토대가 확고한 용어가 아니기 때문에 세계시민이라는 개념의 모호성과 어떻게 세계시민을 길러낼 것인가에 대한 방법적 측면에서의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상호문화교육은 서로 상대방의 문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교육으로, 이러한 목표는 Sleeter & Grant(2009)가 주장하는 다문화교육의 다섯 가지 접근법 중에서 대인관계에만 중점을 둔 접근법이라 할 수 있다. 반면에 다문화교육은 평등교육을 목표로 비판적 사고력 향상을 통한 인식 개혁, 교육과정의 개혁, 학교 개혁, 사회 개혁을 강조하는 학문으로, 다문화교육을 기존의 다문화 가정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으로 보는 관점에서 탈피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다문화교육의 쟁점과 개선 방향
한국에서 나타나는 다문화교육의 쟁점을 위에서 언급한 점들을 토대로 기술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다문화교육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오해에 대한 문제이다. 다문화교육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초기 한국의 다문화교육 정책이 다문화 가정에 집중됨으로 인해 다문화교육이 다문화 가정을 위한 교육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에 발생하였다.
다문화교육은 교육이 우선되는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초기 한국의 다문화교육 정책 방향이 ‘교육’이라는 측면보다는 다문화가정과 학생을 위한 ‘복지’ 측면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으로 인해 기존 한국인들과의 역차별 논란이 야기되기도 하였다. 또한 다문화교육이 다문화 가정과 혼돈되어 인식됨으로 인해 다문화 가정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다문화교육에 함께 투영되기도 하였다.
한국에서 다문화교육과 관련한 쟁점 중 가장 먼저 논의되어야 할 부분이 다문화교육과 다문화 가정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매스컴을 통한 꾸준한 홍보와 모든 학생을 위한 다문화교육이 학교 교육과정에 편성되는 것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다문화교육 정책에 대한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문화교육 개념에서도 살펴보았듯이, 다문화교육은 다문화 학생을 한국 사회에 적응시키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모두를 위한 평등교육을 실현하는 것이다. 평등교육이란 모든 학생이 그들이 가진 잠재력을 발현할 수 있는 교육을 실현하는 것으로 이를 위해서는 학교 교육과정 개혁이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다문화 학생을 한국어를 못하는 학생으로만 보지 말고, 이들이 잘 할 수 있는 언어를 활용하여 교육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다.
실제로 다문화 학생이 밀집되어 있는 학교에서는 이중언어 병행수업을 실시하여, 수학 시간에 한국 학생과 중국 다문화 학생이 함께 한국어와 중국어로 수학을 배움으로써 한국 학생은 중국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중국 학생은 강점인 중국어를 활용하여 수학과 한국어를 동시에 배울 수 있도록 하였다. 다문화교육을 한국어교육과 같은 개념으로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다문화 학생과 한국 학생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다문화교육 정책 방향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세 번째는 위에서 제시한 다문화교육 정책이 바뀌기 위해서 다문화 학생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가 필요한데, 다문화 학생을 결핍이론에 근거하여 바라보기보다는 나와 다르다는 차이이론에 근거하여 바라보며 이에 근거하여 다문화교육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정책 방향은 다문화학생의 약점인 한국어교육과 한국문화교육의 결핍을 채워주는 측면만을 강조하기보다는 그들의 강점을 증진하여 잠재력을 키울 수 있도록 정책이 수립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교육부는 2019년부터 세계시민교육을 강조하면서, 그동안 다문화학생의 강점을 지원해 오던 유일한 사업인 ‘글로벌브릿지 사업’ 등을 일몰사업으로 지정하였다. 모두를 위하여 다문화인식을 고양하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하나, 다문화 학생의 한국 적응을 돕는 교육과 함께 강점을 키워 글로벌 인재로 육성할 수 있는 정책과 프로그램도 중요하다. 다문화 학생이 한국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것만으로 이들이 한국 사회에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경쟁력이 구비되는가를 생각해 보아야한다.
네 번째는 다문화 학생의 비율이 여전히 초등학교가 가장 많기는 하지만, 중·고등학교에서의 다문화 학생 비율도 증가하고 있다. 다문화 학생 중에서도 중도입국 학생들에게 중· 고등학교에서의 적응은 초등학교보다 훨씬 어려움이 많다. 이들에게 학업을 통한 진로보다는 다양한 형태의 진로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학교 교육과정의 다양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것은 다문화 학생만을 위한 교육과정의 다양화가 아니라, 다양한 역량을 가진 인재를 요구하는 4차 산업 시대의 미래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학생이 자신이가진 잠재력을 발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이러한 방향으로 학교 교육과정의 자율화와 다양화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
미래 한국 다문화교육의 방향은 다문화 가정과 학생들을 위한
‘복지’가 아닌 그들이 한국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국민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에 집중하여야 한다.
그들을 위한 교육은 동화에 근거하여 한국화 하는 교육이 아니라 그들의 강점과 잠재력을 발휘하여
한국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
❞
나가며
미래 한국 다문화교육의 방향은 다문화 가정과 학생들을 위한 ‘복지’가 아닌 그들이 한국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국민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에 집중하여야 한다. 그들을 위한 교육은 동화에 근거하여 한국화하는 교육이 아니라 그들의 강점과 잠재력을 발휘하여 한국 사회에 기여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으로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 또한 주류 사회를 위한 다문화교육은 행사적인 문화이해교육이 아닌 비판적인 사고력을 가진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과 교과서의 개혁이 중요하다.
이러한 다문화 교육과정 설계와 수업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교사들의 인식과 역량이 중요하다. 단기간에 실시되는 다문화교육 연수도 필요하지만, 모든 예비교사들은 교사가 되기 전에 다문화교육에 대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사범대학과 교육대학에서 다문화교육을 필수 교직 과목으로 이수할 수 있도록 하여 변화하는 학교와 교실에 대비할 수 있는 교사를 양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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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2021). 2021년 다문화교육 지원계획. 교육부 교육기회보장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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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조선 (2019). 다문화가 아니라 상호문화다. 38-43.
-
통계청 (2021). 인구동향조사: 2020년 혼인·이혼통계. 사회통계국인구동향과.
-
Banks, J. A. (2008). Teaching strategies for ethnic studies (8th ed.). Boston: Allyn & Bacon.
-
Bennett, I. C. (2011). Comprehensive multicultural education : Theory and practice (7th ed.). Boston: Allyn & Bacon.
-
Sleeter, C. E, & Grant, C. A (2009). Making choices for multicultural education: Five approaches to race, class and gender. 문승호, 김영천, 정정훈 역. 다문화교육의 탐구: 다섯 가지 방법들. 서울: 아카데미프레스.
장인실 경인교육대학교 교수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에서 교육과정과 수업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경인교육대학교 교수와 한국다문화교육연구원 원장을 역임하고 있다. 연구 관심은 학교 교육과정 설계 , 다문화교육,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이와 관련한 연구와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 다문화교육의 쟁점과 개선방향
● 글·장인실 경인교육대학교 교수
다문화사회로의 전환
한국이 본격적으로 다문화사회로의 전환된 시기는 1988년에 개최된 88서울올림픽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한국 경제가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의 국내 유입이 본격화되었고,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 사업으로 촉발된 국제결혼은 1990년대 중반부터 양적, 질적으로 이전과 다른 양상을 띠게 된다. 1994년을 기점으로 한국 남성과 외국 여성 결혼 건수가 한국 여성과 외국 남성 결혼 건수를 추월하기 시작하였으며, 2006년에 국제결혼 건수가 정점에 이르게 된다. 학문적으로 다문화 가정은 외국인 근로자 가정, 결혼 이민자 가정, 북한 이탈 주민 가정으로 나누어진다.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는 일정 기간의 계약이 만료되면 모국으로 돌아가는 반면, 국제결혼으로 이루어진 결혼 이민자와 그 자녀들은 한국 국민으로 살아가기에 대부분의 정책적 관심은 결혼 이민자들과 그 자녀들에게 집중되게 된다.
2020년 행정안전부 자료에 의하면, 한국 국적을 가지지 않은 외국인 중 외국인 근로자가 29%로 다수를 차지하고, 그 뒤로 외국 국적 동포가 17%, 결혼 이민자가 9.8%, 유학생이 9%, 기타 외국인이 35.2%를 차지하고 있다. 결혼 이민자 중에는 귀화한 분들도 있지만, 여전히 상대적인 숫자는 결혼 이민자보다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편이다. 그러나 국가의 다문화교육 정책 관심은 국제결혼으로 이루어진 결혼 이민자와 그 자녀에게 집중되면서, 결혼 이민자와 그 자녀를 위한 교육이 다문화교육의 전부로 인식되기도 하였다.
한국 사회에서 다문화 가정의 증가는 다문화 학생의 증가로 이어진다. 다문화 학생은 국제결혼 가정의 자녀와 외국인 가정의 자녀 등으로 구분되지만, 교육에 있어서는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따라 미등록 이주 아동의 교육권도 보장해 주고 있다. 2021년 초·중등학교 다문화 학생의 수는 160,056명으로 전체 초·중등학생 중 다문화 학생의 비율은 3%를 차지한다. 학교급별로 살펴보면, 초등학교가 111,371명으로 가장 많으며, 중학교가 33,950명, 고등학교가 14,307명을 차지하고 있으나, 작년 대비 증가분을 살펴보면, 초등학교가 3,677명(3.4%), 중학교 7,177명(26.8%), 고등학교가 1,829명(14.7%)로 증가하여 초등학교뿐만 아니라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도 다문화 학생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제결혼 추이(통계청, 2021)
학교 급별 다문화 학생 수(교육부, 2021)
다문화교육의 개념
다문화교육에 대한 개념은 학자들마다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지만, 다문화교육의 대표적인 학자인 Banks(2008)가 보는 다문화교육의 핵심 목표는 ‘학교와 다른 교육기관을 개혁하여 인종, 민족, 사회적 계층 등의 배경이 다른 학생들이 교육적 평등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Bennett(2011)도 다문화교육은 ‘학교와 교실에서의 평등교육을 향한 운동으로 교육과정을 개혁하고 다문화적 능력을 획득하여 사회 정의를 실현하도록 하는 교수와 학습의 복합적 접근법’으로 정의한다. 그러므로 다문화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는 학교와 교육기관의 교육과정 개혁을 통한 평등교육의 실현이다. 이렇듯 다문화교육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교육과정 개혁이 핵심적인 부분이나, 대부분의 교사들은 다문화교육을 교육과정과의 연계로 보기보다는 다른 나라 문화를 배우는 교육,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는 교육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다문화교육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인하여 현 정부는 다문화교육을 대신할 교육으로 세계시민교육을 내세우고 있으며, 몇몇 학자는 다문화교육 대신 유럽에서 성행되고 있는 상호문화교육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관점은 다문화교육을 적응훈련의 일종으로 보고, 다른 사회의 언어와 풍습, 문화를 배우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교육(주간조선, 2019. 3. 24)으로 간주하는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세계시민교육은 2015년 세계교육포럼에서 지속 가능 발전 목표 시대의 새로운 국제 교육 의제로 부상한 것으로 인류 보편적 가치인 세계 평화, 인권, 문화다양성 등에 대해 폭넓게 이해하고 실천하는 책임 있는 시민을 양성하는 교육으로 정의되어 있다(위키피디아, 2022). 그러나 세계시민교육은 학문적인 토대가 확고한 용어가 아니기 때문에 세계시민이라는 개념의 모호성과 어떻게 세계시민을 길러낼 것인가에 대한 방법적 측면에서의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상호문화교육은 서로 상대방의 문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교육으로, 이러한 목표는 Sleeter & Grant(2009)가 주장하는 다문화교육의 다섯 가지 접근법 중에서 대인관계에만 중점을 둔 접근법이라 할 수 있다. 반면에 다문화교육은 평등교육을 목표로 비판적 사고력 향상을 통한 인식 개혁, 교육과정의 개혁, 학교 개혁, 사회 개혁을 강조하는 학문으로, 다문화교육을 기존의 다문화 가정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으로 보는 관점에서 탈피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다문화교육의 쟁점과 개선 방향
한국에서 나타나는 다문화교육의 쟁점을 위에서 언급한 점들을 토대로 기술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다문화교육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오해에 대한 문제이다. 다문화교육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초기 한국의 다문화교육 정책이 다문화 가정에 집중됨으로 인해 다문화교육이 다문화 가정을 위한 교육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에 발생하였다.
다문화교육은 교육이 우선되는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초기 한국의 다문화교육 정책 방향이 ‘교육’이라는 측면보다는 다문화가정과 학생을 위한 ‘복지’ 측면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으로 인해 기존 한국인들과의 역차별 논란이 야기되기도 하였다. 또한 다문화교육이 다문화 가정과 혼돈되어 인식됨으로 인해 다문화 가정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다문화교육에 함께 투영되기도 하였다.
한국에서 다문화교육과 관련한 쟁점 중 가장 먼저 논의되어야 할 부분이 다문화교육과 다문화 가정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매스컴을 통한 꾸준한 홍보와 모든 학생을 위한 다문화교육이 학교 교육과정에 편성되는 것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다문화교육 정책에 대한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문화교육 개념에서도 살펴보았듯이, 다문화교육은 다문화 학생을 한국 사회에 적응시키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모두를 위한 평등교육을 실현하는 것이다. 평등교육이란 모든 학생이 그들이 가진 잠재력을 발현할 수 있는 교육을 실현하는 것으로 이를 위해서는 학교 교육과정 개혁이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다문화 학생을 한국어를 못하는 학생으로만 보지 말고, 이들이 잘 할 수 있는 언어를 활용하여 교육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다.
실제로 다문화 학생이 밀집되어 있는 학교에서는 이중언어 병행수업을 실시하여, 수학 시간에 한국 학생과 중국 다문화 학생이 함께 한국어와 중국어로 수학을 배움으로써 한국 학생은 중국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중국 학생은 강점인 중국어를 활용하여 수학과 한국어를 동시에 배울 수 있도록 하였다. 다문화교육을 한국어교육과 같은 개념으로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다문화 학생과 한국 학생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다문화교육 정책 방향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세 번째는 위에서 제시한 다문화교육 정책이 바뀌기 위해서 다문화 학생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가 필요한데, 다문화 학생을 결핍이론에 근거하여 바라보기보다는 나와 다르다는 차이이론에 근거하여 바라보며 이에 근거하여 다문화교육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정책 방향은 다문화학생의 약점인 한국어교육과 한국문화교육의 결핍을 채워주는 측면만을 강조하기보다는 그들의 강점을 증진하여 잠재력을 키울 수 있도록 정책이 수립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교육부는 2019년부터 세계시민교육을 강조하면서, 그동안 다문화학생의 강점을 지원해 오던 유일한 사업인 ‘글로벌브릿지 사업’ 등을 일몰사업으로 지정하였다. 모두를 위하여 다문화인식을 고양하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하나, 다문화 학생의 한국 적응을 돕는 교육과 함께 강점을 키워 글로벌 인재로 육성할 수 있는 정책과 프로그램도 중요하다. 다문화 학생이 한국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것만으로 이들이 한국 사회에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경쟁력이 구비되는가를 생각해 보아야한다.
네 번째는 다문화 학생의 비율이 여전히 초등학교가 가장 많기는 하지만, 중·고등학교에서의 다문화 학생 비율도 증가하고 있다. 다문화 학생 중에서도 중도입국 학생들에게 중· 고등학교에서의 적응은 초등학교보다 훨씬 어려움이 많다. 이들에게 학업을 통한 진로보다는 다양한 형태의 진로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학교 교육과정의 다양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것은 다문화 학생만을 위한 교육과정의 다양화가 아니라, 다양한 역량을 가진 인재를 요구하는 4차 산업 시대의 미래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학생이 자신이가진 잠재력을 발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이러한 방향으로 학교 교육과정의 자율화와 다양화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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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한국 다문화교육의 방향은 다문화 가정과 학생들을 위한 ‘복지’가 아닌 그들이 한국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국민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에 집중하여야 한다.
그들을 위한 교육은 동화에 근거하여 한국화 하는 교육이 아니라 그들의 강점과 잠재력을 발휘하여 한국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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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며
미래 한국 다문화교육의 방향은 다문화 가정과 학생들을 위한 ‘복지’가 아닌 그들이 한국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국민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에 집중하여야 한다. 그들을 위한 교육은 동화에 근거하여 한국화하는 교육이 아니라 그들의 강점과 잠재력을 발휘하여 한국 사회에 기여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으로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 또한 주류 사회를 위한 다문화교육은 행사적인 문화이해교육이 아닌 비판적인 사고력을 가진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과 교과서의 개혁이 중요하다.
이러한 다문화 교육과정 설계와 수업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교사들의 인식과 역량이 중요하다. 단기간에 실시되는 다문화교육 연수도 필요하지만, 모든 예비교사들은 교사가 되기 전에 다문화교육에 대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사범대학과 교육대학에서 다문화교육을 필수 교직 과목으로 이수할 수 있도록 하여 변화하는 학교와 교실에 대비할 수 있는 교사를 양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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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2021). 2021년 다문화교육 지원계획. 교육부 교육기회보장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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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조선 (2019). 다문화가 아니라 상호문화다. 3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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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2021). 인구동향조사: 2020년 혼인·이혼통계. 사회통계국인구동향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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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nks, J. A. (2008). Teaching strategies for ethnic studies (8th ed.). Boston: Allyn & Ba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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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nnett, I. C. (2011). Comprehensive multicultural education : Theory and practice (7th ed.). Boston: Allyn & Ba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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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eeter, C. E, & Grant, C. A (2009). Making choices for multicultural education: Five approaches to race, class and gender. 문승호, 김영천, 정정훈 역. 다문화교육의 탐구: 다섯 가지 방법들. 서울: 아카데미프레스.
장인실 경인교육대학교 교수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에서 교육과정과 수업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경인교육대학교 교수와 한국다문화교육연구원 원장을 역임하고 있다. 연구 관심은 학교 교육과정 설계 , 다문화교육,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이와 관련한 연구와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