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학력보다‘역량’
교육 대전환 통해
세계 중심으로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의장

국가교육회의는 문재인 정부 임기 내내
교육개혁에 대한 사회적 공론을 모으고,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 미래교육체제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한 노력이었다.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의장은 “미래형 교육은
학력 중심에서 역량 중심으로 이동하고
학생들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할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며 “학생들의 삶에 근거를
두고 분권적, 상향식 교육시스템으로
바꾸는 것이 미래 학교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미래는 학력보다‘역량’
교육 대전환 통해
세계 중심으로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의장

국가교육회의는 문재인 정부 임기 내내
교육개혁에 대한 사회적 공론을 모으고,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 미래교육체제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한 노력이었다.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의장은 “미래형 교육은
학력 중심에서 역량 중심으로 이동하고
학생들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할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며 “학생들의 삶에 근거를
두고 분권적, 상향식 교육시스템으로
바꾸는 것이 미래 학교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대담 중인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의장(왼쪽)과 홍미영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부원장(오른쪽)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홍미영 부원장(이하 홍) • 국가교육회의 2~3기 의장을 거쳐 4기 의장으로 올해 마지막 임기를 수행하고 계십니다. 국가교육회의는 2017년 12월 출범 이후 많은 역할을 해 왔습니다. 설립 목적과 역할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의장(이하 김) • 국가교육회의는 2017년 12월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에 앞서 교육혁신과 중장기적이고 일관된 교육정책 기틀을 마련하고자 대통령직속 자문기구로 설립됐습니다. 교육개혁은 정부가 독단적·일방적으로 하기보다 국민의 충분한 공론을 모아 공감과 합의 속에서 추진되도록 해야 합니다. 이에 국가교육회의는 교육개혁에 대한 사회적 공론을 모으고,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국가 수준의 교육개혁과 거버넌스 혁신을 위한 전담 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의 설치 추진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홍 • 국가교육회의는 출범 후 교육개혁을 위한 3차례의 사회적 협의를 진행해 왔습니다. 사회적 협의가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짚어 주십시오.

김 • 국가교육회의는 대입제도, 교원양성체제 개편 등 이해관계가 대립된 주요 교육정책에 대한 ‘사회적 협의’를 추진해 일정한 성과를 거뒀습니다. 그동안 다양한 국민 의견을 반영해 공론화를 추진하고, 대입제도 개편 권고안(‘18. 8. 7.)과 미래 학교와 교육과정에 적합한 교원양성체제 발전 방향 수립을 위한 이해관계자 합의문, 정책 집중 숙의 결과 및 권고안을 발표했습니다(‘20. 12. 15.). 또한 교육과정 총론 중심으로 사회적 협의를 추진해 국민참여 2022 국가교육과정 개정 권고안도 냈습니다(‘21. 9. 9.).
그동안 기존의 교육정책은 정책담당자나 소수 전문가 주도로 이뤄졌고, 당사자인 학생, 학부모, 교사를 포함한 국민이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매우 제한적이었습니다. 국가교육회의는 국민의 교육 주권 실현을 위해 교육정책에 대한 사회적 협의를 시도하며 미래교육체제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했습니다.


미래형 교육은 학력 중심에서 역량
중심으로 이동하고 아이들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할 능력을 키워줘야 합니다.

홍 • 3차례의 사회적 협의 외에 2020년~2021년 1만6000여 명의 국민참여단을 운영해 큰 성과를 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이 궁금합니다.

김 • 국가교육회의는 교육정책에 대해 국민이 직접 참여 하고 소통하는 협의기구가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2020~2022년 국민참여단을 운영했습니다. 첫 해에는 전국에서 7,000여 명이 참여해 온·오프라인 워크숍, 지역별·주체별 숙의, 원탁토론, 온라인 투표 등을 통해 ‘2020 국민참여 10대 미래교육 의제’, ‘청년미래교육 5대 의제’를 선정했습니다.
의제에는 포용적 교육체제, 새로운 시대에 맞는 교육과정, 디지털 기반의 교육과 학교공간 혁신 등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교육 과제가 담겼습니다. 2021년에는 9,000여 명이 참여해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19차례의 지역별·주체별 토론회를 통해 10대 미래교육의제 실천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을 제안했습니다.
또 교육자치·분권의 토대가 될 지역교육 네트워크를 만드는 데도 기여했습니다. 또한 미래를 살아갈 청년들이 지속적으로 교육에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도록 국민참여단 중 10~30대를 대상으로 청년·청소년자문단을 별도로 꾸리기도 했습니다. 청년·청소년자문단 역시 5대 의제를 중심으로 워크숍, 포럼, 토론회, 경청회 등을 통해 비대면 교육, 학생자치, 평생학습대학 등을 청년의 시각에서 논의하고 정책을 제안했습니다.

홍 •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사회변화와 미래교육체제 전환에 대비하기 위해 학교 현장에서 역량 교육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의장님께서 생각하는 미래사회를 이끌 인재상과 인재양성을 위한 정책 방향은 무엇일까요?

김 • 서구 추격형 산업화를 추진하던 지난 산업화 시대의 교육의 모토는 “서구에서 생산된 새로운 지식을 빨리빨리 받아들여 가능하면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에게 주입 암기시켜 서구 선진국을 하루빨리 쫓아가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한국 사회가 여러 가지 큰 전환기를 지나면서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고, 4차 산업혁명, 코로나19, 기후·환경 변화 등으로 사회변화도 굉장히 빨라졌습니다. 이제는 서구 추격형 모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 현실에 맞는 교육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 시기에 도달했습니다.
2021년에 실시한 ‘국가교육과정 개정을 위한 사회적 협의’ 대국민 설문결과를 보면 국가가 요구하는 ‘인재상’보다 개인과 공동체의 행복을 균형 있게 추구하는 ‘인간상’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낡은 산업화 시대의 분절형 교육시스템을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역량 중심의 생태계형 교육시스템으로 변화시켜야 합니다. 미래형 교육은 학력 중심에서 역량 중심으로 이동하고 아이들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할 능력을 키워줘야 합니다. 기존의 획일적인 교육시스템을 교육현장과 지역에서 이뤄지는 학생들의 삶에 근거를 두는 분권적, 상향식 교육시스템으로 바꾸는 것이 미래 학교가 지향해야 할 방향입니다.

홍 • 2022 교육과정 개정 추진 과정은 학생, 학부모, 교사 등 각계각층 교육주체들의 의견 수렴과 사회적 협의가 진행된 점이 전문가 중심의 개정체제와 다릅니다. 수차례의 토론과 숙의를 거쳐 국가교육과정 개정 권고안이 발표됐는데요. 국민참여 국가교육과정 개정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 왔고, 어떤 성과를 냈는지 설명해 주십시오.

김 • 국가교육회의는 전문가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국가교육과정 영역에서 국민이 참여하는 토론과 숙의를 거쳐 포괄적 협의를 이끌어냈습니다. 약 10만여 명이 참여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토대로 7가지 토론 주제를 선정하고, 학생, 학부모, 교사, 일반 시민, 전문가 등이 숙의 토론을 거쳐 협의문을 완성한 것은 기존 전문가 중심의 교육과정 개정을 탈피해 국민참여 교육과정 개정을 시도했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국가교육과정의 비전과 방향에 대해 국민이 함께 학습하고 토론한 경험은 2022 개정 교육과정이 국민 공감대를 바탕으로 학교와 지역에서 역동적으로 운영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 국가교육위원회 출범을 앞두고 새로운 교육과정 수립의 원칙과 절차를 마련하는 자산이 될 것입니다.

홍 • 2022년 7월 국가교육위원회 출범을 앞두고 있습 니다. 중장기적 국가교육발전계획 수립을 위한 국가교육위원회 설립 추진과정과 역할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오.

김 • 가교육회의는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위해 사회 각계각층과 공동노력을 담은 합의문, 선언문 등을 지속적으로 발표(2019년 4건, 2020년 5건)했으며, 교육계 기관장과의 간담회, 강연·인터뷰·기고, 포럼 및 정책토론회 등을 통해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필요성에 대한 국민 공감대를 확산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2021년 7월 국회 본회의에서 관련 법률안이 최종 의결됐습니다. 이후, 국가교육위원회의 체계적 출범을 위해 ‘국가교육위원회설치지원전문위원회’를 확대 운영하고 집중 논의(26회)를 통해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안)’과 ‘국가교육과정 제·개정 원칙 및 절차 등에 관한 규정(안)’을 마련했습니다. 또 각계의견 수렴을 위해 교육부와 공동으로 권역별 토론회(4회), 국회간담회와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국가교육위원회는 ‘하향식 교육정책 수립방식’에서 벗어나 ‘국민참여형 상향식 교육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에 출범 취지를 두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으로 학생·청년과 학부모 등 교육 주체가 각각 2명씩 4명 이상 참여하도록 법률에 명시해 교육주체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국가교육위원회가 추진해야 하는 주요 업무는 10년 단위 국가교육발전계획 수립을 통해 미래사회 변화를 예측하고 장기적 시각에서 국가교육의 기본 방향과 중장기 목표를 설정해 교육정책을 안정적으로 추진합 니다. 또한 학습자의 삶에 기반한 국가교육과정을 수립하고 상시적 모니터링을 통해 현장 적합형 교육과정을 구현하며,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의견을 수렴하고 갈등을 조정하는 상시적 의견수렴 시스템을 구축하며, 유관부처 간 협업 체제를 구축해 실행력을 갖추는 것입니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앞으로 교육 비전과 중·장기적 교육 목표를 제시하고, 교육부는 국가교육위원회가 제시한 방향에 맞춰 구체적 계획을 수립·집행하는 방식으로 상호 견제와 균형을 통해 양 기관 본연의 임무를 추진할 것입니다.

2019년 개최된 ‘한-OECD 국제교육컨퍼런스’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있는 김진경 의장

2022년 2월 전남 여수에서 개최된 청년토크콘서트

홍 • 오늘의 우리나라 교육이 앞으로 어떻게 가야 하는지에 대한 답변을 듣고 싶습니다.

김 • 우리나라는 선진국을 따라가기 위해 맹렬한 속도로 산업화를 진행했습니다. 초등학교부터 받은 교육도 ‘우리가 사는 곳은 변방이고, 미국이 세계의 중심이다. 열심히 공부해서 서울로 나가고, 선진국으로 진출해라. 그래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가르쳤습니다. 서구의 선진 모델을 받아들이고 우리는 빠른 속도로 따라가야 한다고 교육받아 왔습니다. 결국 학교 교육은 빠른 속도의 산업화와 경제 성장에 상당히 큰 영향을 주었고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진입했고, 과거와 같은 패러다임의 교육은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세계의 중심으로 나아가려면 교육이 바뀌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학생들에게 “내가 사는 곳이 우주의 중심이고, 내가 있는 자리에서 원하는 것을 질서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인간의 창조적 본질”이라고 가르치는 것이 진정한 교육이라고 봅니다. 결국 교육의 큰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교육의 대전환이 있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더는 발전할 수 없다고 봅니다. 교육의 대전환은 많은 시스템 등의 큰 변화가 따라야 가능할 것입니다. 이제는 그 전환을 시작할 때가 되었습니다. 그 중심에는 지역성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그 변화가 가장 먼저 진행되어야 할 곳이 서울이라고 생각됩니다. 지식문화와 자원의 균형을 끌어내고 그 곳에서 또 다른 것을 채우는 방향으로의 큰 전환이 필요합니다.

홍 • 그동안 앞서가는 교육을 진행하셨다고 생각합니다. 의장님이시면서, 선배 선생님으로서 후배 선생님들에게 당부할 말씀이 있으신지요.

김 • 어떤 수필집의 내용입니다. 우리나라는 ‘낙타에게 사막 건너편에 초원이 있으니까 빨리 지나가’ 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막을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낙타는 사막에서 5%가 되지 못합니다. 때문에 우리는 사막에서 낙타가 살아남을 수 있는 오아시스를 만들어 주어야 할 것입니다.
제가 교사라는 직업을 갖게 된 것은 ‘인간의 삶은 굉장히 유한하기에 버려져도 좋은 1년이란 과연 있을 수 있는 것인가’라는 의문에서 출발했고, 삶의 과정 자체가 목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최소 6~12년 동안의 학교생활이 인생의 시간을 충만하게 채워야 할 것입니다. 이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교육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그동안 사회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교사와 지역과의 관계는 상당히 멀어졌고 무관한 존재가 돼 버렸습니다. 과거에는 교통이 발달을 하지 않아 대부분의 교사가 학생과 같은 지역에 거주했습니다. 때문에 교사이면서도 동네주민이기에 함께 어울려 살면서 교육이 함께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이와 같은 부분이 없어져 버렸습니다. 교육에서 지역과 교사의 연계는 상당히 중요한 부분으로 보여집니다.
현재 교사들이 ‘학생을 지도하기 어렵다.’ 라고 하는데, 이는 지역과의 연계성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은 ‘우리 선생님은 우리 동네와 아무 상관없고 단지 학교만 출근하시는 분’이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학교는 지역과 완전히 폐쇄되어 운영되고 있습니다. 특히 지방에 가면 교사는 지역주민에게 타인과 같은 존재로 여겨집니다. 가정과 지역의 공동성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습니다. 오히려 학교가 지역에서의 역할 확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학교와 지역사회의 관계가 거꾸로 진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학교, 교사, 지역사회와의 관계는 큰 위기라고 보여집니다.
학교가 굉장히 폐쇄적이고 방어적임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사회적인 분위기로 지난 2011년을 기점으로 학교 구성원 중 비교사의 비율이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초등학교는 절반 이상이 비교사입니다. 이는 학교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지 가정이나 지역사회에서는 아이들을 보호하고 자기 성장을 강조하고있습니다. 앞으로 학교의 역할과 교원의 역할 확대 등 학교교육이 발전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홍 •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맺음 인사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저희 교육광장은 초·중·고등학교와 대학 및 연구기관 등에 배포되고 있습니다. 물론, 온라인으로 접근하셔서 읽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김 •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는 과거 산업화 시대처럼 평생 한 가지 직업만을 가지고 살 수는 없습니다. 실업을 겪기도 하고 계속 다른 직업을 갖는 것이 보편적인 삶이 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앞으로 우리는 ‘아이들에게 어떤 역량을 길러줘야 하나’ 라는 교육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우리는 진로교육과 직업교육을 함께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은 다른 영역입니다. 진로교육은 자신의 삶의 의미와 가치 영역을 발견하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봅니다.
이제는 아이들의 자기 성장, 진로 성장의 주체가 지역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역의 모든 교육자원을 동원해 아이들의 관심 영역을 발견해 나가는 개인선택형 ‘생활학습과정’과 관련된 교육과정이 꼭 필요할 것이라고 봅니다. 앞으로는 전 국민이 교육의 주인이 되는 시스템으로 교육의 방향이 진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수도권으로 집중된 교육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지역에서도 교육과정에 대한 권한을 일정 부분 책임진다면, 지역의 지식문화와 인적·문화적 기반을 구축해 나가는 하나의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의장

대담 중인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의장(왼쪽)과 홍미영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부원장(오른쪽)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홍미영 부원장(이하 홍) • 국가교육회의 2~3기 의장을 거쳐 4기 의장으로 올해 마지막 임기를 수행하고 계십니다. 국가교육회의는 2017년 12월 출범 이후 많은 역할을 해 왔습니다. 설립 목적과 역할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의장(이하 김) • 국가교육회의는 2017년 12월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에 앞서 교육혁신과 중장기적이고 일관된 교육정책 기틀을 마련하고자 대통령직속 자문기구로 설립됐습니다. 교육개혁은 정부가 독단적·일방적으로 하기보다 국민의 충분한 공론을 모아 공감과 합의 속에서 추진되도록 해야 합니다. 이에 국가교육회의는 교육개혁에 대한 사회적 공론을 모으고,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국가 수준의 교육개혁과 거버넌스 혁신을 위한 전담 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의 설치 추진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홍 • 국가교육회의는 출범 후 교육개혁을 위한 3차례의 사회적 협의를 진행해 왔습니다. 사회적 협의가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짚어 주십시오.

김 • 국가교육회의는 대입제도, 교원양성체제 개편 등 이해관계가 대립된 주요 교육정책에 대한 ‘사회적 협의’를 추진해 일정한 성과를 거뒀습니다. 그동안 다양한 국민 의견을 반영해 공론화를 추진하고, 대입제도 개편 권고안(‘18. 8. 7.)과 미래 학교와 교육과정에 적합한 교원양성체제 발전 방향 수립을 위한 이해관계자 합의문, 정책 집중 숙의 결과 및 권고안을 발표했습니다(‘20. 12. 15.). 또한 교육과정 총론 중심으로 사회적 협의를 추진해 국민참여 2022 국가교육과정 개정 권고안도 냈습니다(‘21. 9. 9.).
그동안 기존의 교육정책은 정책담당자나 소수 전문가 주도로 이뤄졌고, 당사자인 학생, 학부모, 교사를 포함한 국민이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매우 제한적이었습니다. 국가교육회의는 국민의 교육 주권 실현을 위해 교육정책에 대한 사회적 협의를 시도하며 미래교육체제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했습니다.


미래형 교육은 학력 중심에서 역량
중심으로 이동하고 아이들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할 능력을 키워줘야 합니다.

홍 • 3차례의 사회적 협의 외에 2020년~2021년 1만6000여 명의 국민참여단을 운영해 큰 성과를 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이 궁금합니다.

김 • 국가교육회의는 교육정책에 대해 국민이 직접 참여 하고 소통하는 협의기구가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2020~2022년 국민참여단을 운영했습니다. 첫 해에는 전국에서 7,000여 명이 참여해 온·오프라인 워크숍, 지역별·주체별 숙의, 원탁토론, 온라인 투표 등을 통해 ‘2020 국민참여 10대 미래교육 의제’, ‘청년미래교육 5대 의제’를 선정했습니다.
의제에는 포용적 교육체제, 새로운 시대에 맞는 교육과정, 디지털 기반의 교육과 학교공간 혁신 등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교육 과제가 담겼습니다. 2021년에는 9,000여 명이 참여해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19차례의 지역별·주체별 토론회를 통해 10대 미래교육의제 실천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을 제안했습니다.
또 교육자치·분권의 토대가 될 지역교육 네트워크를 만드는 데도 기여했습니다. 또한 미래를 살아갈 청년들이 지속적으로 교육에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도록 국민참여단 중 10~30대를 대상으로 청년·청소년자문단을 별도로 꾸리기도 했습니다. 청년·청소년자문단 역시 5대 의제를 중심으로 워크숍, 포럼, 토론회, 경청회 등을 통해 비대면 교육, 학생자치, 평생학습대학 등을 청년의 시각에서 논의하고 정책을 제안했습니다.

홍 •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사회변화와 미래교육체제 전환에 대비하기 위해 학교 현장에서 역량 교육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의장님께서 생각하는 미래사회를 이끌 인재상과 인재양성을 위한 정책 방향은 무엇일까요?

김 • 서구 추격형 산업화를 추진하던 지난 산업화 시대의 교육의 모토는 “서구에서 생산된 새로운 지식을 빨리빨리 받아들여 가능하면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에게 주입 암기시켜 서구 선진국을 하루빨리 쫓아가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한국 사회가 여러 가지 큰 전환기를 지나면서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고, 4차 산업혁명, 코로나19, 기후·환경 변화 등으로 사회변화도 굉장히 빨라졌습니다. 이제는 서구 추격형 모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 현실에 맞는 교육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 시기에 도달했습니다.
2021년에 실시한 ‘국가교육과정 개정을 위한 사회적 협의’ 대국민 설문결과를 보면 국가가 요구하는 ‘인재상’보다 개인과 공동체의 행복을 균형 있게 추구하는 ‘인간상’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낡은 산업화 시대의 분절형 교육시스템을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역량 중심의 생태계형 교육시스템으로 변화시켜야 합니다. 미래형 교육은 학력 중심에서 역량 중심으로 이동하고 아이들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할 능력을 키워줘야 합니다. 기존의 획일적인 교육시스템을 교육현장과 지역에서 이뤄지는 학생들의 삶에 근거를 두는 분권적, 상향식 교육시스템으로 바꾸는 것이 미래 학교가 지향해야 할 방향입니다.

홍 • 2022 교육과정 개정 추진 과정은 학생, 학부모, 교사 등 각계각층 교육주체들의 의견 수렴과 사회적 협의가 진행된 점이 전문가 중심의 개정체제와 다릅니다. 수차례의 토론과 숙의를 거쳐 국가교육과정 개정 권고안이 발표됐는데요. 국민참여 국가교육과정 개정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 왔고, 어떤 성과를 냈는지 설명해 주십시오.

김 • 국가교육회의는 전문가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국가교육과정 영역에서 국민이 참여하는 토론과 숙의를 거쳐 포괄적 협의를 이끌어냈습니다. 약 10만여 명이 참여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토대로 7가지 토론 주제를 선정하고, 학생, 학부모, 교사, 일반 시민, 전문가 등이 숙의 토론을 거쳐 협의문을 완성한 것은 기존 전문가 중심의 교육과정 개정을 탈피해 국민참여 교육과정 개정을 시도했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국가교육과정의 비전과 방향에 대해 국민이 함께 학습하고 토론한 경험은 2022 개정 교육과정이 국민 공감대를 바탕으로 학교와 지역에서 역동적으로 운영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 국가교육위원회 출범을 앞두고 새로운 교육과정 수립의 원칙과 절차를 마련하는 자산이 될 것입니다.

홍 • 2022년 7월 국가교육위원회 출범을 앞두고 있습 니다. 중장기적 국가교육발전계획 수립을 위한 국가교육위원회 설립 추진과정과 역할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오.

김 • 가교육회의는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위해 사회 각계각층과 공동노력을 담은 합의문, 선언문 등을 지속적으로 발표(2019년 4건, 2020년 5건)했으며, 교육계 기관장과의 간담회, 강연·인터뷰·기고, 포럼 및 정책토론회 등을 통해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필요성에 대한 국민 공감대를 확산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2021년 7월 국회 본회의에서 관련 법률안이 최종 의결됐습니다. 이후, 국가교육위원회의 체계적 출범을 위해 ‘국가교육위원회설치지원전문위원회’를 확대 운영하고 집중 논의(26회)를 통해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안)’과 ‘국가교육과정 제·개정 원칙 및 절차 등에 관한 규정(안)’을 마련했습니다. 또 각계의견 수렴을 위해 교육부와 공동으로 권역별 토론회(4회), 국회간담회와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국가교육위원회는 ‘하향식 교육정책 수립방식’에서 벗어나 ‘국민참여형 상향식 교육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에 출범 취지를 두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으로 학생·청년과 학부모 등 교육 주체가 각각 2명씩 4명 이상 참여하도록 법률에 명시해 교육주체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국가교육위원회가 추진해야 하는 주요 업무는 10년 단위 국가교육발전계획 수립을 통해 미래사회 변화를 예측하고 장기적 시각에서 국가교육의 기본 방향과 중장기 목표를 설정해 교육정책을 안정적으로 추진합 니다. 또한 학습자의 삶에 기반한 국가교육과정을 수립하고 상시적 모니터링을 통해 현장 적합형 교육과정을 구현하며,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의견을 수렴하고 갈등을 조정하는 상시적 의견수렴 시스템을 구축하며, 유관부처 간 협업 체제를 구축해 실행력을 갖추는 것입니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앞으로 교육 비전과 중·장기적 교육 목표를 제시하고, 교육부는 국가교육위원회가 제시한 방향에 맞춰 구체적 계획을 수립·집행하는 방식으로 상호 견제와 균형을 통해 양 기관 본연의 임무를 추진할 것입니다.

2019년 개최된 ‘한-OECD 국제교육컨퍼런스’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있는 김진경 의장

2022년 2월 전남 여수에서 개최된 청년토크콘서트

홍 • 오늘의 우리나라 교육이 앞으로 어떻게 가야 하는지에 대한 답변을 듣고 싶습니다.

김 • 우리나라는 선진국을 따라가기 위해 맹렬한 속도로 산업화를 진행했습니다. 초등학교부터 받은 교육도 ‘우리가 사는 곳은 변방이고, 미국이 세계의 중심이다. 열심히 공부해서 서울로 나가고, 선진국으로 진출해라. 그래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가르쳤습니다. 서구의 선진 모델을 받아들이고 우리는 빠른 속도로 따라가야 한다고 교육받아 왔습니다. 결국 학교 교육은 빠른 속도의 산업화와 경제 성장에 상당히 큰 영향을 주었고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진입했고, 과거와 같은 패러다임의 교육은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세계의 중심으로 나아가려면 교육이 바뀌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학생들에게 “내가 사는 곳이 우주의 중심이고, 내가 있는 자리에서 원하는 것을 질서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인간의 창조적 본질”이라고 가르치는 것이 진정한 교육이라고 봅니다. 결국 교육의 큰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교육의 대전환이 있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더는 발전할 수 없다고 봅니다. 교육의 대전환은 많은 시스템 등의 큰 변화가 따라야 가능할 것입니다. 이제는 그 전환을 시작할 때가 되었습니다. 그 중심에는 지역성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그 변화가 가장 먼저 진행되어야 할 곳이 서울이라고 생각됩니다. 지식문화와 자원의 균형을 끌어내고 그 곳에서 또 다른 것을 채우는 방향으로의 큰 전환이 필요합니다.

홍 • 그동안 앞서가는 교육을 진행하셨다고 생각합니다. 의장님이시면서, 선배 선생님으로서 후배 선생님들에게 당부할 말씀이 있으신지요.

김 • 어떤 수필집의 내용입니다. 우리나라는 ‘낙타에게 사막 건너편에 초원이 있으니까 빨리 지나가’ 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막을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낙타는 사막에서 5%가 되지 못합니다. 때문에 우리는 사막에서 낙타가 살아남을 수 있는 오아시스를 만들어 주어야 할 것입니다.
제가 교사라는 직업을 갖게 된 것은 ‘인간의 삶은 굉장히 유한하기에 버려져도 좋은 1년이란 과연 있을 수 있는 것인가’라는 의문에서 출발했고, 삶의 과정 자체가 목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최소 6~12년 동안의 학교생활이 인생의 시간을 충만하게 채워야 할 것입니다. 이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교육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그동안 사회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교사와 지역과의 관계는 상당히 멀어졌고 무관한 존재가 돼 버렸습니다. 과거에는 교통이 발달을 하지 않아 대부분의 교사가 학생과 같은 지역에 거주했습니다. 때문에 교사이면서도 동네주민이기에 함께 어울려 살면서 교육이 함께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이와 같은 부분이 없어져 버렸습니다. 교육에서 지역과 교사의 연계는 상당히 중요한 부분으로 보여집니다.
현재 교사들이 ‘학생을 지도하기 어렵다.’ 라고 하는데, 이는 지역과의 연계성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은 ‘우리 선생님은 우리 동네와 아무 상관없고 단지 학교만 출근하시는 분’이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학교는 지역과 완전히 폐쇄되어 운영되고 있습니다. 특히 지방에 가면 교사는 지역주민에게 타인과 같은 존재로 여겨집니다. 가정과 지역의 공동성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습니다. 오히려 학교가 지역에서의 역할 확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학교와 지역사회의 관계가 거꾸로 진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학교, 교사, 지역사회와의 관계는 큰 위기라고 보여집니다.
학교가 굉장히 폐쇄적이고 방어적임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사회적인 분위기로 지난 2011년을 기점으로 학교 구성원 중 비교사의 비율이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초등학교는 절반 이상이 비교사입니다. 이는 학교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지 가정이나 지역사회에서는 아이들을 보호하고 자기 성장을 강조하고있습니다. 앞으로 학교의 역할과 교원의 역할 확대 등 학교교육이 발전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홍 •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맺음 인사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저희 교육광장은 초·중·고등학교와 대학 및 연구기관 등에 배포되고 있습니다. 물론, 온라인으로 접근하셔서 읽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김 •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는 과거 산업화 시대처럼 평생 한 가지 직업만을 가지고 살 수는 없습니다. 실업을 겪기도 하고 계속 다른 직업을 갖는 것이 보편적인 삶이 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앞으로 우리는 ‘아이들에게 어떤 역량을 길러줘야 하나’ 라는 교육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우리는 진로교육과 직업교육을 함께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은 다른 영역입니다. 진로교육은 자신의 삶의 의미와 가치 영역을 발견하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봅니다.
이제는 아이들의 자기 성장, 진로 성장의 주체가 지역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역의 모든 교육자원을 동원해 아이들의 관심 영역을 발견해 나가는 개인선택형 ‘생활학습과정’과 관련된 교육과정이 꼭 필요할 것이라고 봅니다. 앞으로는 전 국민이 교육의 주인이 되는 시스템으로 교육의 방향이 진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수도권으로 집중된 교육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지역에서도 교육과정에 대한 권한을 일정 부분 책임진다면, 지역의 지식문화와 인적·문화적 기반을 구축해 나가는 하나의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