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초 · 중등학교 한국어교육의 발전과
한국어 교육과정 개발 1)

● 글·남민우 KICE 연구위원

남민우 연구위원
KICE 교육과정·교과서본부

국어교육(현대시)을 전공하였고 국가수준 교과교육과정 및 교육 평가 연구를 수행하였으며 최근에는 그린스마트 미래학교에서의 교과교육 관련 연구 등을 수행 하고 있다.

1) 본 원고는 ‘남민우, 박동호, 강승혜, 김선정 외(2021). 해외 현지 초중등학교 한국어 교육과정 개발 연구.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보고 CRC 2021-16’를 재구성한 것 임.

들어가는 말

해외 현지 초·중등학교에서 한국어교육은 1999년 미국 현지 학교에서 최초 개설된 이후 최근 그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2020년 말 기준 해외 39개국, 1,669개 학교에서 한국어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재외교육기관포털, https://okep.moe.go.kr).
이에, 교육부는 해외 한국어교육 지원 추진계획(안)(2020. 2. 25.)을 수립하여 더 많은 국가, 더 많은 초·중등학교에서 정규 외국어 과목 중 하나로 한국어를 채택, 운영할 수 있도록 한국어 교과서 개발과 보급, 한국어 교사 파견 등 다양한 지원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정책들이 체계적으로 추진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 한국어 교육과정 개발이다. 교과서 개발 및 한국어교육의 질적 수준을 제고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한국어 교육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동안 개발된 한국어 교육과정은 재외동포나 국내 다문화 배경 학습자를 위한 교육과정, 비정규 한국어교육 프로그램을 위한 교육과정이었을 뿐 해외 각국의 정규 초·중등학교 학습자를 위한 한국어 교육과정이 아니었다. 이를 해결하고자 본 연구에서는 해외 각국의 초·중등학교 정규 한국어 학습자를 목표 학습자로 하는 교육과정을 개발하고자 하였다.

해외 초ㆍ중등학교 한국어교육 현황과 교육과정 개발 방향

한국어 교육과정 개발을 위한 기초자료 수집을 위해, 현재 한국어반을 운영하고 있는 해외 각국의 초·중등학교 한국어 교사를 대상으로 2021년 1월 동안 해외 현지 초·중등학교 한국어교육 현황 및 요구 조사를 실시하였고, 17개국의 121개 학교 소속 한국어 교사 121명(학교별 응답자는 1명. 외국 국적 71.9%, 한국 국적 28.1%)이 참여하였다.
먼저, 한국어 과목의 편성 및 운영 방식을 살펴보면, 121개 학교 중 31개(25.6%) 학교가 정규 과목으로, 90개(74.4%) 학교가 비정규 과목으로 개설 및 운영하고 있었다.

<표 1> 한국어 과목의 편성, 운영 현황 및 대입 과목 지정 여부

특히 신남방, 신북방 국가에서 한국어를 개설한 학교의 학급 수가 평균 10개가 넘고, 학급별 학생 수도 30명 이상으로 나타나 신남방, 신북방 국가에서 한국어교육 에 대한 수요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인다.

<표 2> 학교별 한국어 학급 수, 학교별 학생 수,
학급별 학생 수, 성별 분포

이렇게 증가하고 있는 해외 초·중등학교 한국어 학습자들을 위한 한국어 교육과정은 어떤 특성을 갖고 있어야 할까? 한국어 교사 대상의 설문 조사 결과, ‘국가별로 다양한 한국어 학습자의 흥미와 수준을 고려한 교육과정’이어야 한다는 인식이 가장 높았고, ‘외국인 대상 한국어교육의 성격과 목표를 명료히 한 교육과정’, ‘한국어교육 방법, 교재 개발, 평가 방법에 실제적 도움이 되는 교육과정’ ‘해외 각국의 교육 제도와 교육과정 체제에 부합하는 교육과정’이어야 한다는 인식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해외 초·중등학교 학습자를 위한 한국어 교육과정의 체계

현황 조사 결과 및 선행 연구 분석을 바탕으로, 본 연구에서는 한국어 교육과정의 기본 구성 원리로 세 가지를 설정하였다.
첫째, 국제적 통용성을 확보한 한국어 교육과정을 구성하고자 하였다. 예를 들어, 한국어 능력 각 등급의 의미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외국어 교육과정 체계의 어떤 등급에 대응되는지 명시적으로 이해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를 위해 외국어 교육과정으로서 국제적 통용성이 상대적으로 가장 높은 유럽공통참조기준(CEFR, Common European Framework of Reference for Languages: Learning, Teaching, Assessment)의 언어능력 등급 체계 및 교육과정 구성 원리를 중요한 준거로 설정하였다.
둘째, 목표 학습자의 언어능력 수준에 부합하는, 실증적 근거를 지닌 한국어 능력 등급 체계 및 능력 기술문을 개발하고자 하였다. 유럽공통참조기준이 제시하는 언어능력의 등급 체계와 하위 영역별 능력 기술문(descriptors) 2)은 다양한 언어의 교육 전문가들이 장기간 실증적 검증을 통해 개발되었는데, 이러한 언어능력 등급 체계 및 능력 기술문을 준용하여 한국어 교육과정의 등급 체계 및 능력 기술문을 개발하였다.
셋째, 해외 각국에서 한국어를 외국어 과목 중 하나로 채택하는 데 어려움을 해소해 줄 수 있는 교육과정을 개발하고자 하였다. 신남방 국가는 물론 다수의 국가들이 외국어 교육 정책 및 교육과정 체제 구성 과정에서 유럽공통참조기준의 정책과 체제를 준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다중언어 및 다중문화 능력(plurilingual and pluricultural competence)을 중시하는 정책 기조를 추구하고 있다. 이와 같은 다중언어 및 다중문화 정책을 반영하여 한국어 교육과정을 개발하였다.


2) 능력 기술문은 ‘언어 학습자가 구체적인 현실 상황 맥락에서 할 수 있어야 할 언어 능력의 기준’ 역할을 하는 것으로, 국내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에 대응한다.

이러한 교육과정 구성 원리에 따라 한국어 교육과정의 목표를 다음과 같이 설정하였다.

  • 자신의 언어뿐 아니라 둘 이상의 언어와 문화 레퍼토리를 구축하여 세계 시민으로서의 다양한 시각을 활용할 수 있다.
  • 한국어로 상호작용하는 의사소통 맥락에서 사회적 행위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 자신의 언어적, 사회 언어적, 화용적 능력 등 의사소통 언어 능력을 구현하기 위하여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대한 지식을 활용할 수 있다.
  • 다중언어 및 다중문화적 관점에서 다양한 유형의 매개와 상호작용을 주도할 수 있다.
  • 한국과 한국어에 대한 상호문화적 관점의 태도를 기를 수 있다.

한국어 교육과정의 내용 체계는 의사소통적 언어활동과 전략, 다중언어 및 다중문화 능력, 의사소통적 언어 능력을 3개 대범주로 설정하여, 이를 14개의 중범주로 상세화한 후, 14개의 중범주를 축으로, 구체적인 한국어 의사소통 상황 84개를 추출 및 설정함으로써 학교 현장에서 교육 목적과 상황에 맞게 다양한 한국어 수업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이러한 한국어 의사소통 상황에서 목표로 하는 한국어 능력 수준을 나타내는 능력 기술문 총 1,225개를 개발하여 구체적인 수업 내용 설정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표 3> 해외 초ㆍ중등학교 한국어 교육과정의 내용 체계

한국어 교육과정 내용의 학습을 통해 도달해야 할 한국어 능력의 기본 등급 체계(6등급 체계)는 다음과 같이 개발하였다.

<표 4> 해외 초ㆍ중등학교 한국어 능력의 등급 체계
(기본 등급 체계)

그런데 이러한 기본 등급 체계가 해외 초·중등학교에서 적용할 수 있는지 한국어 교사 9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초 단계와 자립 단계를 세분화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표 5> 한국어 교육과정 등급 체계(시안)에 따른
학교급별 적정 최종 목표 등급

이처럼 A1 등급보다 낮은 등급(Pre-A1)의 설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6등급 체계를 초·중등학교별 수준에 맞게 변형하여 조정할 수 있는 분지적 등급 체계(10등급 체계)를 추가로 개발하였다. 즉, 초등학교 및 중학교 수준에서 도달 가능할 것으로 조사된 기초 단계와 자립 단계의 등급을 각각 4등급화하고, 고등학교나 대학교 이상에서 도달 가능할 것으로 조사된 숙달 단계는 세분화하지 않는 방식으로 구성된 총 10등급 체계의 분지적 등급 체계를 개발하였다. 분지적 10등급 체계 개발은 유럽공통참조기준(CEFR)에서 교육과정 운영 방식 중 하나로 제안하고 있는 분지적 접근법(branching approach)을 발전시킨 김선정 외(2010)의 연구 결과 및 앞서 제시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하였다.

[그림 1] 해외 현지 초·중등학교 한국어 교육과정의 분지적 등급 체계

이처럼 하위 등급을 세분화한 등급 체계를 설정함으로써, 한국어 교육과정 실행 과정에서 해외 초·중등학교 학습자의 수준과 능력, 학교 상황 및 각국의 교육과정 체제를 고려한 다양한 변형과 적용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한국어 교육과정 개발 후 과제 : 맞춤형 한국어 교재 개발

본 연구에서 개발한 한국어 교육과정이 충실히 실행되기 위해서는 첫째, 본 교육과정의 취지를 반영한 한국어 교재 개발이 필요하다. 실제로 해외 한국어교육 현장에서는 초·중등학교 학습자 대상 교재가 미비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둘째, 해외 초·중등학교 학습자를 위한 맞춤형 한국어교육 평가 도구 개발이 필요하다. 기존의 평가도구 중 한국어능력시험(TOPIK)은 주요 평가 대상이 성인 학습자라는 점에서, 한국어 교육과정 진단평가(KSL)는 다문화 배경 학습자를 위한 평가도구라는 점에서 해외 현지 초·중등학교 학습자의 한국어 능력을 평가하는 데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는 않다. 따라서 해외 현지 초· 중등학교 학습자를 위한 새로운 맞춤형 한국어교육 평가 도구가 필요하다.

참고문헌

  • 남민우, 박동호, 강승혜, 김선정 외(2021). 해외 현지 초ㆍ중등학교한국어 교육과정 개발 연구.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보고 CRC 2021-16.

  • 김선정, 이동은, 공동관, 민경모(2010). 해외 초중등학교 한국어 표준교육과정 개발 연구. 교육과학기술부.

  • Council of Europe (2020). Common European Framework of Reference for Languages: Learning, teaching, assessment –Companion volume. Council of Europe Publishing, Strasbourg.(www.coe.int/lang-cef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