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수학 원리로
경제적 사고력 높인다

서울 양정중학교 김나영 교사

글. 정혜영 | 사진. 김지원

책이 아닌 일상 생활 속 수학을 통해 경제를 익힌다. 양정중학교 김나영 교사는 ‘우리 삶에서 수학이 왜 필요한지.’, ‘일상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에 대한 답을 찾으며, 학생들이 경제이론을 쉽게 체득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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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와 같은 상황에서
여러 경제 주제들을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고 스스로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은 각각의 경제 상황과
역할에 몰입하면서
자연스럽게 경제 원리를
체득하고, 경제적 사고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예술품 경매로 경제와 수학을 배운다

멋지게 옷을 입고 김나영 교사는 교실에서 수업 준비를 한다. 교실은 예술품 경매장으로 만들어지고, 김 교사는 미술품이 탄생된 배경에 대해 학생들에게 설명한 뒤 경매를 진행한다.
“이곳은 런던 예술품 경매장입니다. 스타 경매사에게 어울리는 복장을 했어요. 경매의 최소 단위는 1천 원입니다. 우리 모두는 합리적인 소비자이므로 자신이 예술 작품에 대해 느끼는 만족감 이상의 돈을 지불하면 안 됩니다.”
학생들은 경매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5만7천 원, 5만8천 원, 5만9천 원으로 경매 금액은 계속 올라간다. 결국 미술품은 6만 원에 낙찰됐다. 낙찰 받은 학생의 미술품에 대한 지불 의향 가격은 6만 5천 원이었다. 5천 원의 이득을 본 셈이다. 이처럼 소비를 통해 추가로 얻은 이익을 ‘소비자 잉여’라고 한다.
“이번 수업은 ‘영국식 경매로 배우는 수요 곡선과 지불 의향 가격’에 대해 알려주려고 진행했습니다. 이렇게 가격과 각 가격에 대응하는 사고자 하는 양(수요량)의 관계를 그래프로 그린 것이 수요곡선입니다. 수요곡선은 각 가격에 대응하는 한계 소비자의 지불 의향 가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가상이긴 하지만 실제와 같은 상황에서 여러 경제 주제들을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고 스스로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은 각각의 경제 상황과 역할에 몰입하면서 자연스럽게 경제 원리를 체득하고, 경제적 사고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실험을 통해 경제 이론 익혀요

“학생들에게 경제적인 사고를 길러주고 싶었어요. 경제적 사고로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경제 원리를 알고 이를 활용해 사고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청소년기부터 경제적 사고 훈련을 하게 되면 성인이 되었을 때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고려해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생활 속의 여러 현상의 의미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으며, 새로운 변화도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김 교사는 학창시절 수학 과목을 힘들어 했다. 하지만 대학에서 경제 원리를 함께 공부하며 수학에 대해 재미를 붙이게 됐고, 이를 수업시간에 적용했다. 또 ‘실험경제반’이라는 동아리도 함께 운영했다. 이번 수업과 같이 교실은 중고차 시장이 되기도 하고, 예술품 경매시장이 되기도 한다. 학생들이 중고차 딜러-주인이 되어 거래도 해보고, 예술품 경매에 참여하면서 그 안에서 경제이론이 형성되어가는 과정을 직접 체험하며 알아간다. 여기에 스스로 문제를 찾아서 해결해가는 프로젝트도 함께 진행하고 토론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저희가 재무 설계에 대한 프로젝트를 했을 때였어요. 학생들이 사용하는 금융카드 결제시스템에 분야별 사용한도를 정해두는 것을 제안했어요. 이 아이디어를 특허로 등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결제시스템을 적용할 수 있는 금융카드 회사를 찾기 힘들어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어요. 그렇지만 스스로 문제를 찾아 분석하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이 의미가 있었어요.”

사회를 변화시키는 가치투자 배운다

그동안 많은 학생들이 김 교사의 수업을 듣고 ‘수학이 우리 삶에 왜 필요한지’ 알아가고 경제 원리를 통해 새로운 배움을 취득했다. 또 현실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게 좋아서 ‘경제관료가 되겠다’고 진로를 정한 학생도 있었다. 김 교사는 특히 ‘이더리움 투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던 학생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전한다.
“수익 얘기인 줄 알고, 미래에는 어떤 게 쓰일지도 모르고,종류도 너무 많아서 그건 알 수 없다고 답했어요. 그랬더니 그런 의미가 아니라, 중앙 집권적인 금융시스템이 문제가 되서 금융위기가 초래됐고 가상화폐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들었어요. 저는 단순히 투자에 대한 교육으로 안정성과 수익성에 초점을 맞추었는데, 학생의 생각을 듣고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가치투자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수업을 들었던 장우진 양정고등학교 학생은 “중학교 때 들었던 경제원리 수업이 고등학교 경제 과목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됐다.” 며 “앞으로 진로도 경영, 경제 관련 대학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경제 실험을 통해 학생과 함께 성장해요

최근 10여 년의 수업내용을 담은 김 교사의 <최강의 실험경제반 아이들> 서적이 출간됐다. 청소년들이 경제적 사고를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고려해 논리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집필했다. 다른 교사들이 수업에 그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수업자료 링크도 포함돼 있다.
“이 책은 그동안 진행한 수업을 종합해 불필요한 부분은 삭제하고 보다 핵심적인 내용으로 구성했습니다. 중학교 자유학기제 주제 선택활동, 고등학교 경제 동아리 등에 사용하기 좋습니다. 대학의 실험경제를 청소년에게 적용한 학습자료이다 보니 깊이 있는 내용아 많아 그 안의 경제원리와 수학을 깊이 있게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
또 무역활동과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경제활동, 대한민국 경제발전 과정, 사회를 고려한 선호(공정성 및 상호성)등 무역과 친환경 관련된 ‘실험경제반 아이들’ 시리즈 <세계의 시민이 된 실험경제반 아이들>도 연이어 출간 했다.
“학생들과 경제 실험을 하고, 나아가 실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함께 성장해 나갈 때 가장 행복합니다. 학생들이 어떤 부분에 관심을 두는지 살펴보고, 관심사부터 공부해 보려고 합니다. 가르치고 싶은 걸 가르치는 게 아니고, 관심 있는 분야부터 함께 공부해 나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저는 학생들 옆에서 방향을 제시해주거나 도움을 주는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 뿐입니다.”

김나영  양정중학교 교사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사회과교육을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경제교육 석사, 행동경제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1년부터 서울 양정중학교에 재직 중인 사회과 교사로서 최근 양정중학교 실험경제반 학생들과 함께 했던 수업을 그대로 재연해 『최강의 실험경제반 아이들』 저서를 집필했다. 그동안 한국개발연구원(KDI), 기획재정부, 금융감독원, 교육부, 한국교육개발원(KEDI)등 여러 기관의 경제금융교육 자료개발 및 교재집필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2015 개정 교육과정 사회과 성취기준 개발 연구를 진행하는 등 교육과정 관련 연구에도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