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4등>
스스로의 간절함이 전달될 때
꿈은 이루어진다

글. 김종원 칼럼리스트

잊을만하면 교육 현장에서의 폭언과 체벌 사건이 뉴스에 등장한다.
스포츠 지도자의 강압적인 교육 방식은 지금도 알게 모르게 벌어지는 공공연한 비밀이기도 하다. 영화 <4등>은 어른들의 욕심이나 교육이란 이름의 체벌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의 절실함이 전달될 때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4등 포스터 

“4등이 나쁜건가요?
4등보다 더 못한 등수도 있어요.”

초등학교 수영선수 준호는 오늘도 출전한 대회에서 4등을 했다. 정체된 성적에 엄마 정애가 화가 나 다그치지만, 아들 준호는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며 멋쩍은 웃음만 짓는다. 주인공 준호는 대회에 참가한 선수 중 4번째로 우수한 실력을 갖췄지만 1, 2, 3등까지만 올라갈 수 있는 시상대에는 단 한 번도 올라간 적이 없다. 엄마의 마음은 타들어만 간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될 것만 같은데 아들은 ‘만년 4등’이란 꼬리표를 달고도 항상 덤덤하기만 하다. 물론 가만히 있을 정애가 아니다. 각고의 노력 끝에 4등이란 지긋지긋한 꼬리표를 떼어줄 국가대표 출신 코치 광수를 소개받는데 성공한다.
엄격하고 강압적인 교육 방식을 우리는 ‘스파르타식’이라 말한다.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 스파르타에서 약한 아이는 버리고, 건강한 아이만 키웠다는 일화에서 유래한 말로 한때 전국이 이런 스파르타식 교육 열풍에 휩싸인 적도 있었다. 당시엔 교육과 관련한 모든 분야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됐다. 지금도 스포츠분야에선 단기간에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스파르타식 교육이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문제는 학생들에게 가해지는 폭력까지 교육이란 이름 뒤에 숨기고 암묵적으로 용인해 왔다는 점이다. 안타깝게도 코치가 준호의 성적 향상을 위해 꺼내든 방식도 체벌을 동반한 스파르타식 교육이었다.

“그 간절함! 간절함! 뼛속까지 새겨진 간절함!
내가 볼 때 너는 할 수 있는 아이야 알겠나?”

매일이 강도 높은 훈련의 연속이다. 이를 견디지 못한 준호에겐 어김없이 체벌이 가해진다. 코치는 맞는 이유를 분명하게 설명한다. 모두가 아이의 잘못이다. 엄마 정애도 코치의 폭력을 눈치 챈다. 하지만 아들 몸에 늘어나는 멍 자국을 그녀는 애써 무시한다. 모두가 아들의 성적 향상을 위해서다. 이런 피나는 노력 덕분 일까? 다음 수영대회에서 준호는 2등을 차지한다.
바라고 바라던 메달을 획득한 준호의 입가에 웃음꽃이 핀다. 스스로가 너무도 자랑스럽다. 하지만 코치는 ‘2등을 한 주제에 뭐가 좋다고 웃느냐’며 준호를 타박한다. 엄마의 반응도 이상하다. 2등을 한 준호에게 ‘거의 1등’이라며 아들보다 더 기뻐한다.
곪은 상처가 터지듯 정애와 준호의 행복은 오래가지 못한다. 아이의 몸에 난 멍 자국을 확인한 아빠로 인해 균열이 생긴 것이다. 코치를 찾아간 아빠가 아이에게 가해지는 폭력을 멈출 것을 부탁하지만 체벌은 계속된다. 결국, 준호는 너무나 좋아하는 수영을 그만둔다. 사실 코치인 광수도 과거 자신을 때리는 국가대표 감독을 벗어나기 위해 수영을 포기했다. 그랬던 광수가 제자의 폼이 무너지거나 집중력이 떨어지면 빗자루나 마대로 아이를 사정없이 내려친다. 대물림되는 폭력의 무서움이다. 생각해 보면 1등은 아이의 꿈이 아니었다. 준호는 더 이상 엄마의 욕심을 위해 매를 맞을 수 없다.

“엄마 난 수영에 소질이 있어. 그리고 무엇보다 좋아해. 엄마는 정말 내가 맞아서라도 1등만 하면 좋겠어? 1등만 하면 상관없어?”

엄마 정애에게 준호가 지금껏 참아왔던 질문을 던진다.
평소답지 않은 아들의 물음에 정애는 멍해진다. 눈에 눈물이 고이지만 엄마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다. 준호는 결심한다. 코치를 찾아가 1등을 하고 싶다고, 가르침을 달라고 부탁한다. 그래야 자신이 좋아하는 수영을 계속할 수 있다고 전했다. 말없이 준호를 바라보던 광수는 ‘자신과 엄마 없이도 금메달을 딸 것’, 이라며 한국기록을 냈던 수경을 건네준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출전을 앞둔 준호는 광수가 준 수경을 한참 동안 바라보고 있다. 그리곤 결심한 듯 자신의 수경을 집어 든다. 그렇게 준호는 혼자만의 힘으로 1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한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열두 번째 인권영화 프로젝트 <4등>은 <해피엔드>, <은교> 등 사회적 통념과 금기를 넘어서는 영화를 만들어온 정지우 감독 작품이다. 영화는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지만 4등을 벗어나지 못하는 유망주 준호와 1등에 대한 집착으로 아이의 상처를 모른 척하는 엄마 정애. 그리고 잡아주고 때려주는 선생이 진짜라는 잘못된 믿음을 가진 코치 광수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영화 <4등>은 어른이 된 우리가 이미 경험했고 누군가는 크게 상처 입은 우리 교육의 어두운 면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그리고 어린 준호는 결과만큼 중요한 과정의 의미를 엄마와 코치 그리고 우리에게 증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