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의 대응을 위한
기후변화 시나리오의 활용

• 글·최영은 건국대학교 교수

들어가며

2022년 3월에 시행된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르면 기후위기란 “기후변화가 극단적인 날씨뿐만 아니라 물 부족, 식량 부족, 해양산성화, 해수면 상승, 생태계 붕괴 등 인류 문명에 회복할 수 없는 위험을 초래하여 획기적인 온실가스 감축이 필요한 상태”를 의미한다.
기후변화는 “사람의 활동으로 인하여 온실가스의 농도가 변함으로써 상당 시간 관찰되어 온 자연적인 기후변동에 추가적으로 일어나는 기후체계의 변화”로 정의된다. 여기에서 현재의 기후변화는 ‘사람의 활동’에 기인하고, 이는 ‘인류 문명에 회복할 수 없는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우리가 직면한 지구온난화는 지구 전역에서 아주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고, 이를 완화시키지 못할 경우에는 예상한 것보다 빨리 ‘되돌릴 수 없는 상태’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북반구 중위도에 위치한 우리나라의 기후 특성은 여름은 열대와 같이 무덥고, 겨울은 한대와 같이 춥고 건조하다. 지구 기온 상승으로 인하여 우리나라 여름은 더 극심하게 더워지고 길어지며 겨울은 온화하고 짧아질 것이다. 한겨울에는 여전히 춥지만, 추위의 극한성은 약화될 전망이다. 이와 같은 기후환경의 변화는 사람들에게도 위협이 되지만 오랜 시간 한반도를 지켜온 생태계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여기에서는 기후위기에 대한 이해와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활용해서 우리나라의 미래 기후 특성을 알아보고, 이것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지구 표면 온도1)의 변화(1~2020년)와 온난화의 규명(IPCC, 2021)

1) 여기서 지구표면은 해양과 육지를 포함한다.

기후변화 시나리오의 정의와 가정

1850년을 기준으로 2100년까지 온도 상승 폭을 2.0℃와 1.5℃로 제한하는 파리협약의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2020년부터 전 세계가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각각 연 8%와 4%씩 감축해야 한다. 2020년에 팬데믹의 영향으로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약 5.7% 감소했지만, 2021년에는 다시 4.8% 증가하여 반등하였다(Lieu et al., 2022). 현재와 같은 온실가스 저감 노력으로는 파리협약의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 보인다.
인위적인 온실가스 배출량의 증가는 기후시스템의 다양한 구성 요소를 변화시킨다.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CO2)의 농도가 증가하면 복사강제력2)이 증가하고, 이는 지구 표면 온도를 상승시켜서 지역 기후에 영향을 미친다. 온실가스의 배출량이 많을수록 지구온난화 강도(Global Warming Level, GWL)3)는 커진다. 온난화 강도가 클수록 자연과 사회시스템에 대한 부정적 영향도 커지게 된다. IPCC4) 제6차 평가보고서5)에 따르면 산업혁명 이후 2015년까지 연평균 지구 표면온도는 약 1.07(0.8~1.3)℃ 상승하였지만, 지역 규모에서는 그 양상과 규모가 달라진다. 2016년 195개 당사국을 대상으로 발효된 파리협약과 같이 세계적으로 온난화를 완화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행해지고 있지만,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현재의 사회경제시스템을 고려할 때 그 전망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른 지구온난화 강도와 그 영향(IPCC, 2021)

2) 단위면적당 존재하는 에너지의 양(W/m2)을 말한다. 복사강제력이 증가하면 지구의 온도는 상승하고, 감소하면 하강한다.
3) 연평균 지구표면온도(Global Mean Surface Temperature, GMST)는 지구온난화의 강도를 나타낸다.
4) 정부간기후변화협약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는 기후변화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1988년에 공동 설립한 국제기구이다.
5) IPCC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서 정부간 협상을 위한 근거자료로 활용되는 평가보고서를 작성한다. 2021~2022년에 IPCC 제6차 평가보고서가 발표 되었다.

기후변화 시나리오의 필요성

좁은 의미의 기후변화 시나리오는 “온실가스, 에어로졸, 토지이용 변화 등 인위적인 원인으로 발생한 복사강제력 변화를 지구시스템모델(Earth System Models)에 적용하여 산출한 미래 기후 전망정보(기온, 강수량, 바람, 습도 등)”이다. 기후변화 시나리오는 미래에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을 평가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선제적인 정보를 제공하며 기후변화 적응대책 수립을 위한 필수적인 정보이다. 기후변화 시나리오는 단순히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광범위하고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범위의 미래’를 고려하고, 이를 이용하여 신뢰할 수 있는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미래의 불확실성을 이해해야 한다.
UN기후변화협약의 새로운 기후체제인 파리협약은 ‘산업혁명 이후 2100년까지 기온 상승폭을 2.0℃ 이하로 제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 온난화 강도는 지구의 식량 안정성과 생태계가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고, 세계 경제사회시스템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으로 설정되었다. 하지만 이것이 충분하지 않다는 주장으로 기온 상승폭을 1.5℃로 제한하는 새로운 목표가 제시되었는데, 이는 온난화 강도의 완화를 위해 전 세계가 협력해야 가능한 도전이다.

기후변화 시나리오의 유형과 가정

IPCC 제6차 평가보고서에서는 RCP 시나리오와 SSP 시나리오를 조합한 최신 시나리오를 사용하고 있다. RCP는 대표농도경로(Representative Concentration Pathways) 시나리오로 2014년 발간된 IPCC 제5차 평가보고서에서 사용되었다. 이는 고배출량, 안정화, 감축 시나리오로 구분하여 RCP2.6, RCP4.5, RCP6.0, RCP8.5 시나리오 등 4개가 선정되었다. RCP 다음에 표시된 숫자는 각 시나리오에서 가정한 온실가스 배출량의 변화에 반응하여 2100년에 도달하게 되는 복사강제력을 의미한다. 가령, 숫자가 가장 낮은 RCP2.6 시나리오는 온실가스 저감 정책이 잘 추진되어 2100년에 이산화탄소 농도가 420ppm으로 안정화되어 기온 상승폭을 1.5℃ 정도로 전망하는 시나리오이다. 반면, 숫자가 가장 높은 RCP8.5 시나리오는 적극적인 기후 정책의 실현 없이 화석연료의 의존도가 계속 높은 결과, 2100년에 이산화탄소 농도가 940ppm까지 증가하고 지구의 온도는 3.7℃까지 상승하게 된다.
2021년 발간된 IPCC 제6차 평가보고서에서는 인위적 온실가스와 에어로졸 배출량(이하 배출량), 토지이용의 변화 등을 고려하여 구축한 공통사회경제경로(Shared Socioeconomic Pathways, SSP) 시나리오가 도입되었다. 전 세계 인구수, 경제발달, 교육 수준, 도시화 등 다양한 사회경제시스템을 고려하여 미래 온실가스 배출량의 경로를 보다 정교하게 가정하여 5개 배출량 시나리오(SSP1, SSP2, SSP3, SSP4, SSP5)를 선정되었다. SSP1 시나리오는 현재 시점에서 지속가능한 개발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어 저탄소에너지원이 사용되는 환경친화적인 상태를 전제하는 시나리오로, 미래 기후위기 적응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비용이 크지 않다고 가정한다. SSP3 시나리오의 경우 인구는 급속하게 성장하지만, 경제성장이 둔화되어 에너지 분야의 기술이 느리게 성장하여 미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비용이 커진다. 또한, 낮은 인적 투자와 불균등이 심화되어 기후위기 적응을 위한 비용도 커진다고 가정한다. SSP4 시나리오는 주요 배출지역에서 기술 개발로 온실가스 감축 능력은 크지만, 경제성장의 불균등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 능력이 낮다고 가정한 시나리오이다. SSP5 시나리오는 높은 경제성장으로 기후위기 적응 능력은 높으나 기후정책의 부재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과 비용이 커진다고 가정한다. SSP2 시나리오는 위의 설명한 시나리오의 중간 사례에 해당된다. 미래의 사회경제시스템이 어디로 갈지 예측할 수 없으나 모든 가능한 범위를 포함하기 위해서 5개 시나리오가 선정되었다.
IPCC 제6차 평가보고서부터는 복사강제력과 배출량 시나리오를 조합하여 사용한다. SSP1-1.9와 SSP1-2.6 시나리오에서는 재생에너지 기술 발달로 화석연료 사용이 최소화되고 친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이룰 것으로 가정하고, SSP5-8.5 시나리오에서는 산업기술의 빠른 발전에 중심을 두어 화석연료 사용 비율이 높고 도시 위주의 무분별한 개발이 확대될 것으로 가정한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 매우 낮음’인 SSP1-1.9 시나리오와 ‘낮음’인 SSP1-2.6 시나리오에서는 CO2 배출량이 2050년경 또는 그 이후에 넷 제로(Net Zero)6)로 감소한 후 순 음(-) CO2 배출량을 달성하는 것으로 가정한다. ‘중간’ 온실가스 배출량인 SSP2-4.5 시나리오는 CO2 배출량이 21세기 중반까지 현재 수준으로 유지될 것으로 가정한다. 온실가스의 배출량이 ‘높음’인 SSP3-7.0 시나리오와 ‘매우 높음’인 SSP5-8.5 시나리오에서 CO2 배출량은 2100년과 2050년에 각각 현재의 약 2배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각 시나리오의 배출량은 사회경제적 발달 단계, 기후변화 완화 노력에 따라 달라지며, 에어로졸과 메탄 외 오존 전구물질은 대기오염 억제 노력에 따라 달라진다. SSP2-4.5 시나리오는 기후변화의 완화 노력과 사회경제 발전 정도를 중간 단계로 가정한다.

IPCC 제6차 평가보고서에 사용된 최신 시나리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경로(IPCC, 2021)

6) 인위적으로 배출된 온실가스의 양과 자연적으로 제거된 양이 균형을 이루어 순배출량이 0이 됨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미래 기후 전망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온대와 냉대 기후가 탁월한 우리나라에서 생태계가 지구적인 기온 상승으로 인해서 어떤 변화를 겪게 될지 평가가 필요하다. 트레와다(Trewartha)의 기준(1980)에 따르면 아열대 기후형에서는 월평균기온이 10℃ 이상인 달이 8개월 이상 지속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남부와 제주 해안을 따라서 좁은 지역에 아열대 기후형이 위치하고, 그 면적은 10% 이하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감축하는 SSP1-2.6 시나리오에서 아열대 기후형이 차지하는 면적은 21세기 전반기(2021~2040년)에 19%, 후반기(2081~2100년)에 31%까지 확장된다. 온실가스의 배출량이 계속 증가하는 SSP5-8.5 시나리오에서는 아열대 기후형의 면적이 전반기에는 19%로 SSP1-2.6 시나리오와 유사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후반기에는 전국 면적의 93%까지 크게 확장되어 강원도 일부 지역과 해발고도가 높은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이 아열대 기후형으로 전망된다.
미래 아열대 기후형의 확장과 함께 뚜렷하게 보이는 변화는 겨울이 춥고, 여름이 서늘한 기후형의 축소이다. 최저기온지수(Minimum Temperature Index of the Coldest Month)는 최한월7)의 추위 정도를 보여주는 지수이다. 식생의 유형에 따라 최적 최저기온지수의 범위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소나무는 최저기온지수가 -82.7~-37.5에서 최적으로 성장한다. 난대성 수목인 동백나무는 -33.5~-5.9에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흔한 상수리나무의 최저기온지수는 -68.8~-35.4로 소나무보다 추위에 약하다. SSP 시나리오 후반기에 가장 큰 감소를 보이는 수종은 상록침엽수의 소나무로 현재 전국 73% 면적에서 분포 가능하지만, SSP1-2.6 시나리오에서는 16% 감소, SSP5-8.5 시나리오에서는 59% 감소할 전망이다. 후반기에 가장 큰 증가를 보이는 수종은 상록활엽수의 동백나무로 현재는 전국 11% 분포 가능하지만, SSP1-2.6 시나리오에서는 18% 증가, SSP5-8.5 시나리오에서 46% 증가할 전망이다(민숙주 외, 2022).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소시키지 않으면 한반도에서 친근한 소나무, 상수리나무, 아까시나무 등은 자연 서식이 어려워지는 기후특성을 갖는다.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적용하여 온난화 강도에 따른 우리나라 미래의 생태계 변화를 전망하여 다양한 문제를 예측하고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SSP/5-8.5 시나리오 기반 21세기 전반기(2021~2040년)와 후반기
(2081~2100년)의 아열대 기후지역, 소나무와 동백나무 분포 가능 지역 전망

7) 우리나라에서 최한월은 보통 1월이다.

마치며

현재 인류가 직면한 지구온난화는 인간이 환경에 영향을 미쳐서 발생한 문제이고, 지속가능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적극적 노력과 협력적인 실천이 필요하다(이경한 외, 2022). 글로벌 시민으로서 문제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온실가스 배출량의 극적인 감축만이 현재 진행되는 기후 재앙을 막고, 인류가 생존할 수 있는 방안이다. 하지만 전 세계 온실가스의 배출량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지구온난화의 속도를 늦추고, 강도를 낮추어서 기후시스템의 변화를 최소화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간구해야 한다. 가능한 한 빨리 지구를 구하기 위한 새롭고, 강화된 기후행동을 준비해야 한다.

참고문헌

IPCC, Summary for Policymakers. In: Climate Change 2021: The Physical Science Basis. Contribution of Working Group I to the Sixth Assessment Report of the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Masson-Delmotte, V., Zhai, P., Pirani, A., Connors, S. L., Péan, C., Berger, S. Caud, N., Chen, Y., Goldfarb, L. Gomis, M.I., Huang, M., Leitzell, K. Lonnoy, E., Matthews, J.B.R., Maycock, T.K., Waterfield, T., Yelekçi, O., Yu, R., and Zhou, B.(eds.)]. Cambridge University Press, Cambridge, United Kingdom and New York, NY, USA, 3-32, doi:10.1017/9781009157896.001, 2021 Liu, Z., Deng, Z., Davis, S. J., Giron, C., and Ciais, P., Monitoring global carbon emissions in 2021, Nature Reviews Earth & Environment, 3(4), 217–219, 2022.
Trewartha, G., An Introduction to Climate, McGraw-Hill, 1980.
기상청, 「기후변화2021 과학적근거」정책결정자를 위한 요약본, 2022.민숙주, 최영은, 허인혜, 최다솜, 편도의, 김정용, 이도영, 우리나라 겨울철 온난화가 미래 산림 분포의 변화에 미치는 영향, 기후연구, 17(3), 171~186, 이경한, 김병연, 조철기, 최영은, 김다원, 이상훈, 생태전환시대 생태시민성 교육, 푸른길, 2022.

최영은 건국대학교 교수

최영은
건국대학교 교수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학교에서 기후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건국대학교 지리학과에서 기후학을 가르치고 있다. 한반도 기후변화의 양상과 미래 전망정보 분석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