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을 품고 지구로 향하는
생태 전환 교육 도전기

마을을 품고
지구로 향하는
생태 전환 교육 도전기

글·김기훈 추풍령중학교 국어교사

학생들이 기후 위기에 대응하고 적응하는 생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가 있다. 충북 영동 추풍령중학교는 마을을 품고 지구로 향하는 다양한 생태 전환 교육을 시도하고 있다. 학생들이 ‘고치려는 사람들’이 되도록 돕는 교육 활동을 일부 살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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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부터 50대 성인까지 다양한 구성원들이 모여 학교 텃밭에서 오전에 직접 수확한 무로 밥을 하고 전을 구웠으며 된장국을 끓인 후에 대체육을 사용한 완전채식(비건) 요리와 쌈채소를 더했다. 모두 함께, 어떤 동물도 죽지 않은 다정한 밥상을 준비해서 맛있게 식사를 하면서 1년 동안 함께 농사지어온 마음들을 나눴다.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다양한 마을 사람들이 함께 온정을 나누는 오후였다.

추풍령중학교에는 2020년 학교협동조합(이하 쿱피스)이 만들어졌는데 2021년부터 추풍령중학교를 졸업한 청소년들이 직접 기획자가 되어 운영하는 마을교육공동체 ‘별별구상’을 운영해오고 있다. 별별구상의 여러 프로그램 중 하나로 매월 세 번째 토요일에 모여 1년 동안 퍼머컬처(permaculture, 지속 가능한 농업과 문화)1) 숲밭학교 주말반을 열었고 이날이 마지막 평가모임이었다. 그동안 참가자들은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과 마을 살림에 대해 배우고 서로를 돌보는 연습을 해왔는데, 이때 주로 다룬 ‘생태 전환’, ‘농업’, ‘지속 가능성’, ‘마을’과 같은 열쇳말로 추풍령중학교 생태 전환 교육의 한 방향을 살펴볼 수 있다.

1) 퍼머컬처(permaculture)란, ‘영속적인 문화(permanent culture)’와 ‘영속적인 농업(permanent agriculture)’을 합친 말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모방하여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생활하기 위한 삶의 방식을 뜻한다. 추풍령중학교에서는 야외에서 하는 생태 숲밭 활동과 교실에서 배우는 독서, 책 대화, 독서 토론 등의 실내 활동을 퍼머컬처의 철학을 담아 운영하고 있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최근 기후 위기가 가까이 있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고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추풍령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김기훈 교사는 학교와 교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해왔다고 했다. 학생들이 국어 교과를 배우면서 기후 위기를 지연시키는 프로젝트 활동에 참여하고 서로를 돌보는 공동체를 만들어 보며 삶의 기술을 익히는 등 실제 삶과 연결된 수업을 경험을 했으면 했다. 그래서 1년 동안 추풍령중학교 국어 수업은 ‘생태 위기에 맞서 생태 시민의 실력을 쌓는 생생국어’를 주제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여 몇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운영되었다.
1학년 국어 수업은 1년 동안 퍼머컬처 과정으로 운영됐다. 월 2회 숲밭 활동을 뼈대로 계절의 변화를 관찰하여 기록하거나 시 창작하기, 관련 책을 읽고 책 대화 및 서평 쓰기, 영화 토론 및 보고서 작성하기, 우리 마을 인물 지도, 숲밭에서 만난 단어들로 문법 공부하기 등 지속 가능한 삶의 문화에 관해 꾸준히 배웠다. 이런 교육 활동을 통해 인간, 비인간 존재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고 생태 감수성이 길러지기를 바랐다.
모두 함께 선푸위의 ‘내 이름은 도도’ 등 여러 책을 읽고 나눈 책 대화들, 영화 ‘돈룩업’을 보고 나눈 영화 토론이 무척 좋았는데, 숲밭 사이를 거닐며 바람과 햇빛, 다양한 동식물들을 만나고 시를 쓴 것이 더 좋았다. 한편 생태적인 방식의 농사법도 배울 수 있었는데 숲밭의 수확물로 다양한 생활 제품들도 만들어 보며 지속 가능한 삶을 경험했다.

우리 마을을 피난처로 만드는 수업

기후 위기 시대 우리에게는 비빌 언덕과 피난처, 연결과 연대가 필요하며 삶의 터전인 마을을 공부하고 가꾸는 일은 기후 위기에 대응하고 적응하기 위해 중요하다. 그래서 국어 시간에 마을을 공부하고 있다.
1학년 2학기 면담하기 활동을 기후 수업과 연결했다. ‘우리 마을 인물 지도’ 수업은 점점 왜소해져 가는 마을에서도 품위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면담하며 추풍령 작은 마을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마을의 지혜들을 기록하기 위해 시작했는데 최근에는 여기에을 면담하면서 우리 마을에서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사는 일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기후 위기’, ‘지속 가능성’ 등을 열쇳말로 추가하였다. 마을 주민들이 활동은 마을과 관련한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며 지도를 자기 기록으로 시작하여, 기존 면담 자료, 마을 설화 등을 읽으며 마을 공부, 서로 면담하기로 면담 연습, 끝으로 면담 계획을 세우고 면담한 후에 정리하기로 이어졌다.
2학년 2학기에는 토의, 토론, 매체 활용 활동으로 세계의 전환 마을2)을 소개했다.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마을을 찾아 그 마을의 특성을 추출하여 이를 우리 마을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토의하고 다양한 매체로 표현을 해보았다. 실제 사례들을 통해 지속 가능한 마을 생활을 위해 우리가 나아갈 방향과 할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2) 전환마을은 기후-생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지속 가능한 계획을 세워 실천해온 마을 공동체를 말한다.

우리는 기후 위기 전문가 되기 연습중

3학년 1학기에는 기후 위기가 우리 삶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며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집중적으로 생각해보고 고민한 내용으로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는 연설로 마무리하는 기후 위기 전문가 과정을 20차시 정도로 운영했다. 추풍령중학교는 중간고사가 없어 긴 호흡의 프로젝트 수업이 가능했다.
2021년 첫 프로젝트는 연설하기에 중심을 뒀는데, 2022년에는 사회적 기업 만들기에 중심을 뒀다. 학생들은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마을 – 지역 기반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 홍보를 위한 숏컷 영상을 만들어 발표했다. 실제로 학생들이 기후 위기 전문가가 되지는 못해도 어떤 ‘태도’가 형성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 외에도 추풍령중학교에는 기후행동동아리 쿨피스(이하 쿨피스)가 운영되고 있다. 그레타 툰베리가 금요일마다 학교 파업을 했던것에서 착안해서 쿨피스는 매주 금요일에 모여 책을 읽고 공동 실천을 기획했다.
2022년에는 지구의 날(4월 22일) 즈음에 기후행동주간을 기획했고 9월 24일 기후정의행진에 참가했다. 11월에는 처음으로 ‘지속가능한 기후 캠프’를 기획했는데, 천체 관측과 방탈출게임이 참 좋았다. 방탈출게임은 학생들이 직접 설계했고 아주 수준이 높아서 유료로 판매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참가 학생들은 1박 2일 동안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며 첫 캠프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고치려는 사람이 되는 시간

두렵고 우울할 때마다 위 문장을 주문처럼 읽으며 위로받는다. 더 크게, 더 빠르게, 더 많은 이윤을 추구하는 체제로 인해 기후 위기가 도래하였으니 이에 맞서 더 작게, 더 느리게, 이윤보다 존재, 공존을 실천하는 삶을 만드는 삶을 상상해본다. 이 새로운 삶들을응원하는 수업을 계속해나가고 싶다.

세상이 망가지는 속도가 무서워도,
고치려는 사람들 역시 쉬지 않는다는 걸 잊지 않으려 한다.

정세랑,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중에서

김기훈
추풍령중학교 국어교사

2014년부터 충북 영동의 작지만 매력 가득한 추풍령중학교에서 바람 소리를 몸과 마음에 가득 담으며 국어를 가르치고 있어요. 2021년부터는 ‘기후위기’에 맞서고 적응하는 수업을 고안해서 해보면서 시행착오를 겪고 있고요. 가끔 농사꾼이 아닌지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공존지향인’으로 다정한 동물이 되자고 외치고 다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