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영재교육체계
도입이 시급하다!

글·정현철 KAIST 과학영재교육연구원 원장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2002년 월드컵을 모를 수가 없다. 전 국민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단결하고 지지하던 그 광경은 전 세계의 화제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그해에 우리나라의 영재교육이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는 것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많은 나라들이우리나라의 영재교육 정책을 부러워하고 벤치마킹하면서 각국에서영재교육을 시작하거나 활성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나라 영재교육이 법적 기반을 가지고 시작된 지 벌써 20년이넘었다. 외형적으로는 잘 운영되는 듯 보이지만 내부에서 보는 우리나라의 영재교육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점이 많다. 비유하자면 많은사람들이 열심히 노를 젓고 있는데 배가 앞으로 잘 나아가지 못하는형국이다. 평등 의식이 강한 우리나라의 특수한 상황 때문에 소극적으로 영재교육 정책을 추진하면서 현장에서는 비효율이 발생하고 전문성 부족 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재들도 그들에게 적합한 교육을 통해 개인의 행복뿐만 아니라 국가의 핵심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영재교육의 혁신이 필요하다.

영재교육의 필요성 및 현황

일반적으로 한 국가에서 정책으로써 영재교육을 시행하는 목적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교육기본법 제3조 ‘모든 국민은 평생에 걸쳐 학습하고, 능력과 적성에 따라 교육받을 권리를 가진다.’에 나타나 있는 것처럼 장애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아동을 위한 특수교육이 필요하듯이 남다르게 뛰어난 재능을 가진 영재들에게도 그들에게 적합한 교육이 필요하다. 둘째, 날로 치열해지는 국가 간의 경쟁 속에서 국가 전략의 일환으로 재능이 뛰어난 우수 인재를 조기에 발굴하고 체계적으로 육성하여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특히 국가가 주도적으로 영재교육을 계획하고 시행하는 나라의 경우 두 번째 목적이 더 강조되고 있다. 타고난 재능을 계발하는 특수교육의 일환으로 접근하는 미국 경우에도 본격적인 영재교육의 시작은 구 소련의 스푸트니크 발사에 따른 충격으로 인재 육성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시작되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후자의 목적이 부각될 경우, 소위 ‘엘리트 교육’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기에 우리나라는 영재교육을 하고는 있지만 각종 장애물을 두거나 적극적으로 지원하지 못하여 비효율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모든 국가는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 다양한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부존자원이 전무한 우리나라는 어느 나라보다 인재의 육성이 중요하다. 국가 차원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있는 인재를 발굴하고 그들의 특성에 맞게 교육을 제공하여 전문적인 인재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인 정책이다.영재교육진흥법에 제시된 영재교육기관은 ‘영재학교’, ‘영재교육원’, ‘영재학급’의 세 가지 형태가 있다. 영재학교는 소수의 매우 뛰어난 재능을 가진 영재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정규교육의 학교를말한다. 영재교육진흥법에서는 고등학교 이하의 모든 학교급에서영재학교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조기교육 과열 문제나 분리 교육의 문제 등 부작용이 우려되기에 시행령을 통해 고등학교로 한정하여 지정·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단 영재의 특성상 매우 재능이 뛰어난 학생이 있을 수 있으므로 중학교 1, 2학년도 진학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재에는 전국에 8개교가 운영되고 있다. 영재교육원은 교육청(지역교육청 포함), 대학, 정부출연 연구기관, 공익법인 등에서 실시하는 영재교육 프로그램이다. 개별 학교에서 제공하기 어려운 보다 전문적인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전문적인 기관에서 교육을 담당하도록 하는 것이다. 영재교육원은 성격상 정규 학교가 아니기 때문에 주로 방과 후, 주말 또는 방학을 이용하여 교육이 이루어진다. 영재학급은 초·중·고 각급 학교에서 운영되는 영재교육기관을 말한다. 다만 상설형 영재학급 운영은 우열반, 진학반편성 등 여러 가지 폐해가 예상되기 때문에 현재는 비정규 교육으로 방과 후 수업 또는 주말 교육의 형태로 운영되어 영재교육원과크게 차별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2002년 영재교육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후 0.25%이던 영재교육대상자는 2014년에 1.88%를 정점으로 점진적으로 감소하여2021년 현재 약 1.49%에 이르고 있다. 영재교육대상자 뿐만 아니라 영재교육기관의 수 역시 비슷한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영재교육기관별 학생현황을 살펴보면 영재학급 29,766명, 교육청 영재교육원 31,102명, 대학부설 영재교육원 11,346명, 영재학교 2,472명 그리고 과학고1) 4,362명이다. 단위학교에서 운영하는 영재학급의 학생수는 매우 크게 줄어든 반면, 전문기관에서 운영하는 영재교육원은 비슷하게 유지되고 있다. 학교 급별 영재교육 현황을 살펴보면 초등학교 48.61%, 중학교 33.62%, 고등학교 17.77%로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과정까지 대략적인 피라미드 형태의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특정 학년에 집중되어 단절이 생기고 있으며, 어떤 시도는 영재교육 대상이 5% 이상이지만 어떤 시도는 1%도 채 되지 않는 등 지역 간 편차도 크게 나타나고 있다.

1) 과학고는 영재교육진흥법 상의 영재교육기관은 아니지만 영재교육 통계에는 포함시키고 있다.

영재교육 대상자 선정과 교육의 연결이 필요하다.

영재교육을 간단하게 정의하면 ‘영재를 대상으로 한 교육’이다. 그러므로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할 일은 교육의 대상인 영재를 적절하게 판별2)해야 한다. 그동안 수많은 학자가 영재성이 무엇인지 밝히기 위해 일생에 거쳐 연구를 수행했으나 이 질문에 절대적인 답을 제시한 학자는 없으며, 하나의 명확하고 통일된 영재성의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영재를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정의했을 때, 재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예·체능 분야와 달리 학문적 재능은 시간에 따라 가변적이기도 하고 학문 분야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더구나 학문적 재능은 인지적 특성뿐 아니라 끈기, 열정, 동기 등 정의적 특성도 중요하게 작용하기에 단기간에 판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영재교육은 지난 20년간 답이 없는 이 문제에 매몰되어 왔던 게 사실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타당하게 영재를 판별하기보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영재판별 방법을 실시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더구나 영재교육에서 영재를 판별하고자 하는 목적은 그들에게 적합한 교육을 제공해주기 위해서인데 정작 중요한 교육의 내용과 방법 등은 소홀히 운영되어왔던 것은 큰 문제이다. 영재교육을 받고자 하는 학생들은 본인이 어떤 교육(즉 본인이 원하는 교육 또는 본인에게 필요한 교육)을 받는지 알지도 못한 채 선택의 여지 없이 참여하고 있다. 왜냐하면 주변에 학생이 선택할 수 있는 영재교육기관이 하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선정된 학생들에게 적합한 교육이 제공되지 않는다면 실제적으로는 영재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과도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영재판별과 교육은 서로 분리할 것이 아니라 밀접히 연결되어야 한다.
영재교육이 재능이 뛰어난 영재들에게 그들의 특성과 수준에 적합한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므로, 교육의 몰입도를 높이고 영재판별의 타당도와 신뢰도를 높이는 방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먼저 일반교육에서 제공하기 어려운 도전적인 심화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희망하는 누구에게나 참여할 수 있게 한다. 장기간의 교육이진행되면 자연스럽게 포기하는 학생도 나타나고, 적합한 학생도 있을 것이며, 더 높은 수준의 교육이 필요한 학생도 나타나게 된다. 그러면 교육의 참여도와 성과를 바탕으로 다양한 수준에 적절한 프로그램에 배치하면 된다. 이처럼 교육과 판별이 연결된다면 영재판별의 문제는 매우 간단해지며 영재교육의 효과도 높아질 수 있다.

2) 영재성의 불명확성과 가변성을 고려하여 우리나라의 경우 ‘영재교육대상자 선정(selection)’이라는 표현이 사용되고 있으나 일반적인 영재교육학에서 사용하는 ‘판별(identification)’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지속적인 영재교육의 제공이 중요하다.

영재교육에서 영재성이 있는 학생에게 지속적으로 그들의 재능을 계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한번 영재교육 대상자로 선발되면 무조건 계속 영재교육에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학생이 참여할 수 있는 영재교육 프로그램이 계속 제공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영재교육대상자가 확대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영재교육 실태를 살펴보면 지속성이 매우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어느 지역에서는 초등학교 5, 6학년에 집중적으로 영재교육을 받다가 중학교 1학년이 되면 참여할 수 있는 영재교육프로그램이 운영되지 않는다. 그리고 다시 중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한 영재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즉 영재교육에 참여했던 학생들이 학년이 바뀌고나면 갑자기 영재교육을 받을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다른 문제는 입시를 앞둔 중학교 3학년이나 고등학교 단계에서는 영재교육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는 상급학교 진학 시 입학전형에서 영재의 특성이 전혀 고려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영재들의 경우 대부분이 과학영재학교 또는 과학고로 진학을 희망한다. 그러나 과학영재학교나 과학고의 입학전형에서 내신반영비율이 높기 때문에 중학교 2학년 또는 3학년이 되면 내신에 대한부담으로 영재교육에 참여하는 비율이 급격히 감소하게 된다. 더구 나 고등학교 과정에서는 이와 같은 상황이 더 심각해진다. 즉 내신과 수능 중심의 대학입시에 대한 부담이 커서 영재학급과 영재교육원과 같이 비정규 교육으로 운영되는 영재교육에 참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영재교육을 실시한다고 하더라도 영재교육의 본질과는 거리가 먼 대학입시 중심의 교육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 학교로 진학한 과학영재들은 영재교육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물론 영재교육에 참여 했다는 것만으로 특혜를 주는 것도 적절하지 않지만, 영재교육에 참여하는 것이 불이익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하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

온라인 교육을 통해 영재교육 기회의 불평등과 단절되는
문제를 해결하고, 양질의 교육 콘텐츠 제공과 영재교육 담당 교원 수급 등
영재교육의 많은 문제를 가장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온라인 교육을 통해 영재교육 기회의 불평등과 단절되는 문제를 해결하고, 양질의 교육 콘텐츠 제공과 영재교육 담당 교원 수급 등 영재교육의 많은 문제를 가장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영재교육 기회의 차별을 없애야 한다.

만약 어떤 학부모나 학생이 영재교육에 참여할 기회조차 없거나 매우 어려운 환경에 있다면 영재교육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갖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영재교육 기회의 불평등 문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학생의 밀집도가 낮은 시·도의 외곽지역에는 영재학급이나 영재교육원을 설치, 운영하기가 매우 어렵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대도시나 시내에 거주하는 학생들만 혜택이 주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현재의 능력만을 중심으로 영재를 판별한다면 가정환경 등으로 인해 잠재력을 계발하지 못한 저소득층 학생들은 영재교육에서 배제되고 부유한 계층의 학생에게 유리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전혀 준비도 되지 않은 학생들을 일정한 비율을 정해 영재교육에 참여시키는 것은 교육적으로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영재교육이 특정 지역, 특정 계층만의 전유물이 된다면 국가의 지속적인 정책으로 운영되기 어려울 것이다. 더구나 그것이 개인의 노력으로 쉽게 극복할 수 없는 이유 때문이라면 더욱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

온라인 영재교육 체계의 도입이 시급하다.

위에서 제시한 영재교육의 많은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현재의 오프라인 영재교육기관을 보완할 수 있는 온라인 영재교육 체계를 도입하는 것이다. 온라인 교육은 단점도 있지만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온라인 교육을 통해 지역이나 참여자 수 제한의 한계를 넘어서 누구나 어디서든지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된다면 교육 기회의 불평등 문제를 가장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둘째, 하나의 오프라인 영재교육기관에서 제공하기 어려운 다양한 분야와 다양한 수준의 교육을 제공한다면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영재판별과 교육이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판별에 많은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 셋째, 아직 능력이 발현되지 못한 사회배려대상자 학생들도 브릿지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자신의 수준에 적합한 교육을 통해 잠재력을 계발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온라인 교육은 오프라인 영재교육프로그램과도 협력하여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다양한 양질의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여 공유한다면 영재교육의 질도 높일 수 있으며, 현재 교사들이 갖는 콘텐츠 개발의 부담을 덜어 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접근성의 문제가 해소된다면 전국의 많은 전문 인력들의 참여로 영재교육 담당 교원 수급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온라인 영재교육이 만능 열쇠는 아닐 지라도 현재까지 노정 된 영재교육의 많은 문제점을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온라인 영재교육 체계의 도입이 무엇보다 시급한 이유이다.

정현철
KAIST 과학영재교육연구원 원장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을 졸업하였다. 한국교육개발원 영재교육센터 부연구위원을 거쳐 현재 KAIST 과학영재교육연구원에서 원장을 맡고 있다. 한국영재학회 부회장, 서울시와 대전시의 영재교육진흥위원회 자문위원을 역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