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상신초등학교
행복나눔 오케스트라

음악의 선율로
희망찬 날갯짓을 일으키다

글·이대섭 진천상신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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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천상신초등학교 행복나눔 오케스트라의 단원들이 일으킨 파장이 음계의 결을 담고 공기 중에 스며들어 청중의 마음 위로 쏟아져 내린다. 음악의 선율은 시선을 붙들고 청각을 집중시키며 모두의 시간을 한데 모으는 마법 같은 힘을 가지고 있다. 세상 어디에나 있지만 세상 어디에서도 같은 모습을 띠지 않는 음악이라는 ‘언어’를 소통의 수단으로 선택한 행복나눔 오케스트라를 만나보도록 하자.

#음악이 성장하는 시간

행복나눔 오케스트라는 음악의 아름다움을 알려주는 것을 목표로 2019년 창단되었다. 현재 연주자는 총 69명으로 2학년 15명, 3학년 17명, 4학년 18명, 5학년 19명이고, 1바이올린 19명, 2바이올린 19명, 타악기 3명, 첼로 7명, 클라리넷 9명, 플루트 8명, 피아노 4명으로 구성 되어 있다. 오케스트라를 지도 담당하는 이대섭 교사는 충청북도 교육청 오케스트라 단원이자 진천상신초등학교 교사로 행복나눔 오케스트라의 지휘와 편곡 그리고 피아노 지도까지 하며 1인 3역을 수행하고 있다.
합주 연습은 보통 수요일에 2시간, 개별 파트 레슨은 금요일에 2시간 진행된다. 아침 8시 20분부터 수업이 시작되기 전인 8시 50분까지 30분간 아침 연습이 시행되기도 하는데, 이는 자율적인 연습으로 6학년 선배들의 주도로 진행된다. 의무적인 참여가 아닌 자발적인 참여로 자기 주도형 개발시간을 매일 갖는다는 것은 아이들이 음악에 대해 얼마만큼의 애정을 갖고 있는지 확인해 볼수 있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여름 방학과 겨울 방학에 1주에서 2주 정도 캠프 연습을진행한다. 여름 방학 캠프는 하반기 연주에 대비하기 위해 연주 목록에 따라 집중적인 연습이 진행되고, 겨울 방학 캠프는 다음 시즌을위해 마음과 소리를 가다듬는 시간으로 ‘소리 모으기’에만 집중하고 연습은 하지 않는다.

#발길이 머무는 공간

아이들을 상대로 오케스트라를 운영하는 것이기에 이대섭 교사는 연습량을 잘 분배하며 강약 조절에 세심히 신경을 쓴다고 한다. 그럼에도 힘들다고 말하는 아이가 꼭 생긴다. 그럴 때면 아이의 투정에 끝까지 귀를 기울여 주고 “쉬고 싶은 만큼 쉬고, 돌아오고 싶을 때 돌아오렴.”이라고 말하며 다독인다고 하는데, 대부분의 아이들은 하룻밤 자고 나면 다시 배시시 웃으며 연습실로 돌아온다고 한다. 무엇이 아이들의 발걸음을 다시금 이곳으로 이끄는 걸까? 아이들의 성장길에 동행한 음악이라는 친구는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기에 아이들의 ‘오늘’을 매혹하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노력이 인정받는 순간

행복나눔 오케스트라는 충청북도 교육문화원에서 매년 가을마다 개최하는 예술교육페스티벌(금년, K-문화마당으로 변경)에 참가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충청북도 자연과학원의 초청을 받아 연주를 진행했다. 보통 연주 요청은 공식적인 공문을 통해 학교로 전달된다. 행복나눔 오케스트라는 이러한 요청에 응해 충청북도 교육청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하기도 하고, 지역사회 주민들 300여 명이 모인 자리에서 연주를 선보이기도 했다.
올해 4월에는 충청북도 자연과학원 연주가 예정되어 있고, 오송고등학교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앞두고 있어 연습에 매진 중이라고 한다. 이 외에도 찾아가는 연주회를 계획하여 지역사회에 음악을 전파할 수 있는 방안도 도모하는 등 오케스트라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행복이 노니는 무대

– 벼랑 위의 포뇨
행복나눔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연주를 연습의 연장이라고 생각하며 교내 버스킹을 수시로 열고 있다. 처음에는 부끄러워하던 아이들도 버스킹이 거듭될수록 부담감을 날리고 즐기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 날씨가 좋은 날은 등교하는 학생들을 위해 길거리 연주를 하고, 추운 겨울날에는 소규모 연주팀을 구성해 교실마다 찾아다니며 작은 연주회를 개최한다.
이때 자주 연주하는 곡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곡인 <벼랑 위의 포뇨>이다. 연주하기에 쉬운 곡은 아니지만, 밝고 통통 튀는 곡이라 관객들의 호응도가 제일 좋아 선호하게 됐다고 한다.

– 캐리비안의 해적 OST
전설적인 해적 ‘잭 스패로우’가 나오는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에 삽입됐던 OST(Original Sound Track) 곡은 행복나눔 오케스트라가 연주했던 곡 중 제일 손꼽히는 연주곡이다. 10분이 넘는 곡에 악기별로 킬링파트가 있어서 연주가 쉽지는 않았지만, 400마디가 넘는 악보를 달달 외우고 무대에 올라가 성공리에 연주했던 곡이다.
얼마나 긴장을 하고 연주를 했었는지, 무대를 마치고 내려오는 아이들 얼굴 위로 안도감이 휩쓸고 지나간 게 보일 정도였다고 하는데, 아이들 몇몇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우리 진짜 잘했어!”라는 말을 하며 뿌듯해 했다고 한다.

#힘듦과 마주한 연주

– 왕궁의 불꽃놀이 서곡
행복나눔 오케스트라는 2021년 11월 충북학교예술교육페스티벌에서 헨델이 작곡한 <왕궁의 불꽃놀이 서곡>을 연주했다.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연주로 진행되긴 했지만, 충청북도 교육청 주관으로 시행했던 첫 공식 연주였기에, 이대섭 교사를 비롯한 학생들은 무거운 부담감을 이고 연습에 열중했다고 한다.
어린 아이들이 연주하기에 무리가 있는 난이도의 곡이었기에 모두가 눈물을 쏟아가며 연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무사히 연주를 마쳤고, 모두가 서로의 노력을 격려했으며, 한층 더 성장한 모습으로 행복함을 만끽할 수 있었다.

– 레퀴엠 중 라크리모사(Lacrimosa)
아이들이 가장 힘들어했던 곡은 모차르트 레퀴엠 중 라크리모사였다. 곡 자체가 장송곡이기 때문에 워낙 어둡기도 했고, 느린 곡이라 작은 실수도 바로 티가 나는 곡이었다. 그러다보니 합주 연습 때마다 정확한 음정을 찾아야 했기 때문에 많이들 힘들어했다고 한다. 결국 지난해 마지막 크리스마스 연주 때 아이들의 거센 반발로 이 곡은 결국 연주 프로그램에서 빠지게 됐다고 한다. 역시, 아이들은 싫은 건 확실하게 싫어한다.

#좋아하는 마음의 근간

이대섭 교사는 학부모와의 상담에서 언제나 “아이가 즐겁지 않으면 그만두는 게 맞다.”라고 이야기하고, “아이가 음악을 좋아할 때까지 이끌어주면 된다.”라고 첨언한다. 저학년을 지나 고학년에 접어든 아이들은 그간 축적된 연습과 경험 덕분인지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채우기 위해 점심시간에 따로 연습 시간을 갖거나 방과 후 혼자 남아서 연습을 하기도 한다. 그런 아이들 중 일부는 졸업 후에도 음악의 끈을 놓지 않고 이어가기 위해, 청소년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기도 한다. 좋아하는 것을 하고자 하는 마음은 자발적인 행동과 사고를 불러들이고 더 높은 곳을 오를 수 있는 뿌리를 내려준다. 이대섭 교사의 말처럼 즐겁지 아니하면 좋아하는 것이 아니니 아이 스스로 좋아하는 길을 찾아 즐거운 미래를 그려갈 수 있도록 지켜봐 주는 것이 부모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 할 수 있겠다.

#관계를 넓히는 기회

초등학교 시절에는 선후배 간 밀접한 관계를 맺을 기회가 거의 없다. 그래서 주로 같은 학년들끼리만 어울리는데,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다 보면 선후배가 매일 같이 얼굴을 마주하고 활동을 함께 한다. 서로 호흡을 맞추고 연주를 완성 시키는 상호작용 속에서 관계의 연이 끈끈해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때로는 졸업한 선배들이 와서 같이 연주를 한다고도 하니 한 번 맺은 인연의 줄은 음악의 선율처럼 길게 이어져 나가는 듯하다.

프랑스 소설가 오노레 드 발자크(Honore de Balzac)는 음악에 대해 “음악의 언어는 무한하다. 여기에는 모든 것이 들어 있고 이것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선율이라는 언어로 무한한 감정을 전달하고 세상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음악은 그러하기에 동심을 키우고 시계(視界)를 넓혀주며, 마음을 정돈시킨다. 아이들의 손에서 태어나는 음악은 서툴지만 순수하고 화려하진 않지만 맑디맑다. 그러한 아이들의 음악이 날갯짓을 시작하며 바람을 타고 나아가려고 한다. 진천상신초등학교 행복나눔 오케스트라의 너른 행보를 기대해 본다.

이대섭
진천상신초등학교 교사

현재 진천상신초등학교 근무, 청주교육대학교 와 동대학원 졸업(2016.8.) 수곡초등학교와 수성초등학교에서 바이올린 앙상블 팀을 직접 창단하여 운영하였으며, 현재 진천상신초등학교에서 행복나눔오케스트라를 맡아 편곡과 지휘를 하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