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학력 보장을 위한
문해력, 수리력 진단도구 개발 1)
• 글·박선화 KICE 선임연구위원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으로, 2016년(1.17) 이후로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2022년에는 0.78을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초저출산 현상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지속적 발전을 이끌어갈 미래 인재가 감소하고 나아가 국가경쟁력이 저하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2020년에 발생한 COVID-19로 인해 최근 3년간 학교 교육이 원격수업 중심으로 이루어진 이후, 학생 간 학습격차가 더욱 커지고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증가하였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기초학력 미달 문제가 조기에 해결되지 않으면 학습 결손이 심화되어 많은 학생들이 원하는 진로나 직업을 가지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에 정부에서는 학습 결손의 누적을 예방하고 자신의 능력, 소질, 적성에 따라 학습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보장하는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정부는 ‘기초학력 보장법’(법률 제18458호, 2021. 9. 24., 제정) 및 ‘기초학력 보장법 시행령’(대통령령 제32554호, 2022. 3. 25., 제정)을 발표하였고, 2022년 10월에는 향후 5개년 동안 추진할 기초학력 정책 방향을 제시한 ‘제1차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2023~2027)을 제시하였다.
기초학력 보장법에 따르면, 학교의 장은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습지원대상학생을 조기에 발견하고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하여 기초학력 수준 도달 여부를 진단하는 검사를 실시할 수 있다. 현재 기초학력 진단을 위해 국가수준에서 제공하는 진단도구에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 기초학력 진단-보정 시스템이 있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는 중학교 3학년 및 고등학교 2학년 학생 일부를 표집하여 시행하는 평가로, 각 학교에서 기초학력 도달 여부를 진단하는 도구로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또한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와 기초학력 진단-보정 시스템은 3월초에만 진단평가를 실시할 수 있어, 학교의 여건과 필요에 따라 원하는 시기에 목적에 맞게 진단평가를 실시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각 학교에서는 자체적으로 진단도구를 개발하여 진단검사를 실시할 수 있지만, 신뢰성 있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진단도구를 국가수준에서 개발하여 보급해 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특히 학습 결손이 심각한 학생들의 경우, 그들이 현재 어느 수준에 머물러 있는지 정확히 진단하여 기초학력 향상에 필요한 정보를 구체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심층적 진단도구가 필요하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는 초·중등학교 학생들의 기초학력 보장 체제 구축을 지원하기 위하여 기초학력의 개념을 정립하고, 기초학력의 주요 구성 요소인 문해력과 수리력의 진단도구를 개발하는 연구를 3년에 걸쳐 수행하였다. 본고에서는 3년 동안 수행한 주요 연구 결과와 활용 방안을 간단히 제시하고자 한다.
1) 이 글은 박선화 외(2020, 2021, 2022). 기초학력 보장을 위한 문해력, 수리력 진단도구 개발(1), (Ⅱ), (Ⅲ)에서 일부 내용을 발췌하여 작성한 것이다.
기초학력, 문해력, 수리력의 개념 및 수준별 성취기준 개발
1차 연도 연구에서는 미래사회의 요구에 부응하는 새로운 학력 개념을 기반으로 기초학력의 개념을 정립하였고, 기초학력의 주요 구성 요소로써 문해력과 수리력을 제시하고 아래와 같이 개념과 구성 요소를 구체화하였다.
1차 연도 연구에서는 이러한 문해력, 수리력의 개념과 구성 요소를 토대로 문해력과 수리력을 진단하는 수준별 성취기준을 개발하였다. 수준별 성취기준은 문해력, 수리력의 수준을 4개의 수준으로 구분한 후, 각 수준에서 기초학력 도달을 나타내는 성취기준이다. 각 수준은 학교 및 교사, 학생 및 학부모의 이해와 활용의 편의성을 고려하여, 교육과정상의 학년군에 맞춰 구분하였다. 즉, 1수준은 1~2학년군, 2수준은 3~4학년군, 3수준은 5~6학년군, 4수준은 7~9학년군의 기초학력 수준으로 설정하였다. 수준별 성취기준의 타당성 검증은 전문가의 내용 타당성 검토와 초·중등학교 학생들에게 실시한 문해력, 수리력 예비검사를 통한 현장적합성 검증을 통해 이루어졌으며, 이를 통해 기초학력 진단 기준으로 적합한 수준별 성취기준으로 문해력 169개, 수리력 196개를 확정하였다.
기초학력 진단을 위한 문해력, 수리력 진단도구 개발
문해력, 수리력 진단도구 개발에 앞서 2차 연도 연구에서는 기초학력 진단에 적합한 예시문항을 수준별 성취기준의 1~3배수로 개발하고 예비검사를 통해 타당성 검증을 실시하였다. 타당성이 낮게 평가된 문항은 수정·보완을 실시한 후 3차 연도 연구에서 전문가 검토를 통해 타당성을 확보하였다.
3차 연도 연구에서는 타당성이 검증된 예시문항을 활용하여 문해력, 수리력 진단도구를 개발하였다.
문해력 진단도구는 읽기, 쓰기, 듣기·말하기 영역별로 개발하였고, 읽기와 쓰기 영역은 지필검사 형태로, 듣기·말하기 영역은 컴퓨터 기반 평가 형태로 개발하였다.
수리력 진단도구는 모두 지필검사 형태로 개발하였고, 수와 연산, 도형과 측정, 변화와 관계, 자료와 가능성의 4개 영역별로 개발하였다. 다만, 1수준과 2수준은 수와 연산, 도형과 측정의 2개 영역에 대해서만 진단도구를 개발하였고, 3수준과 4수준은 4개 영역별로 진단도구를 개발하였다. 이는 1수준과 2수준의 변화와 관계, 자료와 가능성 영역의 성취기준 수가 1~3개로 너무 적어서 영역별 진단도구로 개발하기에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들 성취기준은 3수준의 변화와 관계, 자료와 가능성 영역 진단도구에 포함되었다.
수리력 진단도구는 영역별로 개발되었지만, 진단검사 시행에서는 검사시간을 고려하여 2개 영역을 통합한 형태로 진단검사지를 제작하여 시행하였다.
문해력, 수리력 진단도구의 타당성 검증을 위해 각 수준의 내용에 대한 학습을 끝마친 직후 학년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문해력, 수리력 진단검사를 실시하였다. 즉, 1수준은 초등학교 3학년, 2수준은 초등학교 5학년, 3수준은 중학교 1학년, 4수준은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진단검사를 실시하였다. 진단검사에 참여한 학교는 대도시, 중소도시, 읍면 지역 학교를 고르게 표집하였고, 시행에 참여한 학생 수는 문해력 4,340명, 수리력 5,208명이었다. 다만, 문해력의 듣기·말하기 영역에 대한 컴퓨터 기반 평가는 컴퓨터 프로그램의 설치 등의 어려움으로 인해 수준별로 약 50여명의 학생들만 참여하였다. 진단검사 결과, 문해력, 수리력의 영역별 진단검사의 검사 신뢰도는 대체로 0.7 이상으로 나타나 신뢰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문해력, 수리력 진단검사 결과를 토대로 학생들의 기초학력 도달 기준점수를 정하는 준거설정 작업을 실시하였다. 준거설정은 대규모 인원이 응시한 문해력의 읽기, 쓰기 영역, 수리력의 4개 영역을 대상으로 실시하였다. 준거설정 방법으로는 준거설정 위원이 최소 3차례 이상 평정과 협의 과정을 거치는 수정된 앵고프 방법을 사용하였다. 준거설정을 통해 산출된 문해력과 수리력의 기준점수를 토대로 나타난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오른쪽과 같다.
표에서 볼 수 있듯이, 문해력, 수리력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수준이 올라갈수록 그 비율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문해력읽기 영역 3수준은 검사도구 문항이 다소 쉽게 출제되어 기초학력미달 비율이 낮게 나타난 것으로 분석되었다. 한편, 고등학교 1학년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4수준 진단검사에서는 10% 내외의 학생들이 기초학력 미달로 나타나,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의 기초학력 향상을 위한 집중 지원이 필요함을 시사하고 있다.
문해력, 수리력 진단도구 활용 방안
본 연구에서 개발한 문해력, 수리력 진단도구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교육 주체인 학생, 교사 및 학교, 시도교육청 및 정부로 구분하여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학생들은 문해력, 수리력의 영역별 진단검사에 응시하여 자신이 응시한 영역의 기초학력 수준에 도달했는지 점검할 수 있다. 학생들은 모든 영역의 진단검사에 응시할 수도 있고, 일부 영역의 진단검사만 응시할 수도 있다. 예컨대, 학생들은 문해력 진단검사만 응시하고 수리력 진단검사는 불참할 수도 있고, 문해력의 읽기 영역과 수리력의 수와 연산 영역의 진단검사만 응시할 수도 있다. 또한 학습 결손이 심각하다고 판단될 때에는 더 낮은 수준의 진단검사를 실시하여 자신의 현재 상태를 정확히 진단할 수 있다. 학생들은 자신이 응시한 진단검사를 통해 해당 영역에서 자신이 부족한 부분 즉, 취약 내용을 파악할 수 있고, 취약 내용에 대한 보강 학습방법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으며, 진단검사 결과를 토대로 취약 내용을 보정할 수 있는 학습 계획을 수립하고, 학습 계획에 따라 보정학습을 실시할 수 있다.
째, 교사 및 학교에서는 학생 전체 또는 학습지원대상학생이 될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일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문해력, 수리력 진단검사를 실시할 수 있다. 문해력, 수리력의 모든 영역에 대해 진단검사를 실시할 수도 있고, 대표 영역으로 문해력의 읽기 영역, 수리력의 수와 연산 영역을 선정하여 진단검사를 실시할 수도 있다. 문해력, 수리력 진단검사에서 기초학력 미달로 진단된 학생을 학습지원대상학생 후보로 선정하고, 심층 진단을 실시하여 최종 대상자를선정할 수 있다. 학습지원대상학생으로 선정된 학생에게는 진단검사 결과에서 제공한 보정학습 지도를 위한 학습자료 안내를 참고하여 필요한 학습 주제에 대한 맞춤형 보정학습 계획을 수립하고 교수학습 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 또한 교사는 국어 및 수학 교과의 정규 수업에서 본 연구에서 개발한 문해력, 수리력의 수준별 성취기준을 활용하여 기초학력 부족을 예방하는 교수학습을 실시할 수 있다.셋째, 시도교육청 및 정부는 문해력, 수리력 진단검사 결과를 기초학력 지원 정책의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어느 영역, 어느 수준에서 많이 발생하는지, 기초학력 미달이 많이 발생하는 성취기준은 어떤 것인지 파악하고 원인을 분석하여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문해력, 수리력진단검사 결과 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기초학력 향상 지원 정책의 효과성을 검증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시도교육청에서는 학습지원 담당 교사들의 학습지원대상학생 지도 역량 강화를 위한 연수 프로그램 개발에 문해력, 수리력 진단도구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제1차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에서 학습지원 담당 교원 역량 강화 연수 교육과정(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 교육과정은 학습지원대상학생에 대한 일반적인 이해와 전략에 초점을 두고 있어서 문해력, 수리력과 같은 전문 분야에 특화된 교원 연수 프로그램은 제공하고 있지 못하다. 본 연구에서 제시한 문해력, 수리력 진단검사 결과보고 자료를 활용하여 연수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면, 학습지원대상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사들의 전문성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본 연구에서 개발한 문해력, 수리력 진단도구가 학교 현장에서 널리 활용되고, 지속적으로 고도화되어 우리나라 학생들의 기초학력 제고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박선화
KICE 선임연구위원
수학교육을 전공했으며, 수학과 교육과정 개발 및 기초학력 향상을 위한 수학과 교수학습 자료 개발 연구를 수행해 왔다. 현재는 블렌디드 러닝 환경에서 학습자 유형화에 따른 맞춤형 교수학습 방안 연구와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최소한의 성취기준 개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