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교육 발전과 시사점

글·박채원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 매니저

아프리카 교육에 대한 우리의 이미지

한국에서 아프리카 교육은 여전히 낯설고 어렵다. 심지어 일상에서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아프리카 교육에 대한 이미지는 다소 부정적이다. 여전히 많은 아동이 여러 이유로 인해 학교에 가지 못한다. 학교 터는 있지만 학교 건물이 없다. 학교 건물은 낡거나 책걸상과 교과서가 없다. 아동은 학교에 입고 갈 교복이 없고, 책가방과 필기구도 없다. 학교에 화장실을 포함한 위생 시설이 없거나 열악하다. 교사가 학교에 오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이 아프리카 교육에 관한 우리의 일반적인 이미지다.
아프리카에 대한 이미지는 현실을 반영한다. 아프리카에서 교육이 이런 이미지를 갖게 된 배경은 식민지 역사로부터 온다. 아프리카 국가 대부분은 15세기 대항해 시대 이래로 400년 이상 유럽 국가의 식민지였다. 식민지 교육 정책이 있었지만, 교육의 목적은 식민 지배의 편리함과 유용함에 있었기 때문에 지난 몇 세기 동안 아프리카에서 교육은 제대로 뿌리 내리기가 어려웠다. 1950년대 이후, 유럽으로부터의 독립이 본격화 되면서 신생 국가는 교육법을 제정하고, 교육 정책을 수립했다.
20세기의 역사만 놓고 본다면, 아프리카와 한국은 비슷해 보인다. 양자 모두 20세기 중반까지 식민 지배를 겪었다. 이후 세계 2차 대전을 전후로 독립하여 국가를 세우고 교육 제도를 구축했다. 그러나 100년도 되지 않는 짧은 현대사를 겪어온 그 결과는 사뭇 다르다. 오늘 날 한국과 아프리카의 교육 격차는 현저하다. 심지어 당시 일부 아프리카 국가는 한국보다도 높은 경제 수준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에 현재의 교육 격차는 다소 놀랍기까지 하다.
그렇다면 아프리카 교육은 지금 어느 수준까지 온 것일까. 여태껏 우리가 생각하는 낙후된 이미지만큼 성장하지 못한 걸까. 아니다. 우리가 떠올리는 아프리카의 교육은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고 말하는 격과 같다. 아프리카에는 54개의 국가가 있다. 국가의 수만큼이나 아프리카는 다양하다. 교육 환경과 교육 수준도 다르다. 아프리카 내에서도 북아프리카와 사하라이남 아프리카 국가의 상황이 다르고, 사하라이남 아프리카 안에서도 개별 국가마다 교육 환경과 수준이 모두 다르다. 심지어는 한 국가 안에서도 지역, 성별 등에 따라 교육 격차가 심하게 나타난다. 학교에 갈 수 없는 아동도 있는 반면, 사교육을 받으며 명문 사립학교에 다니는 아동도 있다. 이 모든 것이 아프리카 안에 공존한다. 그러므로 하나의 이미지로 아프리카를 표상하거나 하나의 키워드로 아프리카의 교육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해결해야 할 아프리카 교육 현장의 모습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아프리카 교육의 문제점을 생각하고 더 나은 교육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아프리카 교육에 대한 이미지가 전체를 대표하는 이미지라고는 할 수는 없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프리카 교육은 지금 어떤 모습일까.
우선, 국가의 교육 거버넌스가 취약하다. 전문 인력이 부족하고, 행정 전문성이 결여되어 있다. 교육 시스템도 체계적으로 갖추어져 있지 않다. 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해 교육부는 국제기구 및 원조기관과 함께 교육 협의체를 조직하고, 국가의 교육전략과 정책을 함께 수립한다. 지방 분권화가 이루어져 지방 교육청에 많은 업무가 부여되는 데 반해 충분한 운영 역량과 인력을 보유하고 있지 못하다. 예산이 부족해 공무원 및 교사의 업무 환경을 개선하기 어려우며, 학교 현장에서는 계획한 만큼 교육의 성과를 달성하는 것이 어렵다. 여전히 예산의 일정 부분을 대외원조에 의존하고 있다.
교사 문제 또한 심각하다. 점차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교사의 학력 수준이 낮고, 고등교육 수준의 교사 양성 기관이 턱없이 부족하다. 교사를 양성하거나 현직교사를 대상으로 연수와훈련을 제공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도 부족하다. 내전 중에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교사가 되었지만, 그 이후로 한 번도 연수를 받지 못한 교사도 있다. 교사의 급여가 낮고, 승진 체계가 잘갖추어져 있지 않아 직업으로서 교사에 대한 선호도가 낮다. 교원순환제가 되지 않아 한국의 도서지역과 같은 지역의 교사가부족하다. 대부분의 농촌 지역에서는 교사 및 교실 부족으로 학년 간 합반 수업이 흔하게 이루어진다.
경제적인 이유로 아동들이 학교에 미등록 하거나, 등록을 했더라도 학교에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시간 노동하는 아동도 있다. 중등학교에 올라가게 되면, 학교가 멀고 교통편이 좋지 않아 학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특히, 여아의 경우 열악한 학교 위생이나 안전 위협 요소로 인해 중등학교 진학을 꺼리는 경우도 있다. 이로 인해 아동의 교육에 대한 접근성 및 학업 성취도가 낮은데 도시보다는 농촌 지역에서 더 두드러진다.

꿈틀대는 아프리카, 변화를 위한 노력

국제사회는 지난 30년 간 전 세계의 교육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1990년 모두를 위한 교육(Education for All) 선언을 시작으로 국제사회가 교육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교육이 국제사회의 당면 과제로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 새천년개발목표(Millennium Development Goals)를 통해 2015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 초등교육을 달성하고자 한 때부터이다. 이로써 아프리카를 포함한 많은 지역에서 초등교육의 양적 팽창이 이루어졌고, 초등교육에 대한 접근성이 향상되었다. 이후 Post-2015를 맞이하여 국제사회는 지속가능한 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선언하였으며, 바야흐로 양질의 교육(Quality Education)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적 흐름 속에서 아프리카는 자생적 성장을 위해 도약해왔다. 2001년 아프리카연합(African Union)은 “아프리카 발전을 위한 새로운 파트너십(New Partnership for African Development)” 프로그램을 수립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목표로 하였다. 2011년 아프리카개발은행(African Development Bank)은 “50년 후의 아프리카-포용적 성장을 향한 길(Africa in 50 Years’ Time – The Road Towards Inclusive Growth)” 보고서를 발표함으로써 포용적 성장을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고자 하였다. 뒤이어 2013년에는 아프리카연합이 “의제 2026: 우리가 원하는 아프리카(Agenda 2063: The Africa We Want)”를 선언함으로써 아프리카 미래 발전의 청사진을 제시하였다.
이 과정에서 교육은 아프리카 발전을 위한 중요 요소로 인식되었다. 아프리카 연합은 2015년 “아프리카 대륙 교육 전략(Continental Education Strategy for Africa) 2016-2025” 를 수립했다. 동 전략은 교사부터 학생, 학교 교육과 비형식 교육1) , 초등교육부터 고등교육까지 모두 아우르는 전략 목표를제시하고 있다. 교사의 전문성 강화, 교육 인프라 개선 및 관련정책 개발, ICT 역량 강화, 문맹 퇴치를 위한 문해 교육, 수학및 과학 커리큘럼 강화 및 보급, 중등 및 고등교육의 직업 훈련및 교육 시스템 연계, 고등교육 및 연구 역량 강화, 운영 및 자료 수집 등을 위한 교육 관리 시스템 향상 등의 내용이 포함되었다. 이 목표들은 아프리카 교육이 직면한 과제를 보여준다.
2021년 유니세프와 아프리카연합은 “아프리카의 변화하는교육: 증거 기반의 개관 및 장기적 관점에서의 개선을 위한제언(Transforming Education in Africa: An evidence-based overview and recommendations for long-term improvements)”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동 보고서는 아프리카 교육이 괄목할만한 성과와 진전을 이루었으나 여전히 형평성 보장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해결하기 위해 제도의 보완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형평성이 언급되는 이유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여전히 국가 간의 격차는 물론, 국가 안에서도 지역, 성별 등에 따라 교육 격차가 크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는 이전부터 교육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으로 ICT를 활용한 교육 정책과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의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최근 10년 동안에는원격 교육 모델인 ODeL(Open Distance and e-Learning)을 확산하고자 하려는 움직임이 증가하였다. 원격 교육은 현재 교사연수와 고등교육 분야에서 주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그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의 교육 격차는 지난 COVID 19 팬데믹 이후더욱 심화되었다. 한국 역시 팬데믹 상황에서 교육 격차가 발생한 만큼, 교육 환경이 열악한 아프리카에서 그로 인한 격차는 더욱 크게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

1) 비형식 교육은 형식 교육 기관으로서의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 활동을 제외한 다양한 형태를 가리킨다.

아프리카 교육 발전을 위한 한국의 노력

아프리카에 대한 한국의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아프리카 교육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한국 정부의 대 아프리카 협력 비중은 점차 증가하여 전체 원조 규모의 약 1/5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아프리카의 전략 과제 달성과 형평성의 보장을 위해 어떤 기여를 하고 있을까.
한국 정부가 진행하는 협력은 크게 국제기구를 통한 다자협력과 대상 국가와 직접 협약하는 양자 협력이 있다. 양자협력은 유상 협력과 무상 협력으로 구분된다. 유상 협력은 수출입은행의 대외경제협력기금을 통해 이루어진다. 교육 분야는 대학, 연구소 혹은 기술원, 직업훈련원 등 고등교육 기관의 건립 사업과 훈련이 주로 이루어지고 있다. 무상 협력은 외교부 산하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교육부를 통해서 주로 진행된다. 개발 협력 프로젝트, 협력국 공무원 초청 연수, 국내 대학원 장학 지원, 해외 봉사단 파견, 기술자문 및 컨설팅 등 협력의 형태가 다양하다. KOICA의 협력은 지금까지 초등교육과 중등교육, 교사교육 등 학교 교육과 문해 교육, 학교 밖 아동 교육 및 훈련 등 비형식 교육 전반에 걸쳐 이루어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직업훈련원 구축, ICT 기반 교육 환경 구축 및 역량 강화 등이 강조되고 있다. 교육부의 협력은 고등교육(장학 사업 포함), 원격 교육, 세계시민교육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며, 선도대학육성사업, 이러닝세계화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한국의 대 아프리카 교육 협력의 특징과 변화는 국제사회 담론과 아프리카 현실 사이, 아프리카 교육에 대한 일반적 이미지와 현실 사이에 간극 있음을 보여준다. 아프리카의 성장을 위해서는 경제 인력 양성과 고등 인력 양성이 동반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난 30년 동안 국제사회는 기초 교육만을 강조해 왔다. 물론 기초 교육은 토대가 되는 교육이기 때문에 중요하다. 세계인권선언문에서도 교육 받을 권리, 즉 인권으로써의 교육권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언어와 문화의 차이 때문에 다른 대륙, 다른 국가에서 기초 교육에 기여하기란 쉽지 않다. 실제로 한국을 포함해 많은 국가에서 아프리카 기초 교육에 기여하는 데에 어려움을 느껴왔다. 그 결과 국제사회의 담론과는 반대로 기초 교육보다는 직업훈련과 고등교육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점차 증가하게 되었다. 기초 교육에 대해서도 수학과 과학 분야의 협력이 두드러졌다. 아프리카 교육에 대한 수요와 공급 사이의 간극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아프리카는 전통적으로 온 마을이 함께 아이를 키우는 미풍양속을 가진 땅이다.
한국 못지않은 높은 교육열을 가지고 있고, 교육을 통해 변혁을 꿈꾼다.

아프리카 교육 협력을 위한 시사점

아프리카 옛 속담에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우리는 흔히 한국 발전의 원동력은 교육열에 있다고 말하면서 아프리카 사람들은 교육에 관심이 없고 그래서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아프리카는 전통적으로 온 마을이 함께 아이를 키우는 미풍양속을 가진 땅이다. 한국 못지않은 높은 교육열을 가지고 있고, 교육을 통해 변혁을 꿈꾼다.
그러나 지난 십 수 년 아프리카 교육은 국제사회의 담론과 현실의 간극, 일반적 이미지와 현실의 간극, 공급과 수요의 간극 등의 이유로 인해 성장하기에 어려웠다. 그리고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여전히 우리는 아프리카 교육의 발전을 위해 학교를 지어주고, 교실을 지어주고, 책가방과 필기구를 지원하며, 교육 봉사를 가는 일이 그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프리카의 교육이 보여주는 현상의 다양함과 복잡함만큼이나 협력의 방안도 다양할 수 있다. 정부 차원의 협력뿐만 아니라 교육 현장에서 학교, 교사, 학생 간의 협력도 더 많이 이루어질 수 있다.
한국의 교육 현장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아프리카의 교육 현장을 본다면, 아프리카 교육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더 넓어지고 풍요로워 질 것이다. 교육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되묻게 되는 오늘, 협력을 통해 지구촌 마을에서 어떻게 함께 아이들을 키워나갈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박채원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 매니저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 국제사업부문에서 근무하고 있다.
교육개발협력 분야에서 다수의 프로젝트 기획, 성과관리 및 평가에 참여하였다.
아프리카 교육, 교육과 발전, 교육개발협력 프로젝트의 성과 평가 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