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교육을 전공했으며, 그동안 한국어 자동채점 방안 연구, 고교학점제 도입에 따른 교과 이수 기준 설정 방안 연구, 고교학점제 종합추진계획 방안 연구 등을 수행하였고, 최근에는 2022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 개발 연구를 연구 책임자로서 주도하였다.

드디어 2022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이 고시되었다. 2022년 12월, 이 날의 고시를 위해 2년 전부터 4차례 예비 연구들을 진행하면서 2022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 개발 방향을 크게 다섯 가지로 집약해 나갔다. 첫째,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역량 함양이 가능한 교육과정을 구현한다. 둘째, 학습자의 성장을 지원하는 교육과정을 구현한다. 셋째, 기초 교과로써 책임 교육을 구현하는 교육과정을 개발한다. 넷째, 미래 사회에 대비하는 교수·학습 및 평가를 지원하는 교육과정을 개발한다. 다섯째, 새로운 2022 개정 교과 교육과정의 문서 체제를 적용하여 제시한다. 이러한 방향에서 마련된 2022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은 기존의 개정 시기별 변화와 비교할 때 그 진폭이 상당하다고 할 수 있는데, 이 가운데에서도 눈에 띄는 특징적 변화를 우선 꼽아 보자면 다음과 같다.

특징적 변화 1

 기초 문해력 강화를 위한 초등 저학년 34시간 증배 

최근 다문화 사회의 정도가 심화되는 것에 더해, 코로나19 발생 이후 학생들의 기초 문해력 저하에 대한 우려가 깊다. 이에 2022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에서는 학생들에게 미래 사회를 살아가고 교과 학습을 따라가기 위한 기초 학습의 토대를 마련해 주어야겠다는 공감 속에서, 기초 문해력 강화를 중점 과제로 삼았다. 무엇보다 입학 초기에 집중적으로 한글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초등 저학년의 국어 시수를 34시간이나 늘렸다. 학습자의 언어 발달을 고려하면 초등 저학년 시기에 국어 시수를 집중적으로 배치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럽다. 실상도 대부분의 나라에서 이러한 방향으로 자국어 교육과정을 설계한다. 이번에 초등 저학년 국어 교과에서 34시간을 증배함으로써 우리 교육과정도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여 국어 교과가 기초 문해력을 담당할 수 있는 기반을 더욱 탄탄히 하였다. 나아가 초등 저학년의 한글 교육 시기를 융통성 있게 안내하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지점이다. 보통 1학년 3월에 입학 초기 적응 교육을 실시하고 4월에 국어, 수학, 통합 교과와 같은 교과 수업으로 들어가는데, 그렇게 했을 때 국어 교과에서 실시하는 한글 교육과 수학 같은 다른 교과 수업이 함께 진행되는 문제가 있었다. 학생에 따라서는 한글 해득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교과 학습으로 들어갈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점을 보완하여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2015 개정 교육과정과 비교할 때 1학년 학생들의 입학 초기 적응 교육을 위해 3월에도 국어 ‘교과’ 시수를 활용하여 ‘한글 해득 교육’을 포함한 기초 문해력 교육을 실시할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이 안내하고 있다.

이렇게 34시간 증배와 더불어, 2022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에서는 기초 문해력을 체계적으로 다룰 수 있도록 국어과 내용 체계의 초석을 마련하였다. 특히, 읽기 영역, 쓰기 영역, 문법 영역에서 ‘읽기의 기초’, ‘쓰기의 기초’, ‘한글의 기초와 국어 규범’과 같은 하위 범주를 별도로 설정한 것이 그러하다. 이 가운데 ‘읽기’ 영역을 하나의 예로 제시하면, 내용 체계의 ‘읽기의 기초’ 범주에 ‘글자, 단어 읽기’, ‘문장, 짧은 글 소리 내어 읽기’, ‘알맞게 띄어 읽기’와 더불어 ‘유창하게 읽기’를 포함한 것을 주목할 수 있다. ‘유창하게 읽기’는 높은 수준의 텍스트 이해에 이르기 위해 반드시 습득해야 하는 기본적인 읽기 이해 기능이다(OECD, 2019:34). 이러한 내용 요소들을 초등학교 단계에 포함함으로써 학생들이 읽기에 관한 기초 역량과 학습 기반 능력을 체계적으로 다질 수 있도록 하였다.

<표 1> 2022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 읽기 영역 ‘읽기의 기초’ 범주의 내용 요소

특징적 변화 2

 디지털 · 미디어 역량 함양을 위한 매체 영역 신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학교 교육과 평생 학습의 기초로 언어 소양, 수리 소양과 함께 ‘디지털 소양’ 강화를 표방하였다. 국어과 교육과정에서도 다양한 매체 환경 아래 전개되는 국어 활동의 특징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이에 참여할 수 있도록 ‘디지털·미디어 역량’을 국어과 역량으로 설정하고 국어과 목표에 이를 반영하였다. 이를 토대로 국어 교과에서 ‘매체’ 영역을 신설하여 초등학교 단계부터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매체 교육을 실시하도록 하였다. 그간 국어과 교육과정은 ‘듣기·말하기’, ‘읽기’, ‘쓰기’, ‘문법’, ‘문학’의 5영역을 중심으로 내용이 제시되었는데, 이제 ‘매체’ 영역이 새롭게 추가되어 6영역 체제가 마련된 것이다. 나아가 고등학교에도 ‘매체’ 관련 과목으로 「문학과 영상」, 「매체 의사소통」 등의 과목을 신설하여 디지털·미디어 역량을 함양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교수·학습 방법을 수립할 때도 매체 자료를 포함한 복합양식 자료를 적극 활용하고 디지털 학습 환경을 적극 활용하도록 안내하였다.

<표 2> 2022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 ‘매체’ 교육 강화 관련 주요 내용

특징적 변화 3

 핵심역량을 반영한 고등학교 선택 과목 신설 

2022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에서 고등학교 선택 과목은 크게 4가지 방향을 염두에 두고 개발하였다. 첫째, 고교학점제 취지에 부합하도록 학생 개별 성장 및 진로 설계를 중시하는 과목을 개발한다. 둘째, 삶과 연계한 미래 역량 함양이 가능한 과목을 개발한다. 셋째, 공동체로써 배려와 화합을 중시하는 과목을 개발한다. 넷째, 새로운 매체 환경 변화에 대응하여 가치 창조적 융합을 탐색할 수 있는 과목을 개발한다.

이러한 개발 방향에 맞추어 2022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에서는 일반 선택 과목으로는 「화법과 언어」, 「독서와 작문」, 「문학」을, 진로 선택 과목으로는 「주제 탐구 독서」, 「문학과 영상」, 「직무 의사소통」을, 융합 선택 과목으로는 「독서 토론과 글쓰기」, 「매체 의사소통」, 「언어생활 탐구」를 설정하였다. 이러한 과목 구성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의 과목 구성과 비교하면 그 변화가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2015 개정 국어과 고등학교 선택 과목 구성>

<2022 개정 국어과 고등학교 선택 과목 구성>

국어과의 선택 과목은 고교학점제의 취지에 부합하는 학생의 개별적 성장과 진로 설계 및 역량 함양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되, 교과 내 통합 및 융합 강화, 새로운 디지털·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응, 학생의 적성 및 흥미 반영 등을 중점적으로 고려하여 과목을 신설하였다. 이러한 선택 과목 구성에서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진로 선택 과목들과 융합 선택 과목들이 그간 국어과에서 선보이지 않았던 과목명과 그에 따른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신설된 다양한 과목 가운데에서도 특징적으로 주목할 수 있는 바는 독서·논술 능력을 함양할 수 있는 과목들이 전면적으로 배치되었다는 점이다. 즉, 「독서와 작문」, 「주제 탐구 독서」, 「독서 토론과 글쓰기」 등이 이에 해당한다. 국어과에서 독서·논술 능력을 충실히 다루어야 깊이 있는 학습과 통합적 학습 실천의 기반이 마련되고 이를 토대로 미래 사회에 요구되는 비판적·창의적 사고 역량이 강화될 수 있는 것이다. 미래 사회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입시 제도에서 서·논술형 평가 방식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어교육이 공교육 범위에서 이를 강력히 뒷받침해야 한다는 인식이 더해진 것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