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학교폭력 종합계획(pHARe)

프랑스에서는 2023년 9월 신학기부터 학교폭력에 대한 종합계획(pHARe)을 초·중·고의 모든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이는 학교폭력과 관련된 학교 분위기를 평가하고 학교폭력을 예방하며, 학교 내에서 학생과 교직원을 보호할 수 있는 공동체를 구성하고, 학교폭력 발생 시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해당 계획의 실행을 위해 학교 내 의사결정기구(학생회, 건강환경시민성 교육위원회 등), 학부모 및 관련 기관과 적극적인 협업이 요구된다. 또한 관련 자료를 모은 국가 플랫폼 운영을 통해 정보의 접근성을 높이는 계획도 포함되어 있다. 학교 내에서 학교폭력 종합계획은 크게 학교 내 전담 인력의 운영과, 학교폭력 사안 처리 프로토콜, 그리고 매년 10시간의 학교폭력예방교육 및 심리사회역량¹⁾ 강화 교육으로 구성되어 있다.

1) 삶의 기술(Life skills)로 번역되며, 일상에서 필요한 과제를 다루는 데 요구되는 역량으로 문제해결, 의사소통, 사회성, 감정 조절능력 등을 일컫는다.

프랑스 학교 내 학교폭력 사안조사 전담인력

프랑스 학교에서 일반적으로 교사의 역할은 수업을 담당하는 것으로, 우리나라와 같이 행정적 업무를 겸하지 않는다. 대부분 학교의 행정업무는 학교 내 행정실 직원과 관리자가 담당하는데,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했을 경우 일차적인 사안 처리 책임자는 학교장이 된다.
그런데 새로운 학교폭력 종합계획의 시행에 따라 학교장은 학교 내에 ‘학교폭력 지원팀’을 꾸려 학교폭력 사안을 보다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해당 지원팀은 학교장이 임명하는 최소 5명 이상의 서로 다른 직렬의 교직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초등의 경우에는 학교장이 아니라 지역교육청의 담당 장학사가 여러 학교를 묶은 교육구별로 지원팀을 구성한다.
이와 더불어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는 추가로 학교당 한 명의 ‘학교폭력 코디네이터’를 지정해, 학교장을 보조해 학교폭력 사안의 처리와 후속 조치를 담당하는 역할을 맡길 수 있게 되었다. 학교폭력 코디네이터는 학교 내 교직원을 대상으로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계획의 실행과 연수를 맡으며, 다른 학교나 외부 기관(지자체, 경찰, 인증받은 교육 단체)과의 연결을 맡는다. 또한 교원이나 학교간호사(보건교사) 또는 학교사회복지사가 담당할 수 있으며, 해당 직책을 맡게 될 경우 추가 수당을 지급받게 된다.
마지막으로는 중·고등학교의 단위학교 내에서 활동하는 ‘학교폭력 홍보대사’ 학생들이 있다. 이들은 친구들의 관계에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동급생끼리 중재하거나,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했을 경우 신속한 탐지와 사안 처리를 지원하기 위해 교육을 받고 이를 실행하는 학생들이다.

프랑스 학교 내 학교폭력 사안조사 방법

프랑스 교육부에서는 학교폭력 사안 대처 및 처리 프로토콜을 초등과 중등으로 나누어 발간했는데, 프로토콜에 따르면 학교폭력 사안 조사는 크게 두 단계를 거친다²⁾.
1) 파악 단계 : 학교폭력사건이 발생한 것을 탐지하는 단계로, 피해자 학생이나 가족, 목격자, 교직원 등의 신고를 통해 이루어진다.또한, 학교폭력사건을 신고할 수 있는 핫라인(전화 3018)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학교폭력사건이 신고되면, 사실확인과 사안처리를위해 우선 피해 학생을 상담하고, 보호하며, 피해 학생의 학부모와면담을 실시하게 된다. 이때 학생 보호 과정에서 학교폭력 홍보대사 학생과 학생 담당 교원을 한 명씩 지정해 피해자 학생과 소통하고, 학생의 학교 일과 중 가해자 학생과 접촉하는 것을 경계한다. 다음으로 가해자 학생의 부모에게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통지한다.
2) 처리 단계 : 먼저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했을 경우, 학교장은 지역교육청에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하며, 사안의 정도가 심각하고 반복될 경우 검찰에 고소할 수 있다. 처리 단계에서는 학교폭력의 목격자 학생과 가해자 학생, 그리고 각각의 학부모와 면담을 하게 된다. 그리고 학교장은 학교폭력사안에 대해 의무적으로 징계위원회를 열어야 하며, 사안의 심각도에 따라 가해 학생에게 징계를 내리게 된다. 징계의 종류는 학교내부규정에서 정한 내용을 따르는데, 사회봉사나 일시적 등교 금지에서부터 가장 심각한 경우 강제 전학이 가능하다. 또한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에 대한 후속 조치를 실행하는데, 피해 학생의 상태를 매일 점검하며, 학생의 상태가 나아지는 것이 확인될 때까지 지속적인 관리를 필요로 한다. 가해 학생의경우 징계 이후 태도의 변화를 관찰하고 관리한다. 교육부에서는 프로토콜과 함께 이를 간소화한 포스터를 배부해 해당 사안에 대한 학생, 학부모, 교원의 이해도를 높이고 있다(63p 그림 참조). 학교폭력 사안조사 방법을 크게 상황 파악과 사안 처리로 나누어, ‘상황 파악’에서는 누가,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나누어 일목요연하게 제시하고 있으며, ‘사안 처리’에 대해서는 단계적으로 처리해야 할 항목을 순서에 따라 간결하게 제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학교장이나 학교폭력 코디네이터가 사안 처리과정을 일지로 기록해 사실의 추적과 점검이 가능하게 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³⁾

2) Ministère de l’éducationnationale et de la jeunesse (2023). Protocole de prise en charge d’unesituation de harcèlement en collège et lycée
3) https://eduscol.education.fr/974/lutter-contre-le-harcelement-entre-eleves

학교폭력 사안조사에 대한 지역교육청의 지원

프랑스 교육체계의 의사결정 위계는 교육부(중앙)-지역교육청-단위학교로 우리나라와 유사한 구조로 되어 있다. 학교폭력과 관련된 사안에 대한 처리도 이와 마찬가지로, 지역교육청은 교육부의 정책을 지역의 상황에 맞게 재구성하며, 단위학교에서 이를 실행하는 것을 지원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단위학교 수준에서 해결이 어려운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할 경우 지역교육청의 학교폭력지원팀에서 단위학교로 지원을 나오는데, 이때 교육부 심리상담가와 의사 또는 간호사가 함께 참여한다.
또한 지역교육청 내에서도 단위학교의 학교폭력 코디네이터와 유사하게 ‘학교폭력 담당자’를 두고 있다. 다른 점은 지역교육청의 학교폭력 담당자는 해당 사안 처리를 위해 전일제로 근무하는 직원이며, 이를 위해 전국에 150명을 신규 채용했다는 점이다. 지역교육청 내 학교폭력 담당자는 학교폭력 사안 처리에 필요한 역량을 갖춘 지역교육청 유관부서 장학사나 법무부서 직원, 지역교육청에서 지정한 의사나 간호사 또는 사법관이나 경찰, 심리상담가를 임용할 수 있다. 이들은 지역교육청 수준에서 학교폭력 종합계획을 실행하는 것을 책임지며, 각 단위학교의 학교폭력 사안과 종합계획 실행을 관리하고, 심각도가 높은 사안의 처리를 담당한다.

프랑스 학교폭력 종합계획 및 대처방안의 특징

이와 같이 현재 프랑스에서 시행되고 있는 프랑스 학교폭력에 대한 종합계획은 단위학교-교육청-교육부 간의 신고 및 지원체계 활성화, 가해 학생에 대한 강경한 처벌 및 피해 학생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 단위학교와 교육청 내 학교폭력사안처리 전담인력 신설 등으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올해가 첫 시행인 관계로 해당 정책의 영향이나 실효성을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프랑스 교육계의 학교 폭력사건 예방과 대처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가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