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과 연대의 이야기
가난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과 연대의 이야기
강지나 작가의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는 우리 사회의 ‘빈곤의 대물림’과 그 빈곤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잘 정리한 책이다. 이 책에서는 모두 여덟 명의 가난한 아이들의 성장기를 다루고 있다. 가난과 청소년기의 복잡한 현실을 생생하게 묘사하며, 사회적 문제를 깊이 있게 탐구한 작품이다. 이 책은 가난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에게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는 우리나라가 반드시 극복해야 할 청소년 빈곤 문제를 아이들의 삶을 통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가난의 대물림, 태어날 때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을 경험한다
첫 번째 이야기 주인공 소희는 ‘원래부터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도 가난했고, 아버지도 가난했다. 대를 이어온 가난의 질곡은 소희의 삶에도 그대로 투영되었다. 소희의 아버지는 소희가 다섯 살 무렵 어머니와 이혼하고 집을 나갔다. 어머니는 오랜 시간 앓은 우울증으로 이제는 약이 없으면 생활할 수 없는 지경이다. 소희가 학교에 가지 않아도, 가출해도 관심 가져주는 사람은 없었다. 소희는 태어날 때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의 가장 끝으로 내몰렸다.
가난한 열일곱 살 소녀는 자신에게 붙은 ‘비행 청소년’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싶었다. 사회의 가장 어두운 곳에 방치되어 있었던 소희는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을 시작한 것이다. 친구들의 도움으로 중학교 검정고시를 거뜬히 통과했다. 몇 년 후 강지나 작가가 소희를 다시 만났을 때 소희는 어엿한 대학생이 되어 있었다.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얼마나 강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힘들게 버텨온 것이다.
소희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데는 종합사회복지관의 도움이 큰 힘이 되었다. 그곳 사회복지사는 소희와 꾸준히 상담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했다. 소희가 다시 학업을 시작한 것 또한 사회복지사의 권유가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소희는 자신과 같은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서 대학 전공도 사회복지학을 선택했다. 소희가 제도권 안으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대인관계는 어려운 문제였다. 타인에게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은 자신의 비행 청소년 시절의 과거와 화해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난으로 인해 방치되었던 아이들의 과거에 대한 트라우마는 아이들의 책임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평범한 가정을 꿈꾸는 가난한 아이들
두 번째 주인공은 똑똑한 영성이 이야기다. 영성이의 꿈은 평범한 가정의 가장이 되는 것이다. 온 가족이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며 하루 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그런 가정을 꿈꾸고 있다.
“제 꿈이 좋은 아빠거든요. 남들은 꿈 하면 직업을 말하잖아요. 그런 얘길 들으면 갑갑한 거예요. 제가 ‘좋은 아빠’가 꿈이라고 하면 다들 ‘좋은 아빠’는 꿈이 아니라는 거예요.”
다른 사람에게는 꿈이 아닐지 몰라도 영성이는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영성이가 정상적인 가정을 꿈꾸는 것은 가족 해체를 경험해 보았고, 그것이 그에게 큰 아픔을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강지나 작가는 가난한 가정일수록 가족을 유지하기 위한 조건이 취약하기 때문에 ‘비정상가족’일 가능성이 높고 가난한 가족의 청소년들은 상당수가 바로 여기에 속한 약자들이라고 했다. 또 정상가족의 배타성이 높은 사회일수록 가난한 가족의 청소년들은 소외감과 열패감을 경험한다고 했다.
영성이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학업을 포기하지 않아서 원하는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다. 어머니도 다시 가정으로 돌아와 ‘정상 가정’의 범주에 들어왔다. 하지만 청소년기에 가정 해체를 경험한 영성이는 여느 또래 아이들과 다른 환경에 놓여 있었다. 여행도, 취미 생활도, 친구들과의 놀이문화와도 동떨어진 생활을 했다. 강지나 작가와의 인터뷰 동안에도 힘들었던 기억 외에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영성이의 이야기 속에서 가난한 청년은 왜 한 치의 여유도 없이, 쾌락도 없이 줄기차게 노력만 하면서 살아야 할까, 라는 의문을 갖게 했다.
사회적 연대는 가난한 청소년의 탈출구
가난한 청소년들에게 사회적 연대의 긍정적인 효과는 매우 크다. 자신의 불우한 환경에 좌절하지 않고 사회적 안전장치를 잘 활용한다면 가난의 질곡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 세 번째 이야기 주인공 지현이가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지현이는 장애와 문제 행동을 보이는 부모 밑에서 자랐다. 어머니는 고아원에서 성장했고, 정규 학업 과정을 거치지 않아서 직업 선택에 한계가 있었다. 아버지는 알코올중독으로 정신병원을 오갔으며, 술만 마시면 가정 폭력을 서슴없이 휘둘렀다. 빈곤과 폭력에 시달리던 지현이와 어머니는 생존하는 것 자체가 기적 같은 일이었다. 지현이 어머니는 자신과 가족의 상황을 지역사회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지원을 요청했다. 지현이가 학업을 정상적으로 이행할 수 있도록 지역아동센터를 찾아가 지현이를 돌봐줄 것을 호소했다. 그리고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기초생활수급자 신청도 했다. 어머니의 긍정적인 성격과 자신의 상황을 숨기지 않고 도움을 청한 덕분에 기적 같은 삶을 영위할 수 있었다.
어머니를 닮은 지현이의 긍정적인 성격은 가족에 대한 책임감으로 이어졌다. 지현이에게 가족은 삶을 지탱하게 해주는 견고한 울타리였다. 가족은 지현에게 책임져야 하는 존재였고, 자신을 구성하는 정체성이었다. 지현이는 가족을 벗어난 자신에 대해 생각한 적이 없었다. 언제나 아픈 엄마와 돌봐야 하는 동생을 염두에 두고 살았다.
강지나 작가의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는 앞서 소개한 이야기 외에 가정 폭력으로 말이 없어진 연우, 질풍노도의 청소년기를 보낸 현석, 학업을 포기하고 일터로 떠난 우빈이, 다른 사람의 시선이 두려운 혜주 이야기까지 우리 사회의 가난한 아이들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여덟 명의 청소년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하기까지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사회안전망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절감할 수 있었다. 사회복지사, 지역아동센터, 학교 교사, 지역사회 교육 전문가 등의 도움과 지원이 가난한 청소년에게는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은 존재였다.
강지나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가난한 청소년을 응원하고 가난한 청소년기를 거쳐 어엿한 청년으로 성장한 이들을 칭찬하고 있다.
글 · 강지나 작가
출판사 · 돌베개
이 책은 25년 경력의 교사이자 청소년 정책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가 빈곤가정에서 자란 여덟 명의아이들과 10여 년간 만남을 지속하면서 가난한 청소년이 청년이 되면서 처하게 되는 문제, 우리 사회의 교육·노동·복지가 맞물리는 지점을 적극적으로 탐사한다. 또한, 가난을 둘러싼 겹겹의 현실에 대한 철저한 해부이자 날카로운 정책 제안인 동시에, 가난이라는 굴레 속에서 이들이 어떻게 삶에 대한 통찰과 지혜를 발견해내는지에 대한 가슴 시린 성장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