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교육협력,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가?∗
● 글. 도성훈 인천광역시교육청 교육감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포함하는 동아시아 지역의 국가들은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세계 경제를 주도하고 있으며, 경제적인 상호협력을 확대해왔다. 동아시아 국가들의 GDP는 세계 GDP 87조 달러 중 약 28.6%인 25조 달러를 차지한다.1)
세계은행에서는 동아시아가 세계 경제성장률의 약 40%를 책임지는 등 세계 경제의 주요 동력 역할을 할 것이라고 하였다.2) 인구는 약 22억 8,500만 명으로 전 세계 77억 1,500만 명 중 약 29.3%에 해당한다.3) 이처럼 인적, 물적 자원이 풍부한 동아시아의 발전가능성은 그 끝을 가늠하기 어렵다.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동아시아는 무한한 가능성이 담긴 미래이다.
하지만 동아시아 국가 간의 경제적 상호 협력과 달리 외교, 안보에 관한 협력은 매우 미진할 뿐만 아니라 과거사 문제와 영토분쟁 등으로 인해 정치적, 외교적 대립이 지속되고 있다.4) 경제적 상호 협력을 통한 번영은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 지속적인 번영이라는 집을 짓기 위해서는 ‘평화’라는 기둥과 ‘공존’이라는 대들보가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다. 그 주춧돌은 교육협력에 있다. 교육협력은 국가 간 갈등을 넘어서 지역적, 문화적 정체성을 창출하는 데 있어서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이런 맥락에서 EU에서도 회원국 청소년들에게 국제이해 교육, 평화 교육, 다문화 교육을 실시한다.5) 이제 우리는 교육으로 국가 간, 문화 간 거리를 좁혀가는 협력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 아이들이 동아시아 시대의 주역으로 살아갈 수 있고 평화와 공존, 번영의 동아시아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국제교육협력 실태
한국에서의 교육협력 사업은 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 시·도교육청, 민간단체 등에서 다양하게 추진되고 있다. 이 가운데 교육을 전담하고 있는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의 현황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교육부는 고등교육기관 지원, 정책연구·컨설팅, 인적교류, 직업교육 지원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그중에서 고등교육 지원사업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주요 대상국은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 동아시아 국가이다. 작년 교육부의 교육교류는 총 44건이고, 이 가운데 초·중등교육 분야는 총 4건으로 전체의 9%에 불과하다. 사업내용은 한·일, 한·중 학생 문화 유적지 탐방 및 홈스테이와 같은 교류활동에만 국한되어 있다.6)
시·도교육청 차원에서는 인적교류, 교육정보화, 교원역량 강화, 교육시설 구축·개선 등의 교육협력 사업이 실시되고 있다. 이 가운데 인적교류 사업이 약 7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주로 한국 학생들의 글로벌 역량 강화, 교원 연수 등의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7) 인적교류 사업도 단기성 견학, 방문, 토론회 참석 등의 형태로 진행되고 있으나 현재는 답보 상태에 있다.
앞으로 교육협력 사업의 목적과 사업내용은 재고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자국의 문화를 소개한다거나 다른 나라의 문화를 체험하는 활동 위주 사업의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 각국 학생들의 공동의 관심사를 확인하고 이질성을 극복하며, 더 나아가 여러 현안에 대해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즉, 현실 상황에서 다양하게 직면하는 공동의 이슈에 대해 상호 이해와 협력을 증진함으로써 공동체가 지향하는 바를 함께 모색하는 과정이라는 관점에서 접근될 필요가 있다.8)
* 이글은 인천광역시교육청에서 실시한 온라인 공동 교육정책 국제 포럼(2020.11.25.)의 발제문을 일부 수정한 것임을 밝힙니다.
동아시아 국가 간의 국제교육협력,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가?
동아시아 국가 간의 국제교육협력 활성화를 위해 세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교육협력 방향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자.
교육협력은 “교육 분야에서 대등하고 상호주의적인 관계에 입각하여 국가 또는 국제기구 간에 전개되는 다양한 형태의 협력과 교류”를 말하며,9) 명확한 목적이 있을 때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한국의 교육협력 실태를 보면 문화교류, 유적 및 명소 탐방, 토론회 등 청소년 교류사업이 있고 한국이 외국의 교육체제를 벤치마킹하는 교류사업과 한국 교육체제의 우수한 점을 전수해주는 협력사업도 있다. 다양한 형태의 교류와 협력사업이 추진 중에 있지만, 교육협력의 방향은 다소 명확하지가 않다. 그러다 보니 교육협력 사업은 뚜렷한 방향과 체계성이 부족한 채 여러 사업들이 분절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고 교육협력이 성공하려면 협력 방향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교육협력에 대한 입장은 자국마다 다를 수밖에 없지만, ‘우리 아이들을 어떤 미래에 살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는 과정에서 공감대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본다. 그 대답으로 “평화와 공존, 번영의 동아시아를 위한 동아시아교육공동체를 만들어 가자.”고 제안하고자 한다. 동아시아교육공동체를 만드는 과정은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 베트남의 아이들이 동아시아인으로서 정체성을 회복해가는 과정이자, 동아시아교육협력의 이상향을 실현해 가는 과정이다. 좋은 일은 서둘러야 한다(善は急げ 일본 속담). 갈등과 분열을 넘어 평화와 공존의 동아시아를 만들어가기 위해 동아시아 교육협력이라는 초석을 서둘러 놓기를 희망한다.
둘째, 국가 차원을 넘어 지역 간, 도시 간 교육협력을 활성화하자.
과거 국제 교류와 협력은 중앙정부의 관할 업무로 인식되어 지방정부의 역할은 경시되어 왔다.10) 하지만 오늘날 세계화와 함께 지방화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지방정부의 역할이 증대되고 있다. 지방정부는 국제 교류와 협력을 통해 지역 발전과 주민의 삶의 질 향상, 그리고 지역 경쟁력 활성화를 추구한다. 서로 상반되어 보이는 세계화와 지방화가 지방정부 역할을 통해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국제 교류와 협력의 증대를 통해 국가 간 또는 지역 간 상호이해가 증진되며 궁극적으로는 지구촌의 공동 번영을 가져온다.11) 국제교육협력도 같은 맥락에서 활성화되어야 한다. 지역이나 도시 간 국제교육협력이 활성화되면 중앙정부 중심의 획일적인 사업운용 방식에서 벗어나 지방교육의 특색을 반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창의적인 발전도 유도할 수 있다.
또한 더 많은 학생들에게 타문화에 대한 이해와 배려, 그리고 공존의식을 형성할 수 있는 직접적인 체험과 교류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국가 교육과 동아시아 발전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인천광역시교육청에서는 현재 중국 상해와 하남성, 러시아 블라디보스톡과 상떼페테르부르크, 베트남 하노이, 일본 요코하마 교육기관과의 교육협력을 추진 중에 있다. 올해에도 위 교육기관들과 연계해 청소년 동아시아 역사기행, 동아시아 청소년 평화캠프, 학생 방문형 교류 및 봉사 활동형 교류 등을 계획하였으나 잠정 중단된 상태이다. 다만 온라인으로 추진이 가능한 사업은 그 실행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도시 간 국제교육협력이 효과를 거두려면 지속적이고 장기적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협력을 위한 교두보가 필요한데, ‘(가칭) 동아시아 교육협력 사무국’ 설치를 제안한다. 사무국에서는 국제교육협력에 관한 자료와 정보를 수집·공유하고, 공동사업을 주관하며 국제교육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는 프로젝트 등을 운영한다. 또한 정부기관, 대학이나 국제기구 등 국내·외 국제교육관련 기관과도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국제교육협력 사업을 지원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인천광역시교육청과 국제교육협력을 하고자 하는 동아시아 국가의 지방 교육기관이 동의한다면 인천광역시교육청이 먼저 그 교두보가 되고자 한다. 현재 교육청 직속 기구로 가칭 국제교육원 설치를 추진하고 있으며, 국제교육원 하부조직으로 동아시아 교육협력 사무국을 두어 운영할 수 있다.
셋째, 학생교류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공동사업을 추진하자.
교육협력의 핵심 사업은 학생교류이다. 지금까지 학생교류 사업은 주로 문화체험, 역사문화탐방, 기관방문, 토론회 참여 등이 중심이 되어 왔다. 비록 단발성 사업이었지만 국제교류를 통해 상대 국가들에 대한 학생들의 호감도와 이해정도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12) ‘하루의 여행이 한 바구니의 지혜를 준다.(Đi một ngày đàng, học một sàng khôn 베트남 속담)’는 말처럼 국제교류는 학생들의 자기계발과 성장에 매우 유용한 활동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확대가 필요하다. 이러한 학생교류 사업이 지속가능하려면 대학 진학과 직업교류와도 연계가 되어야 한다. 가령, 인천의 동아시아시민교육 과정을 이수한 고등학생들이 일정 자격을 갖추면 중국 상해, 일본 요코하마,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베트남 하노이 관내 대학에 입학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또한, 공동협력 사업을 매년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동아시아 평화캠프’ 추진을 제안한다. 동아시아 평화캠프에서는 각 국가의 학생들이 방학 기간 중에 1~2주 동안 한 자리에 모여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주제를 선정하고 토론을 통해 이 과정에서 자기 계발뿐만 아니라 타문화에 대한 이해심과 배려심을 기르고 동아시아인으로서 공동체 의식을 함양할 수 있다.
교육교류가 효과를 거두려면 교원교류, 정책 및 행정교류도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교원교류가 활성화되어야 교원들은 각국의 교육과정, 수업, 평가에 대한 현황을 공유하고 동아시아 교육공동체 형성을 위한 교육방안을 만들어 갈 수 있다. 교원교류는 동아시아 온·오프라인 교사포럼이나 중·단기 교원 교류 등의 방식으로 운영할 수 있다. 또한, 교육청 별 특색 있는 교육정책이나 행정혁신 사례 등을 공유하면 각국 교육의 동반성장을 기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인천광역시교육청에서는 대외적으로 우수하다고 평가받는 무상교육 정책, 교육균형발전 사업, 과밀학급 해소, 온라인 교육시스템 등의 사례를 공유하면 각국 교육청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특히, 동아시아 교육협력이 지속가능하려면 코로나19 같은 상황에서도 지속할 수 있는 협력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온라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먼저 동아시아 평화캠프나 동아시아 교사포럼, 그리고 교육청 관계자 업무협의 등을 온라인 방식으로 개최하고, 이후 ‘동아시아 온라인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여 다국어교육이나 온라인 학급 등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확대하는 것을 제안한다.
느린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오직 멈추는 것만을
두려워하자.
지금까지 동아시아 ‘교육협력 활성화를 위해 교육협력 방향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자.’, ‘국가 차원을 넘어 지역 간, 도시 간 교육협력을 활성화하자.’, ‘학생교류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공동사업을 추진하자.’는 것을 제안하였다. 지금 당장 이 세 가지 제안사항을 검토하여 추진하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인천광역시교육청에서 동아시아교육공동체를 만들어가기 위한 구상을 제안하였듯이, 각자가 품고 있던 교육적 이상을 제안하고 성안해 가는 만남이 시작되기를 바란다. ‘처음 만나면 생소하지만 두 번 만나면 친숙해지고 세 번 만나면 오랜 친구가 된다.’(一回生, 二回熟, 三回老朋友 중국속담)고 했다. 작은 것부터라도 천천히 함께 시작하기를 바란다. 그래야 더 멀리 갈 수 있다(Тише едешь – дальше будешь 러시아 속담). 이제 ‘교육으로 평화와 공존의 동아시아를 만들자.’는 슬로건 아래 동아시아 국가들이 교육협력의 첫발을 내딛을 시기라고 생각한다. 동아시아 국가 간 정치적, 외교적인 갈등을 교육에서까지 이어가서는 안 된다. 동아시아 교육공동체를 위해 천천히 느리게 가더라도 멈추지 않기를 바란다(不怕慢,只怕站 중국속담).
참고 문헌
1) IMF(2019). World Economic Outlook Database, October 2019.
2) 세계은행(2015). 동아시아-태평양 경제현황 보고서.
3) 인구보건복지협회(2019). 2019 세계인구현황보고서.
4) 김기헌, 황세영, 강영배(2015). 동북아시대 평화공동체 형성을 위한 청소년 국제교류 발전 방안. 한국청소년연구원.
5) 윤중혁(2010). 한,중,일 3국의 국제교육협력에 관한 방안연구: EU의 교육협력 사례 분석을 기반으로. 동아대학교 동북아국제대학원.
6) 국립국제교육원 홈페이지 www.niied.go.kr(검색일: 2020. 9. 1.)
7) 교육부(2020). 국제교육협력사업 현황 조사.
8) 김기헌, 황세영, 강영배(2015). 동북아시대 평화공동체 형성을 위한 청소년 국제교류 발전 방안. 한국청소년연구원.
9) 김갑성(2006). 동남아국가와의 국제교육협력 활성화 방안 연구. 한국교육개발원.
10) 박범종(2017). 지방정부의 국제화를 통한 지역발전. 21세기정치학회보, 27(2), 165-188.
11) 박용래(2007). 대도시 정부의 국제교류 실태와 활성화 방안. 한국학술정보(주).
12)김기헌, 황세영, 강영배(2015). 동북아시대 평화공동체 형성을 위한 청소년 국제교류 발전 방안. 한국청소년연구원.
도성훈 인천광역시교육청 교육감
1985년 교사로 교직을 시작하였으며 동암중학교(행복배움학교) 교장으로 재직하였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아이들만 바라보고 교육이 행복해서 시민이 행복한 도시인 인천을 오늘도 꿈꾸고 있다.
동아시아 교육협력,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가?∗
● 글. 도성훈 인천광역시교육청 교육감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포함하는 동아시아 지역의 국가들은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세계 경제를 주도하고 있으며, 경제적인 상호협력을 확대해왔다. 동아시아 국가들의 GDP는 세계 GDP 87조 달러 중 약 28.6%인 25조 달러를 차지한다.1)
세계은행에서는 동아시아가 세계 경제성장률의 약 40%를 책임지는 등 세계 경제의 주요 동력 역할을 할 것이라고 하였다.2) 인구는 약 22억 8,500만 명으로 전 세계 77억 1,500만 명 중 약 29.3%에 해당한다.3) 이처럼 인적, 물적 자원이 풍부한 동아시아의 발전가능성은 그 끝을 가늠하기 어렵다.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동아시아는 무한한 가능성이 담긴 미래이다.
하지만 동아시아 국가 간의 경제적 상호 협력과 달리 외교, 안보에 관한 협력은 매우 미진할 뿐만 아니라 과거사 문제와 영토분쟁 등으로 인해 정치적, 외교적 대립이 지속되고 있다.4) 경제적 상호 협력을 통한 번영은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 지속적인 번영이라는 집을 짓기 위해서는 ‘평화’라는 기둥과 ‘공존’이라는 대들보가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다. 그 주춧돌은 교육협력에 있다. 교육협력은 국가 간 갈등을 넘어서 지역적, 문화적 정체성을 창출하는 데 있어서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이런 맥락에서 EU에서도 회원국 청소년들에게 국제이해 교육, 평화 교육, 다문화 교육을 실시한다.5) 이제 우리는 교육으로 국가 간, 문화 간 거리를 좁혀가는 협력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 아이들이 동아시아 시대의 주역으로 살아갈 수 있고 평화와 공존, 번영의 동아시아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국제교육협력 실태
한국에서의 교육협력 사업은 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 시·도교육청, 민간단체 등에서 다양하게 추진되고 있다. 이 가운데 교육을 전담하고 있는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의 현황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교육부는 고등교육기관 지원, 정책연구·컨설팅, 인적교류, 직업교육 지원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그중에서 고등교육 지원사업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주요 대상국은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 동아시아 국가이다. 작년 교육부의 교육교류는 총 44건이고, 이 가운데 초·중등교육 분야는 총 4건으로 전체의 9%에 불과하다. 사업내용은 한·일, 한·중 학생 문화 유적지 탐방 및 홈스테이와 같은 교류활동에만 국한되어 있다.6)
시·도교육청 차원에서는 인적교류, 교육정보화, 교원역량 강화, 교육시설 구축·개선 등의 교육협력 사업이 실시되고 있다. 이 가운데 인적교류 사업이 약 7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주로 한국 학생들의 글로벌 역량 강화, 교원 연수 등의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7) 인적교류 사업도 단기성 견학, 방문, 토론회 참석 등의 형태로 진행되고 있으나 현재는 답보 상태에 있다.
앞으로 교육협력 사업의 목적과 사업내용은 재고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자국의 문화를 소개한다거나 다른 나라의 문화를 체험하는 활동 위주 사업의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 각국 학생들의 공동의 관심사를 확인하고 이질성을 극복하며, 더 나아가 여러 현안에 대해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즉, 현실 상황에서 다양하게 직면하는 공동의 이슈에 대해 상호 이해와 협력을 증진함으로써 공동체가 지향하는 바를 함께 모색하는 과정이라는 관점에서 접근될 필요가 있다.8)
* 이글은 인천광역시교육청에서 실시한 온라인 공동 교육정책 국제 포럼(2020.11.25.)의 발제문을 일부 수정한 것임을 밝힙니다.
동아시아 국가 간의 국제교육협력,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가?
동아시아 국가 간의 국제교육협력 활성화를 위해 세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교육협력 방향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자.
교육협력은 “교육 분야에서 대등하고 상호주의적인 관계에 입각하여 국가 또는 국제기구 간에 전개되는 다양한 형태의 협력과 교류”를 말하며,9) 명확한 목적이 있을 때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한국의 교육협력 실태를 보면 문화교류, 유적 및 명소 탐방, 토론회 등 청소년 교류사업이 있고 한국이 외국의 교육체제를 벤치마킹하는 교류사업과 한국 교육체제의 우수한 점을 전수해주는 협력사업도 있다. 다양한 형태의 교류와 협력사업이 추진 중에 있지만, 교육협력의 방향은 다소 명확하지가 않다. 그러다 보니 교육협력 사업은 뚜렷한 방향과 체계성이 부족한 채 여러 사업들이 분절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고 교육협력이 성공하려면 협력 방향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교육협력에 대한 입장은 자국마다 다를 수밖에 없지만, ‘우리 아이들을 어떤 미래에 살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는 과정에서 공감대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본다. 그 대답으로 “평화와 공존, 번영의 동아시아를 위한 동아시아교육공동체를 만들어 가자.”고 제안하고자 한다. 동아시아교육공동체를 만드는 과정은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 베트남의 아이들이 동아시아인으로서 정체성을 회복해가는 과정이자, 동아시아교육협력의 이상향을 실현해 가는 과정이다. 좋은 일은 서둘러야 한다(善は急げ 일본 속담). 갈등과 분열을 넘어 평화와 공존의 동아시아를 만들어가기 위해 동아시아 교육협력이라는 초석을 서둘러 놓기를 희망한다.
둘째, 국가 차원을 넘어 지역 간, 도시 간 교육협력을 활성화하자.
과거 국제 교류와 협력은 중앙정부의 관할 업무로 인식되어 지방정부의 역할은 경시되어 왔다.10) 하지만 오늘날 세계화와 함께 지방화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지방정부의 역할이 증대되고 있다. 지방정부는 국제 교류와 협력을 통해 지역 발전과 주민의 삶의 질 향상, 그리고 지역 경쟁력 활성화를 추구한다. 서로 상반되어 보이는 세계화와 지방화가 지방정부 역할을 통해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국제 교류와 협력의 증대를 통해 국가 간 또는 지역 간 상호이해가 증진되며 궁극적으로는 지구촌의 공동 번영을 가져온다.11) 국제교육협력도 같은 맥락에서 활성화되어야 한다. 지역이나 도시 간 국제교육협력이 활성화되면 중앙정부 중심의 획일적인 사업운용 방식에서 벗어나 지방교육의 특색을 반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창의적인 발전도 유도할 수 있다.
또한 더 많은 학생들에게 타문화에 대한 이해와 배려, 그리고 공존의식을 형성할 수 있는 직접적인 체험과 교류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국가 교육과 동아시아 발전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인천광역시교육청에서는 현재 중국 상해와 하남성, 러시아 블라디보스톡과 상떼페테르부르크, 베트남 하노이, 일본 요코하마 교육기관과의 교육협력을 추진 중에 있다. 올해에도 위 교육기관들과 연계해 청소년 동아시아 역사기행, 동아시아 청소년 평화캠프, 학생 방문형 교류 및 봉사 활동형 교류 등을 계획하였으나 잠정 중단된 상태이다. 다만 온라인으로 추진이 가능한 사업은 그 실행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도시 간 국제교육협력이 효과를 거두려면 지속적이고 장기적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협력을 위한 교두보가 필요한데, ‘(가칭) 동아시아 교육협력 사무국’ 설치를 제안한다. 사무국에서는 국제교육협력에 관한 자료와 정보를 수집·공유하고, 공동사업을 주관하며 국제교육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는 프로젝트 등을 운영한다. 또한 정부기관, 대학이나 국제기구 등 국내·외 국제교육관련 기관과도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국제교육협력 사업을 지원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인천광역시교육청과 국제교육협력을 하고자 하는 동아시아 국가의 지방 교육기관이 동의한다면 인천광역시교육청이 먼저 그 교두보가 되고자 한다. 현재 교육청 직속 기구로 가칭 국제교육원 설치를 추진하고 있으며, 국제교육원 하부조직으로 동아시아 교육협력 사무국을 두어 운영할 수 있다.
셋째, 학생교류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공동사업을 추진하자.
교육협력의 핵심 사업은 학생교류이다. 지금까지 학생교류 사업은 주로 문화체험, 역사문화탐방, 기관방문, 토론회 참여 등이 중심이 되어 왔다. 비록 단발성 사업이었지만 국제교류를 통해 상대 국가들에 대한 학생들의 호감도와 이해정도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12) ‘하루의 여행이 한 바구니의 지혜를 준다.(Đi một ngày đàng, học một sàng khôn 베트남 속담)’는 말처럼 국제교류는 학생들의 자기계발과 성장에 매우 유용한 활동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확대가 필요하다. 이러한 학생교류 사업이 지속가능하려면 대학 진학과 직업교류와도 연계가 되어야 한다. 가령, 인천의 동아시아시민교육 과정을 이수한 고등학생들이 일정 자격을 갖추면 중국 상해, 일본 요코하마,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베트남 하노이 관내 대학에 입학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또한, 공동협력 사업을 매년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동아시아 평화캠프’ 추진을 제안한다. 동아시아 평화캠프에서는 각 국가의 학생들이 방학 기간 중에 1~2주 동안 한 자리에 모여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주제를 선정하고 토론을 통해 이 과정에서 자기 계발뿐만 아니라 타문화에 대한 이해심과 배려심을 기르고 동아시아인으로서 공동체 의식을 함양할 수 있다.
교육교류가 효과를 거두려면 교원교류, 정책 및 행정교류도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교원교류가 활성화되어야 교원들은 각국의 교육과정, 수업, 평가에 대한 현황을 공유하고 동아시아 교육공동체 형성을 위한 교육방안을 만들어 갈 수 있다. 교원교류는 동아시아 온·오프라인 교사포럼이나 중·단기 교원 교류 등의 방식으로 운영할 수 있다. 또한, 교육청 별 특색 있는 교육정책이나 행정혁신 사례 등을 공유하면 각국 교육의 동반성장을 기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인천광역시교육청에서는 대외적으로 우수하다고 평가받는 무상교육 정책, 교육균형발전 사업, 과밀학급 해소, 온라인 교육시스템 등의 사례를 공유하면 각국 교육청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특히, 동아시아 교육협력이 지속가능하려면 코로나19 같은 상황에서도 지속할 수 있는 협력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온라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먼저 동아시아 평화캠프나 동아시아 교사포럼, 그리고 교육청 관계자 업무협의 등을 온라인 방식으로 개최하고, 이후 ‘동아시아 온라인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여 다국어교육이나 온라인 학급 등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확대하는 것을 제안한다.
느린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오직 멈추는 것만을
두려워하자.
지금까지 동아시아 ‘교육협력 활성화를 위해 교육협력 방향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자.’, ‘국가 차원을 넘어 지역 간, 도시 간 교육협력을 활성화하자.’, ‘학생교류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공동사업을 추진하자.’는 것을 제안하였다. 지금 당장 이 세 가지 제안사항을 검토하여 추진하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인천광역시교육청에서 동아시아교육공동체를 만들어가기 위한 구상을 제안하였듯이, 각자가 품고 있던 교육적 이상을 제안하고 성안해 가는 만남이 시작되기를 바란다. ‘처음 만나면 생소하지만 두 번 만나면 친숙해지고 세 번 만나면 오랜 친구가 된다.’(一回生, 二回熟, 三回老朋友 중국속담)고 했다. 작은 것부터라도 천천히 함께 시작하기를 바란다. 그래야 더 멀리 갈 수 있다(Тише едешь – дальше будешь 러시아 속담). 이제 ‘교육으로 평화와 공존의 동아시아를 만들자.’는 슬로건 아래 동아시아 국가들이 교육협력의 첫발을 내딛을 시기라고 생각한다. 동아시아 국가 간 정치적, 외교적인 갈등을 교육에서까지 이어가서는 안 된다. 동아시아 교육공동체를 위해 천천히 느리게 가더라도 멈추지 않기를 바란다(不怕慢,只怕站 중국속담).
참고 문헌
1) IMF(2019). World Economic Outlook Database, October 2019.
2) 세계은행(2015). 동아시아-태평양 경제현황 보고서.
3) 인구보건복지협회(2019). 2019 세계인구현황보고서.
4) 김기헌, 황세영, 강영배(2015). 동북아시대 평화공동체 형성을 위한 청소년 국제교류 발전 방안. 한국청소년연구원.
5) 윤중혁(2010). 한,중,일 3국의 국제교육협력에 관한 방안연구: EU의 교육협력 사례 분석을 기반으로. 동아대학교 동북아국제대학원.
6) 국립국제교육원 홈페이지 www.niied.go.kr(검색일: 2020. 9. 1.)
7) 교육부(2020). 국제교육협력사업 현황 조사.
8) 김기헌, 황세영, 강영배(2015). 동북아시대 평화공동체 형성을 위한 청소년 국제교류 발전 방안. 한국청소년연구원.
9) 김갑성(2006). 동남아국가와의 국제교육협력 활성화 방안 연구. 한국교육개발원.
10) 박범종(2017). 지방정부의 국제화를 통한 지역발전. 21세기정치학회보, 27(2), 165-188.
11) 박용래(2007). 대도시 정부의 국제교류 실태와 활성화 방안. 한국학술정보(주).
12)김기헌, 황세영, 강영배(2015). 동북아시대 평화공동체 형성을 위한 청소년 국제교류 발전 방안. 한국청소년연구원.
도성훈 인천광역시교육청 교육감
1985년 교사로 교직을 시작하였으며 동암중학교(행복배움학교) 교장으로 재직하였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아이들만 바라보고 교육이 행복해서 시민이 행복한 도시인 인천을 오늘도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