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 선택의 다양화,
재도약으로 가는 길

성기선 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원장

지난 2017년부터 3년여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10대 원장으로 재임했던 성기선 전 원장을 만나 재임 기간 활동과 그의 교육 지론에 대해 들어보았다.

교육과정 선택의 다양화,
재도약으로 가는 길

성기선 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원장

지난 2017년부터 3년여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10대 원장으로 재임했던 성기선 전 원장을 만나 재임 기간 활동과 그의 교육 지론에 대해 들어보았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이하 한) • 2017년 10월부터 올해 2월 하순까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10대 원장으로 재임하면서 느낀 소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요, 임기를 무사히 마친 소감이 어떠신지요.

성기선 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원장 (이하 성) • 지난 3년 4개월 동안 함께 동고동락했던 모든 평가원 구성원 여러분들에게 머리 숙여 고마움을 전합니다. 지나고 보니 참으로 빠르게 지나간 시간들이지만 매 순간 긴장하고 갈등하고 마음 아파했던 것 같습니다. 서로 좀 더 보듬어 주고 배려하고 아껴주는 마음을 더 많이 표현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많이 남습니다.
제 다이어리에 적혀 있는 행사들을 다시금 되돌려 보았습니다. 2017년 10월의 마지막 날 임기 시작, 11월 15일 지진, 고교학점제지원센터 유치, 2018년 진천 이전 및 개청식, 20주년 국제학술세미나, 일본 입시 센터방문, 개청식, 비정규직 전환 설명회, 제주 교육학회 참석, 수목 기증, 몽골 연수, 캄보디아 출장, 2019년 중국 국가고시중심 방문, 3.1운동 100주년 기념행사, KICE-KEDI 축구교류전, 이사장배 축구대회, 덕산읍 개청식, 통일연구원 주최 DMZ방문, 교대노조 정례협의회, 국제교육개발협력 자문위원회 구성, 2020년 정규직 전환 완료, 1월 31일 우한교민 입소, 코로나19 대응 비상대책회의, 온라인 개학 관련 정책협의회, 6월 모의수능 온라인시험 시연회, IEA 온라인 총회, 기초학력보장법안 정책토론회, 12월 3일 코로나 19 수능. 그리고 2021년 2월 고교학점제 성과보고회를 마지막 공식행사로 참여하고 2월 18일 퇴임과 수능 출제장 20회 방문, 임용고사장 16회 방문, 각종 세미나와 학회 참석 등 참으로 다양하고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좀 더 잘했으면 하는 후회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큰 사건사고 없이 임기를 마무리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참으로 운이 좋았다고도 봅니다.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한 • 지난 3년여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이끌면서 괄목할만한 많은 성과를 남기셨는데요, 보람이 있었던 일이나 아쉬웠던 점 또는 지속적으로 추진되었으면 하는 일이 있으신지요.

성 • 글쎄요. 괄목할 만한 성과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았습니다. 먼저 비정규직 전환과 관련하여 원내에서 갈등이 상당히 오래 지속되었는데 좀 더 빨리 그 문제를 해결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다양한 재난들 속에서도 무리 없이 출제, 연구 등을 수행할 수 있었다는 점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습니다. 보람이 있었던 일이라면 청사를 진천으로 옮기고 여러 직원들이 정착하는 과정을 함께 했다는 점이고, 또한 청사 환경조성을 위해 많은 나무를 심었다는 점입니다. 그 사이 원내에서 여러 명이 결혼을 하여 밝게 지내는 모습을 보았는데 그것 역시 큰 기쁨이었습니다. 아쉬웠던 점은 이사장배 축구대회에서 예선 전패, 전체 9등이라는 결과였습니다. 그러나 승패를 논하기 전에 저는 이 사건이 얼마나 큰 교훈을 우리에게 던져주었는지 생각해 봅니다. 서로 다른 부서에 소속된 잘 모르는 구성원들이 함께 모여 하나의 목표를 향해 열심히 노력하고 끝까지 완주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하나라는 점을 확인했지요. 앞으로도 이렇게 구성원들을 이어 주는 활동들이 많아져서 서로 밝은 관계가 지속될 수 있기를 희망해봅니다.

한 • 부임 초기에 예상치 못한 포항 지진 발생으로 사상 초유의 수능시험 연기를 비롯해 코로나19 발생으로 인한 어려움 또한 많았을 텐데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원장으로서 이러한 위기 상황들에 어떻게 대응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성 • 우리 모두는 지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습니다. 갑작스럽게 지진이 일어나고 코로나19가 발생하여 수능과 같은 중요한 업무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접했을 때 참으로 아득했습니다. 그러나 모든 상황은 우리가 만들어나가는 방식에 따라 관리 가능하다고 봅니다. 위기 상황일수록 기존의 방식과는 다른 새로운 접근을 엄밀히 설계하고, 그것이 맞다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실행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러한 일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관리 매뉴얼을 만들어 표준화된 절차와 방식을 만들고, 상황 변화에 따라 이러한 매뉴얼을 수정해 나가는 방식으로 한다면 유연한 대처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위기일수록 네트워킹 작업을 잘해야 합니다. 평가원 내부의 구성원과 부서 간의 협업도 중요하고, 대외적으로 교육부, 시·도교육청, 학교, 국회, 언론 등과도 긴밀하게 협력하여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구성원들 사이의 깊은 신뢰도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남 탓하지 않고 서로 먼저 일을 맡아 나가는 자세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상황은 우리가
만들어나가는 방식에 따라
관리 가능하다고 봅니다.
위기 상황일수록 기존의
방식과는 다른 새로운 접근을
엄밀히 설계하고, 그것이 맞다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실행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우리나라 초·중등학교 교육평가의 비전과 전망 국제세미나

한 • 교육부는 ‘코로나19 이후, 미래 교육 전환을 위한 10대 정책과제’를 발표한 바 있는데요, 그 첫째가 ‘미래형 교육과정 마련’입니다. 이러한 미래형 교육과정(2022 개정 교육과정)의 추진 방향이나 초점과 관련하여 강조하고 싶으신 점이 있으신지요.

성 • 올해는 ‘2022 교육과정’ 총론을 마련하는 중요한 해입니다. 교육과정 연구의 중심체로서 평가원이 역할을 잘 해 나가리라 봅니다. 아시다시피 ‘2015 교육과정’은 역량 중심 교육과정을 선언했지만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이제 2022 교육과정은 본격적인 역량 중심 교육과정이 되어야 합니다. 학생교육은 그들이 성인이 되어 살아갈 20년 이후의 삶에서 필요한 역량을 준비해 나가야 합니다. 기존의 틀을 반복하는 방식을 탈피하여 과감히 미래 사회를 살아가는 힘을 기를 수 있는 교육과정이 되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이 정부에서 선언한 바와 마찬가지로 교육과정의 대강화, 슬림화를 달성하여 국가수준의 교육과정 분량을 줄이고 단위학교의 교사들이 자율적으로 교육과정을 선정, 조직, 평가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한 • 학생 스스로 진로를 설정하고 개척하며 미래 사회를 책임질 다양한 인재 양성을 위해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될 예정인데요, 고교학점제가 성공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우리 교육이 어떻게 변화해야 될까요.

성 • 고교체제와 관련해서는 수많은 논쟁이 있어 왔습니다. 이전 이명박 정부에서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를 밀어붙이는 바람에 공교육인 고등학교가 서열화, 계층화, 차별화를 일으킨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사회적 양극화와 교육격차 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학습자 중심 교육을 실현해 나가기 위해서는 학교 간 차별화가 아닌 학교 내 교육과정 선택의 다양화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고교학점제입니다.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맞추어 교과목을 선택하고 그것이 진학과 진로로 이어지도록 하는 교육을 해야 합니다. 관심도 없는 교과목을 들어야 하는 불편도 없으며 엎드려자는 아이들도 없는 진정한 학습활동이 일어나는 교실을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고교학점제는 단지 교과목의 선택권이 늘어나는 정도의 변화가 아니라 고등학교 교육 전체를 변화시키는 매우 강력한 정책입니다. 교원양성, 교육과정 조직, 학급, 교실의 물리적 환경, 대학입학제도 등 학교의 전면적인 구조 변화를 요구하는 정책입니다. 한편 그린스마트 스쿨, 미래 교육과도 밀접히 관련되어 있기도 합니다. 2025년도부터 본격적인 고교학점제가 성공할 수 있도록 평가원에서 더 많은 준비와 지원을 해 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한 • 고등학교 교육 체제의 혁신을 불러올 고교학점제의 도입으로 인해 대입제도의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인데요, 미래형 수능이나 새로운 대학입시 제도는 어떠한 방향으로 개편되어야 할지요.

성 • 그렇습니다. 학생들마다 배우는 교육과정이 서로 차이나기 때문에 공통과목을 선정하기가 대단히 어렵습니다. 지금 계획에 따르면 고등학교 1학년 1학기 공통과목을 이수하도록 하고, 2학기부터는 선택형교육과정이 적용될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수능체제는 적합하지 않게 됩니다. 수능이 5지 선다형이고 단순한 사고를 요구한다는 비판을 넘어서야 할 뿐만 아니라 고교학점제와 친화력이 높은 대입제도로의가 불가피합니다. 2028학년도 대입제도는 변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 방향에 대해서는 평가원에서 더 많은 연구를 하여야 하는데, 우선 객관식 평가에서 주관식 평가로, 동일한 평가에서 다양한 평가로, 국가 주도 평가에서 대학 주도 평가로의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봅니다. 다만 지나치게 급격한 변화는 혼란을 가중시키게 되고, 그 결과 사교육이 강화되는 악순환을 겪을 것으로 보아 적용 방식에서 신중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봅니다.

한 •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으로 재임하시는 동안 출제 관리 체계의 고도화 및 안정적인 국가고사 관리 체계 마련을 위한 (가칭)국가고사 출제센터 건립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셨는데요, 출제센터와 관련된 고견 부탁드리겠습니다.

성 • 국가고사는 공정성이 매우 중요한 고부담 시험의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출제와 채점 전 과정이 엄격한 보안상태로 관리되어야 합니다. 지진과 산불, 코로나19로 인한 외부적 환경 변화로 출제장이 매우 위태로운 상황이 있었습니다.
현재와 같이 민간시설을 장기간 렌트하는 방식으로는 이러한 위기상황에 적절히 대처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아울러 출제는 전문적인 활동인데 현재의 시설들은 이러한 출제에 적합한 시설이 아닙니다. 중국 국가고시중심의 경우 출제센터를 별도로 설치하여 엄격한 보안상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정보기술의 발달로 정보보안에 대한 우려가 더욱 증대되는 시점입니다. 전문적인 출제를 실시할 수 있는 시설을 확보하는 것이 국가가 할 매우 기초적인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와 같은 방식은 임시방편은 될지언정 지속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는 매우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평가원을 비롯한 국가고사를 출제 관리하는 기관들이 연합하여 활용하도록 해나간다면 공정성, 객관성, 경제성, 안정성이 모두 확보될 것으로 봅니다. 이 문제 해결은 쉽지는 않지만 지난 2년 동안 준비한 것을 토대로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청취하여 최종 의사결정이 잘 내려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금까지와 같은 학교는
이제 서서히 그 생명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제 새로운 형태의 학교,
새로운 개념의 학교를 만들어
미래 사회를 준비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한 • 현재 우리나라는 학령인구 감소, 교원 감축, 교육 인프라 구축, 혁신 교육 등 다수의 교육 현안들이 산재해 있습니다. 우리나라 학교 교육 발전을 위한 평소의 지론이 궁금합니다.

성 • 교육은 한편으로는 사회변화를 이끌어나가는 활동입니다. 기존 사회의 문제점 해결을 위해 학교 교육이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을 해야 합니다.
다가오는 미래는 그렇게 호조건을 만들어 주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를 오히려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학교라는 개념, 틀, 구조, 방식을 적극적으로 변화시켜 나가야 합니다. 먼지 나는 운동장, 네모반듯한 교실, 교과서, 교사, 학기, 시험, 성적표…. 이러한 기본적인 틀에서 벗어난 학교, 누구나 재미있고 자유롭게 원하는 것을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배우는 학교를 만들어나간다면 위기가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봅니다. 지금까지와 같은 학교는 이제 서서히 그 생명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제 새로운 형태의 학교, 새로운 개념의 학교를 만들어 미래 사회를 준비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이하 한) • 2017년 10월부터 올해 2월 하순까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10대 원장으로 재임하면서 느낀 소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요, 임기를 무사히 마친 소감이 어떠신지요.

성기선 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원장 (이하 성) • 지난 3년 4개월 동안 함께 동고동락했던 모든 평가원 구성원 여러분들에게 머리 숙여 고마움을 전합니다. 지나고 보니 참으로 빠르게 지나간 시간들이지만 매 순간 긴장하고 갈등하고 마음 아파했던 것 같습니다. 서로 좀 더 보듬어 주고 배려하고 아껴주는 마음을 더 많이 표현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많이 남습니다.
제 다이어리에 적혀 있는 행사들을 다시금 되돌려 보았습니다. 2017년 10월의 마지막 날 임기 시작, 11월 15일 지진, 고교학점제지원센터 유치, 2018년 진천 이전 및 개청식, 20주년 국제학술세미나, 일본 입시 센터방문, 개청식, 비정규직 전환 설명회, 제주 교육학회 참석, 수목 기증, 몽골 연수, 캄보디아 출장, 2019년 중국 국가고시중심 방문, 3.1운동 100주년 기념행사, KICE-KEDI 축구교류전, 이사장배 축구대회, 덕산읍 개청식, 통일연구원 주최 DMZ방문, 교대노조 정례협의회, 국제교육개발협력 자문위원회 구성, 2020년 정규직 전환 완료, 1월 31일 우한교민 입소, 코로나19 대응 비상대책회의, 온라인 개학 관련 정책협의회, 6월 모의수능 온라인시험 시연회, IEA 온라인 총회, 기초학력보장법안 정책토론회, 12월 3일 코로나 19 수능. 그리고 2021년 2월 고교학점제 성과보고회를 마지막 공식행사로 참여하고 2월 18일 퇴임과 수능 출제장 20회 방문, 임용고사장 16회 방문, 각종 세미나와 학회 참석 등 참으로 다양하고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좀 더 잘했으면 하는 후회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큰 사건사고 없이 임기를 마무리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참으로 운이 좋았다고도 봅니다.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한 • 지난 3년여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이끌면서 괄목할만한 많은 성과를 남기셨는데요, 보람이 있었던 일이나 아쉬웠던 점 또는 지속적으로 추진되었으면 하는 일이 있으신지요.

성 • 글쎄요. 괄목할 만한 성과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았습니다. 먼저 비정규직 전환과 관련하여 원내에서 갈등이 상당히 오래 지속되었는데 좀 더 빨리 그 문제를 해결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다양한 재난들 속에서도 무리 없이 출제, 연구 등을 수행할 수 있었다는 점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습니다. 보람이 있었던 일이라면 청사를 진천으로 옮기고 여러 직원들이 정착하는 과정을 함께 했다는 점이고, 또한 청사 환경조성을 위해 많은 나무를 심었다는 점입니다. 그 사이 원내에서 여러 명이 결혼을 하여 밝게 지내는 모습을 보았는데 그것 역시 큰 기쁨이었습니다. 아쉬웠던 점은 이사장배 축구대회에서 예선 전패, 전체 9등이라는 결과였습니다. 그러나 승패를 논하기 전에 저는 이 사건이 얼마나 큰 교훈을 우리에게 던져주었는지 생각해 봅니다. 서로 다른 부서에 소속된 잘 모르는 구성원들이 함께 모여 하나의 목표를 향해 열심히 노력하고 끝까지 완주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하나라는 점을 확인했지요. 앞으로도 이렇게 구성원들을 이어 주는 활동들이 많아져서 서로 밝은 관계가 지속될 수 있기를 희망해봅니다.

한 • 부임 초기에 예상치 못한 포항 지진 발생으로 사상 초유의 수능시험 연기를 비롯해 코로나19 발생으로 인한 어려움 또한 많았을 텐데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원장으로서 이러한 위기 상황들에 어떻게 대응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성 • 우리 모두는 지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습니다. 갑작스럽게 지진이 일어나고 코로나19가 발생하여 수능과 같은 중요한 업무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접했을 때 참으로 아득했습니다. 그러나 모든 상황은 우리가 만들어나가는 방식에 따라 관리 가능하다고 봅니다. 위기 상황일수록 기존의 방식과는 다른 새로운 접근을 엄밀히 설계하고, 그것이 맞다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실행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러한 일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관리 매뉴얼을 만들어 표준화된 절차와 방식을 만들고, 상황 변화에 따라 이러한 매뉴얼을 수정해 나가는 방식으로 한다면 유연한 대처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위기일수록 네트워킹 작업을 잘해야 합니다. 평가원 내부의 구성원과 부서 간의 협업도 중요하고, 대외적으로 교육부, 시·도교육청, 학교, 국회, 언론 등과도 긴밀하게 협력하여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구성원들 사이의 깊은 신뢰도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남 탓하지 않고 서로 먼저 일을 맡아 나가는 자세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상황은 우리가
만들어나가는 방식에 따라
관리 가능하다고 봅니다.
위기 상황일수록 기존의
방식과는 다른 새로운 접근을
엄밀히 설계하고, 그것이 맞다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실행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우리나라 초·중등학교 교육평가의 비전과 전망 국제세미나

한 • 교육부는 ‘코로나19 이후, 미래 교육 전환을 위한 10대 정책과제’를 발표한 바 있는데요, 그 첫째가 ‘미래형 교육과정 마련’입니다. 이러한 미래형 교육과정(2022 개정 교육과정)의 추진 방향이나 초점과 관련하여 강조하고 싶으신 점이 있으신지요.

성 • 올해는 ‘2022 교육과정’ 총론을 마련하는 중요한 해입니다. 교육과정 연구의 중심체로서 평가원이 역할을 잘 해 나가리라 봅니다. 아시다시피 ‘2015 교육과정’은 역량 중심 교육과정을 선언했지만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이제 2022 교육과정은 본격적인 역량 중심 교육과정이 되어야 합니다. 학생교육은 그들이 성인이 되어 살아갈 20년 이후의 삶에서 필요한 역량을 준비해 나가야 합니다. 기존의 틀을 반복하는 방식을 탈피하여 과감히 미래 사회를 살아가는 힘을 기를 수 있는 교육과정이 되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이 정부에서 선언한 바와 마찬가지로 교육과정의 대강화, 슬림화를 달성하여 국가수준의 교육과정 분량을 줄이고 단위학교의 교사들이 자율적으로 교육과정을 선정, 조직, 평가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한 • 학생 스스로 진로를 설정하고 개척하며 미래 사회를 책임질 다양한 인재 양성을 위해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될 예정인데요, 고교학점제가 성공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우리 교육이 어떻게 변화해야 될까요.

성 • 고교체제와 관련해서는 수많은 논쟁이 있어 왔습니다. 이전 이명박 정부에서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를 밀어붙이는 바람에 공교육인 고등학교가 서열화, 계층화, 차별화를 일으킨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사회적 양극화와 교육격차 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학습자 중심 교육을 실현해 나가기 위해서는 학교 간 차별화가 아닌 학교 내 교육과정 선택의 다양화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고교학점제입니다.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맞추어 교과목을 선택하고 그것이 진학과 진로로 이어지도록 하는 교육을 해야 합니다. 관심도 없는 교과목을 들어야 하는 불편도 없으며 엎드려자는 아이들도 없는 진정한 학습활동이 일어나는 교실을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고교학점제는 단지 교과목의 선택권이 늘어나는 정도의 변화가 아니라 고등학교 교육 전체를 변화시키는 매우 강력한 정책입니다. 교원양성, 교육과정 조직, 학급, 교실의 물리적 환경, 대학입학제도 등 학교의 전면적인 구조 변화를 요구하는 정책입니다. 한편 그린스마트 스쿨, 미래 교육과도 밀접히 관련되어 있기도 합니다. 2025년도부터 본격적인 고교학점제가 성공할 수 있도록 평가원에서 더 많은 준비와 지원을 해 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한 • 고등학교 교육 체제의 혁신을 불러올 고교학점제의 도입으로 인해 대입제도의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인데요, 미래형 수능이나 새로운 대학입시 제도는 어떠한 방향으로 개편되어야 할지요.

성 • 그렇습니다. 학생들마다 배우는 교육과정이 서로 차이나기 때문에 공통과목을 선정하기가 대단히 어렵습니다. 지금 계획에 따르면 고등학교 1학년 1학기 공통과목을 이수하도록 하고, 2학기부터는 선택형교육과정이 적용될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수능체제는 적합하지 않게 됩니다. 수능이 5지 선다형이고 단순한 사고를 요구한다는 비판을 넘어서야 할 뿐만 아니라 고교학점제와 친화력이 높은 대입제도로의가 불가피합니다. 2028학년도 대입제도는 변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 방향에 대해서는 평가원에서 더 많은 연구를 하여야 하는데, 우선 객관식 평가에서 주관식 평가로, 동일한 평가에서 다양한 평가로, 국가 주도 평가에서 대학 주도 평가로의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봅니다. 다만 지나치게 급격한 변화는 혼란을 가중시키게 되고, 그 결과 사교육이 강화되는 악순환을 겪을 것으로 보아 적용 방식에서 신중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봅니다.

한 •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으로 재임하시는 동안 출제 관리 체계의 고도화 및 안정적인 국가고사 관리 체계 마련을 위한 (가칭)국가고사 출제센터 건립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셨는데요, 출제센터와 관련된 고견 부탁드리겠습니다.

성 • 국가고사는 공정성이 매우 중요한 고부담 시험의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출제와 채점 전 과정이 엄격한 보안상태로 관리되어야 합니다. 지진과 산불, 코로나19로 인한 외부적 환경 변화로 출제장이 매우 위태로운 상황이 있었습니다.
현재와 같이 민간시설을 장기간 렌트하는 방식으로는 이러한 위기상황에 적절히 대처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아울러 출제는 전문적인 활동인데 현재의 시설들은 이러한 출제에 적합한 시설이 아닙니다. 중국 국가고시중심의 경우 출제센터를 별도로 설치하여 엄격한 보안상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정보기술의 발달로 정보보안에 대한 우려가 더욱 증대되는 시점입니다. 전문적인 출제를 실시할 수 있는 시설을 확보하는 것이 국가가 할 매우 기초적인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와 같은 방식은 임시방편은 될지언정 지속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는 매우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평가원을 비롯한 국가고사를 출제 관리하는 기관들이 연합하여 활용하도록 해나간다면 공정성, 객관성, 경제성, 안정성이 모두 확보될 것으로 봅니다. 이 문제 해결은 쉽지는 않지만 지난 2년 동안 준비한 것을 토대로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청취하여 최종 의사결정이 잘 내려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금까지와 같은 학교는
이제 서서히 그 생명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제 새로운 형태의 학교,
새로운 개념의 학교를 만들어
미래 사회를 준비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한 • 현재 우리나라는 학령인구 감소, 교원 감축, 교육 인프라 구축, 혁신 교육 등 다수의 교육 현안들이 산재해 있습니다. 우리나라 학교 교육 발전을 위한 평소의 지론이 궁금합니다.

성 • 교육은 한편으로는 사회변화를 이끌어나가는 활동입니다. 기존 사회의 문제점 해결을 위해 학교 교육이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을 해야 합니다.
다가오는 미래는 그렇게 호조건을 만들어 주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를 오히려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학교라는 개념, 틀, 구조, 방식을 적극적으로 변화시켜 나가야 합니다. 먼지 나는 운동장, 네모반듯한 교실, 교과서, 교사, 학기, 시험, 성적표…. 이러한 기본적인 틀에서 벗어난 학교, 누구나 재미있고 자유롭게 원하는 것을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배우는 학교를 만들어나간다면 위기가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봅니다. 지금까지와 같은 학교는 이제 서서히 그 생명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제 새로운 형태의 학교, 새로운 개념의 학교를 만들어 미래 사회를 준비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