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학년도 수능 출제본부
코로나19 방역 활동

● 글. 박기준 KICE 정보관리본부

박기준 정보보안부장
KICE 정보관리본부

대학수학능력시험본부 수능출제관리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정보관리본부 정보보안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은 1994년에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 전 국민의 관심 속에 시행되고 있다. 작년 12월 3일에 시행된 2021학년도 수능은 코로나19로 인하여 여느 해와는 또 다른 관심과 요구 속에 많은 화제와 뉴스를 낳았다.
연초부터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등교 개학이 여러 차례 연기됨에 따라 대학 입시일정과 수능 시행일을 조정하게 되었고, 수능 시험일도 2주가 연기되어 수능이 도입된 이래 처음으로 12월에 시행하게 되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12월의 수능을 성공적으로 시행하기 위하여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은 물론 질병관리청도 함께 시험장 방역대책을 여러 차례 논의하고 준비한 결과 49만여명의 수험생이 무사히 시험을 치를 수 있었다.
수능 당일 시험이 무사히 치러지고, 수험생들에게 성적표가 제공되기까지의 과정에서 평가원의 역할을 크게 나누자면 문항의 출제, 문답지 인쇄 및 배부, 답안지 채점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각각의 과정은 출제본부, 인쇄본부, 채점본부 별도로 구성하여 진행된다.
각각의 본부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절차와 사전준비 작업이 동반되며 여기에서 모두 설명하기에는 지면이 부족하므로 출제본부의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내용을 중심으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이번 수능 출제본부 운영기간은 출제위원단 기준으로 36일간으로 출제 및 검토위원, 관리요원단 등 총 779명이 참여하였으며, 이외에도 관할 경찰서의 협조 아래 출제본부 외곽경비 및 문제지 원안 호송인력 10여명이 동원되었다.
그동안 평가원은 출제본부 운영에 대한 노하우가 많이 축적되어 있었으며 다양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자체 매뉴얼(화재, 지진, 감염병 등)도 구비하고 있었으나, 코로나19 라는 신종 감염병에 대응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았기에 평가원 내부에 ‘코로나19 대응 합숙본부 운영을 위한 TF팀’을 구성하여 적극적으로 대응하였다.
그럼 코로나19 상황에서의 출제본부 운영을 어떻게 준비하고 마무리하였는지 출제본부 입소 전, 입소 당일, 입소 후의 흐름 순으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출제본부 입소 전 준비상황

출제본부를 운영하기 위한 장소가 선정되면 해당 장소에 대한 사전 점검 및 방역작업이 실시되며, 회의실, 식당, 운동장 등 공동이용시설은 물론 출제위원 객실 내부까지 철저하게 방역이 실시된다. 행정안전부 등 일부 기관은 자체 출제시설을 단독 건물로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평가원 입장에서는 부러울 따름이다. 사실 장기적으로 보면 출제를 위한 전용시설을 갖춘 건물을 확보하고 운영하는 것이 예산 절감이나 보안성 확보 및 업무 효율성에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감염병 예방을 위한 마스크, 손소독제, 방역복 등을 구입하고, 열화상 카메라 등을 준비하는 것도 이 시기에 진행될 업무이다. 사실 공적마스크를 제한적으로 공급 받던 수능 6월 모의평가 출제본부 운영 전 상황에 비하면 상황이 많이 좋아진 것이었다.
또한, 코로나19 검사를 위한 검진기관을 선정하고, 입소 일자별 검진계획을 확정한다. 입소 대상자 전원에 대하여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요건이었지만 그 시기와 방법에 대해서는 많은 고민과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했다.
이외에도 출제본부 인근 보건소 및 소방서에도 사전에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Hot-Line)하여 운영함으로써 의심환자 및 확진자 발생 시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였다.
다음은 출제 및 검토위원을 선정하는 과정으로 섭외 단계에서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확인서를 징구하고, 입소 당일 코로나19 검사를 위한 동의 절차를 진행한다. 또한, 기저질환이 있거나 건강상에 문제가 있는지 여부도 확인한다. 장기간 합숙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건강에 문제가 없어야 한다. 이후 입소 예정자 전원에게는 입소 전까지 사회적 거리두기 등 감염병 예방을 위한 행동수칙을 준수하고, 입소 전 의심 증상 발현 또는 확진되는 경우 지체 없이 담당자에게 유선 통보하도록 안내하였다.

자, 그럼 이제는 출제본부 입소 당일의 상황으로 가보자.

입소 당일 주요 집결지(주요 거점 도시)에는 대형버스를 배차하고, 각 집결지에는 인솔요원과 보안요원을 배치하여 버스 탑승 전 입소자 확인 및 발열체크 등을 실시하고, 탑승 시 KF94 마스크 착용과 버스 창가 쪽으로만 1인 좌석 배치를 하였다. 이 과정에서 발열 등 유증상을 보이는 입소자가 있는 경우에는 별도로 준비된 차량으로 이동하도록 조치하고, 입소 가능 여부를 확인하였다. 이동 중에는 휴게실 무정차를 원칙으로 운행하였으며, 버스 안에서 코로나19 검사를 위한 문진표를 작성하였다. 출제본부에 도착하면 버스 하차와 동시에 코로나19 검사가 실시되었으며, 입구에서 열화상카메라 등으로 체온을 재측정하였다. 검진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개인별 객실에서 대기하도록 안내하고, 객실 내에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와 휴대용 손소독제 등으로 구성된 방역 키트를 개인별로 제공하였다.

출제본부 입소 후 생활은 어떠하였을까?

다행히도 모든 입소자의 코로나19 검진 결과는 “음성”으로 판정되었다. 우스갯소리로 평가원이 위치한 곳이 충북 음성군과 가까워서 “음성”이 나올 것이라는 얘기도 있었는데…. 어쨌든 큰 걱정거리가 해소된 것이다. 하지만 음성이 나왔다고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 출제본부 운영 기간 동안 철저한 방역활동이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출제본부 내에서도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였다. “마스크 착용이 최선의 백신”이라는 얘기도 있었지만 가장 간단하면서도 숨 막히게 하는 답답한 현실이었다. 사실 음성 판정 이후에 굳이 마스크를 써야 하는지에 대한 내부 민원이 일부 있었으나, 모두의 안전을 위하여 양보할 수 없었다. 주요 이동 경로마다 안내판을 설치하여 코로나19 예방 수칙을 준수토록 하였으며, 합숙 운영 최초로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출입통제 시스템을 도입하였다. 기본적으로 출제본부에 참여하는 모든 인원은 명찰을 패용하게 되는데 그 명찰에 RF카드를 추가로 부착하고, 주요 동선에 RF리더기를 설치하여 이동 동선을 기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나의 동선을 추적하겠다고?” 언뜻 생각해보면 기분 나쁜 일이 아닐 수 없었으나 내부에서 확진자가 발생하였다고 가정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정부의 방역활동에서 보았듯이 확진자 발생 시 확진자의 이동 동선을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확진자가 접촉한 인원을 신속하게 파악하여 비접촉자와 분리하고, 검진을 받도록 조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출제본부 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인 식당 운영이다. 수백 명이 한꺼번에 모여서 식사를 하는 것은 코로나19 상황이 아니더라도 위생이나 식중독 우려 등에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출제본부 내 식당은 300여석 규모의 2개소로 출제위원과 검토위원 식당으로 구분 운영되었으며 각각의 식당은 2개조로 시차를 두고 운영함으로써 밀집도를 최소화하였고, 좌석 1열 배치 및 칸막이를 설치하였다.
식당 입구에는 발열 검사를 위한 열화상카메라와 손소독제 및 일회용 장갑을 비치하였다. 또한 마스크 미착용자는 식당을 출입할 수 없도록 하였다. 입구에서 보안요원이 마스크 착용 여부와 발열 여부를 확인한다. 특히 식당 내부 근무자들은 주방에 출입하기 전에 건강상태 확인을 위한 별도의 출입대장을 작성하는 등 철저한 방역 수칙 준수 하에 근무하였다. 식당의 음식은 하루 세끼 모두 자율 배식으로 구성되어 각자 원하는 음식을 가져다 먹을 수 있는데 방역을 위해 점심식사 때 나오던 전골(4인용)요리는 메뉴에서 배제하였다. 라면 사리를 넣어 먹을 수 없음을 아쉬워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방역을 위하여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
협의실 등 공동이용시설에 대하여 주기적으로 환기를 실시토록 하고, 항균티슈를 비치하여 손잡이 등 다수가 접촉하는 부분에 대한 소독을 하였다. 물론 협의실 내에서도 마스크는 필수 착용이다. 마스크를 벗을 수 있는 곳은 개인이 혼자 머무르는 객실밖에 없다.
그렇다면 출제본부 운영기간 동안 의심환자나 확진자가 없었을까? 다행히도 확진자는 없었으나 발열 등의 증세를 보이는 의심환자는 발생하였다. 의심환자는 우선 자가격리(개인 객실격리) 상태에서 보건위원(의사 및 간호사가 상주함.)의 소견에 따라 외진이 필요한지 여부를 판단하였으며, 필요시 코로나19의 재검진도 실시하였다.

만약에 확진자가 발생하였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했을까?

출제본부 내에 확진자가 발생하면 별도로 준비된 격리용 객실을 이용하게 된다. 물론 방역 당국이 개입하여 방역 활동 및 접촉자 동선을 파악할 수도 있겠지만 자체 코호트 격리(동일집단 격리)가 되어있는 환경이라는 것과 보안유지를 위해 외부인의 접근이 불가하다는 점 등을 감안하여 방역 당국의 조치가 이루어졌을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RFID 출입통제 시스템을 도입한 이유이기도 하다. 확진자의 동선을 파악하고 접촉자를 파악하여 방역 당국에 명단을 제출하고, 해당 인원에 대하여 신속한 검사를 실시한다면 확산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확진자라 해도 일단 출제본부에 입소한 이상 퇴소할 수는 없다. 수능 시험일 5교시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어느 누구도 출제본부를 벗어날 수 없다. 아마도 수능 시험일 전에 확진자가 발생했다면 보안 요원이 동행한 가운데 병원으로 이송되어 격리되거나 별도 객실에 격리되어 수능 시험일까지 별도 치료를 받았을 것이다.

맺음말

수능 도입 이후 지금까지 출제본부를 준비하고 운영하면서 많은 사건 사고들이 발생하였다. 2018학년도 수능에서는 포항 지진으로 인하여 출제본부 운영이 연장되고, 수능 시험도 연기되는 등 수능 역사상 처음 있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2020학년도 6월 모의평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인근 지역에 산불이 발생하여 출제본부를 준비 중인 건물 앞까지 불길이 번져서 합숙 운영을 준비 중이던 130여명의 인력이 긴급대피하고, 잔류 인력이 긴급 진화에 나서 5시간 만에 불길을 잡을 수 있었다. 긴박했던 당시에는 해당 시험의 시행 연기와 출제본부 운영 장소 변경까지 논의되기도 하였다. 그러고 보면 출제본부 운영 중에 지진, 화재, 감염병 확산이라는 재난 상황을 모두 겪은 셈이다.
좋은 경험이라고 할 수는 없겠으나 재난에 대비한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고, 그에 따라 철저히 준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니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위에 언급한 재난 이외에 앞으로 어떤 위기상황이 다가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수능이라는 국가적으로 중차대한 시험에 차질이 발생해서는 안 되는 만큼 그동안에도 모두가 지혜를 모아서 잘 해결해 왔듯이 어떠한 위기가 닥치더라도 반드시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