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항상 ‘관계’에 대해 고민한다.
이런 문제는 대면보다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것이 익숙한 요즘에도 변함없다. 책 <나를 팔로우 하지 마세요>는
새롭게 열린 온택트 시대에서의 사람 관계 맺기의 중요성을 짚어보게 한다.

글. 최세운 시인

최근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직접 마주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온택트 문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하지만 거리 두기로 인한 비대면과 비접촉의 사회에서 관계란 온라인상에서 ‘무엇을 보고’, ‘어디까지 보여 줄 것인가’라는 새롭고 낯선, 관계적 알고리즘이 그 중심에 놓인다.
이제 누구를 ‘안다.’는 것은 직접적인 경험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닌, 온라인이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간접적으로 ‘보고, 보여 주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사진과 영상으로 자신을 증명하는 이미지의 시대, 그 안에서 새로운 관계 맺기가 진행 중이다.

제발 나를
팔로우 하지 마세요
<나를 팔로우 하지 마세요>는 인스타그램 스타 ‘비’와 비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관리하는 엄마 ‘린다’의 이야기를 다룬다.
비의 인스타그램 비의 연대기는 팔로워가 15만 명을 넘고 많은 이들에게 좋아요를 받지만 정작 주인공인 비는 이 생활이 버겁다. 좋아요를 얻기 위해 자신답지 않은 일을 해야 하는 ‘나’와 ‘진짜 나’ 사이를 고민하던 비는 팔로우 방해 작전을 시작한다. 진짜 나를 찾으려는 비와 팔로우 수를 늘리려는 엄마 린다와의 갈등과 변화가 그려지면서 온라인상의 관계란 무엇인가에 대해 짧고 분명한 물음을 던진다. 삶에서 자기의 이야기가 빠져 있게 될 때 우리는 비처럼 진짜 나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거나 엄마 린다처럼 팔로워 수에 집착하여 타인의 좋아요에 행복감을 느낀다.

온택트 시대에서
새로운 관계 맺기
온라인상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열려 있는 연결적 관계는 단지 ‘보여 주고 싶은 것만 보여 주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제한적 혹은 소재적 관계다. 비처럼 일기를 적고 이를 비밀 폴더인 보관함에 넣은 것은 나의 이야기지만, 온라인상에 텍스트를 적고 사진과 함께 업로드 하는 것은 ‘누군가가 보고’, ‘누군가에게 보여 주는’ 의식이 반영된 사회적 행동이다. 내가 누구인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 가는 지극히 평범한 시간보다는, 몇 장의 이미지를 마주하고 좋아요를 누르는 클릭의 찰나만큼의 관계성에 더 마음을 둘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처럼 오프라인의 거울과 온라인의 창에서 끊임없이 반영된 진상과 허상의 자신을 구분한다. 또 진실한 나와 타인을 대면하는 경험, 엄마 린다와 성장하는 아이 비, 모두에게 낯설고 새롭고 삐걱거리는 일이다. 모두가 한 번뿐인 삶을 살고, 한 번도 그려지지 않은 스케치북에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기 때문에 과연 ‘나다운’ 것이 무엇인지, 어떤 것이 ‘나답게’ 하는 삶인지 끝없이 질문하게 한다. 각자 나다운 삶을 발견하고 산다는 것은 나와 너의 관계적 거리를 견주면서 발견하는 일을 멈춰서는 안 될 것이다.

보관함 속에 보관된
진실하고 소중한 평범한 일상들

비는 남들이 볼 수 없는 폴더인 보관함에 평범한 일상에서 그려지는 서툴고, 망설이고 때로는 부끄러운 시도들을 쌓아간다. 그것들은 나를 스타로 만들어 줄 수 없지만 나만의 이야기를 차곡차곡 만들어 간다. 하지만 보관함에 담긴 나만의 이야기를 꺼내 서로에게 다가가지 않는다면 진실한 관계의 타래가 단단하게 이어질 수 없다. 정작 비는 절친 애너벨에 관해 아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자신을 보여 주기로 다짐하는 부분이 그래서 중요하다. 보관함에 보관되어 있던 자신을 꺼내 보여 주는 다가감에는 용기가 필요하고, 나의 서툰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는 일에서부터 ‘진실한 관계’가 시작된다.

나는 애너벨이 해변에 간 줄도 몰랐다. 말은 언제 탄걸까? 왜 나에게는 이야기하지 않았을까? 정작 나는 애너벨에 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 애너벨은 수줍은 아이도 투명 인간도 아니었다. 내가 그렇게 대했을 뿐이다. 몸을 돌려 책상 옆에 놓인 보관함을 바라봤다. 애너벨에게 진짜 비를 보여 줄 때가 되었다.

비와 비의 인스타그램이 전부였던 엄마 린다의 삶에도 새로운 변화가 찾아온다. 비의 영향으로 카메라 렌즈를 통해 보았던 삶이 아닌 진짜 자신의 삶과 마주한 것이다. 린다는 SNS를 통해 온라인으로는 연결되어 있었지만 오프라인에는 단절되어 있던 세상과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온라인 공간에서 바깥 공간으로 자기 자신의 삶을 넓혀 간다.

“글쎄, 잘은 모르겠지만…. 멋진데! 그러려면 일단 완주부터 해야지?”
엄마가 결승선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달리는 엄마의 모습을 찍은 뒤 뒤쫓아 뛰었다.

‘비’의 연대기에서 ‘우리’의 연대기로의 전환되는 과정은 여러 의미를 갖는다. 인스타그램에서 나의 일부만을 보여 주었던 것에서 우리의 일상을 보여 주는 것으로의 변화는 더 이상 타인을 위한 ‘타자의 삶’이 아닌 ‘나와 우리를 향한 주체의 삶’이 시작되었음을 뜻한다. 보관함에 넣은 부끄러운 진심들이 소중한 이유는 우리 삶이 모두에게 한 번뿐이고 서툰 습작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비대면과 비접촉의 사회 속에서도 소중한 사람들은 가까이에 있다. ‘천천히 달리면서 이 순간을’ 함께 나눠야 할 마음이 있다면, 먼저 다가가 내 보관함을 보여 줄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그 안에 담긴 우리의 모습이 조금 서툴고 비뚤어지고 투박하더라도.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항상 ‘관계’에 대해 고민한다.
이런 문제는 대면보다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것이 익숙한 요즘에도 변함없다. 책 <나를 팔로우 하지 마세요>는 새롭게 열린 온택트 시대에서의 사람 관계 맺기의 중요성을 짚어보게 한다.

글. 최세운 시인

최근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직접 마주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온택트 문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하지만 거리 두기로 인한 비대면과 비접촉의 사회에서 관계란 온라인상에서 ‘무엇을 보고’, ‘어디까지 보여 줄 것인가’라는 새롭고 낯선, 관계적 알고리즘이 그 중심에 놓인다.
이제 누구를 ‘안다.’는 것은 직접적인 경험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닌, 온라인이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간접적으로 ‘보고, 보여 주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사진과 영상으로 자신을 증명하는 이미지의 시대, 그 안에서 새로운 관계 맺기가 진행 중이다.

제발 나를
팔로우 하지 마세요
<나를 팔로우 하지 마세요>는 인스타그램 스타 ‘비’와 비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관리하는 엄마 ‘린다’의 이야기를 다룬다.
비의 인스타그램 비의 연대기는 팔로워가 15만 명을 넘고 많은 이들에게 좋아요를 받지만 정작 주인공인 비는 이 생활이 버겁다. 좋아요를 얻기 위해 자신답지 않은 일을 해야 하는 ‘나’와 ‘진짜 나’ 사이를 고민하던 비는 팔로우 방해 작전을 시작한다. 진짜 나를 찾으려는 비와 팔로우 수를 늘리려는 엄마 린다와의 갈등과 변화가 그려지면서 온라인상의 관계란 무엇인가에 대해 짧고 분명한 물음을 던진다. 삶에서 자기의 이야기가 빠져 있게 될 때 우리는 비처럼 진짜 나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거나 엄마 린다처럼 팔로워 수에 집착하여 타인의 좋아요에 행복감을 느낀다.

온택트 시대에서
새로운 관계 맺기
온라인상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열려 있는 연결적 관계는 단지 ‘보여 주고 싶은 것만 보여 주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제한적 혹은 소재적 관계다. 비처럼 일기를 적고 이를 비밀 폴더인 보관함에 넣은 것은 나의 이야기지만, 온라인상에 텍스트를 적고 사진과 함께 업로드 하는 것은 ‘누군가가 보고’, ‘누군가에게 보여 주는’ 의식이 반영된 사회적 행동이다. 내가 누구인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 가는 지극히 평범한 시간보다는, 몇 장의 이미지를 마주하고 좋아요를 누르는 클릭의 찰나만큼의 관계성에 더 마음을 둘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처럼 오프라인의 거울과 온라인의 창에서 끊임없이 반영된 진상과 허상의 자신을 구분한다. 또 진실한 나와 타인을 대면하는 경험, 엄마 린다와 성장하는 아이 비, 모두에게 낯설고 새롭고 삐걱거리는 일이다. 모두가 한 번뿐인 삶을 살고, 한 번도 그려지지 않은 스케치북에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기 때문에 과연 ‘나다운’ 것이 무엇인지, 어떤 것이 ‘나답게’ 하는 삶인지 끝없이 질문하게 한다. 각자 나다운 삶을 발견하고 산다는 것은 나와 너의 관계적 거리를 견주면서 발견하는 일을 멈춰서는 안 될 것이다.

보관함 속에 보관된
진실하고 소중한 평범한 일상들

비는 남들이 볼 수 없는 폴더인 보관함에 평범한 일상에서 그려지는 서툴고, 망설이고 때로는 부끄러운 시도들을 쌓아간다. 그것들은 나를 스타로 만들어 줄 수 없지만 나만의 이야기를 차곡차곡 만들어 간다. 하지만 보관함에 담긴 나만의 이야기를 꺼내 서로에게 다가가지 않는다면 진실한 관계의 타래가 단단하게 이어질 수 없다. 정작 비는 절친 애너벨에 관해 아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자신을 보여 주기로 다짐하는 부분이 그래서 중요하다. 보관함에 보관되어 있던 자신을 꺼내 보여 주는 다가감에는 용기가 필요하고, 나의 서툰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는 일에서부터 ‘진실한 관계’가 시작된다.

나는 애너벨이 해변에 간 줄도 몰랐다. 말은 언제 탄걸까? 왜 나에게는 이야기하지 않았을까? 정작 나는 애너벨에 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 애너벨은 수줍은 아이도 투명 인간도 아니었다. 내가 그렇게 대했을 뿐이다. 몸을 돌려 책상 옆에 놓인 보관함을 바라봤다. 애너벨에게 진짜 비를 보여 줄 때가 되었다.

비와 비의 인스타그램이 전부였던 엄마 린다의 삶에도 새로운 변화가 찾아온다. 비의 영향으로 카메라 렌즈를 통해 보았던 삶이 아닌 진짜 자신의 삶과 마주한 것이다. 린다는 SNS를 통해 온라인으로는 연결되어 있었지만 오프라인에는 단절되어 있던 세상과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온라인 공간에서 바깥 공간으로 자기 자신의 삶을 넓혀 간다.

“글쎄, 잘은 모르겠지만…. 멋진데! 그러려면 일단 완주부터 해야지?”
엄마가 결승선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달리는 엄마의 모습을 찍은 뒤 뒤쫓아 뛰었다.

‘비’의 연대기에서 ‘우리’의 연대기로의 전환되는 과정은 여러 의미를 갖는다. 인스타그램에서 나의 일부만을 보여 주었던 것에서 우리의 일상을 보여 주는 것으로의 변화는 더 이상 타인을 위한 ‘타자의 삶’이 아닌 ‘나와 우리를 향한 주체의 삶’이 시작되었음을 뜻한다. 보관함에 넣은 부끄러운 진심들이 소중한 이유는 우리 삶이 모두에게 한 번뿐이고 서툰 습작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비대면과 비접촉의 사회 속에서도 소중한 사람들은 가까이에 있다. ‘천천히 달리면서 이 순간을’ 함께 나눠야 할 마음이 있다면, 먼저 다가가 내 보관함을 보여 줄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그 안에 담긴 우리의 모습이 조금 서툴고 비뚤어지고 투박하더라도.
‘있는 모습, 그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