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손 보충이 아닌 성장의 관점으로, 키다리샘

● 글·김지영 서울시교육청 장학사

기초학력에 대한 관심이 높다. 코로나19 이후 학습부진 학생들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코로나 블루 등 정서적 문제도 중첩되면서, 학생들의 학력 하락이 예사롭지 않다는 문제의식에 모두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 역시 코로나19 초기부터 학습격차 해소와 코로나로 인해 특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불리한 환경의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여왔다. 연구에 의하면 코로나19 이전부터도 학습에 어려움을 겪던 학생들의 경우 코로나19 상황에서 더 큰 위험에 직면해 있으며 이들을 위한 특별한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2019년도부터 이들에 대한 정책적 관심을 갖고 꾸준히 예산을 확대하고 있었으며, 코로나19 상황에서 기초학력 부진학생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 시행되었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1학년, 2학년 및 중학교에 전면적으로 협력강사를 지원하여 수업 중 부진 예방을 도모하였고, 학습지원대상 학생의 경우 온라인 수업 기간에도 등교하여 지도할 수 있도록 지침을 안내하였다. 그 외 온라인 대학생 멘토링(랜선야학, 학습서포터즈 등)을 통해 학생들의 학습결손을 보충할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그러나 학생들은 학교에서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감염병의 공포 속에서 생활하면서 여전히 심리적 불안과 학습 결손을 겪고 있었고, 특히 이런 학생들을 위한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있었다. 서울시교육청의 ‘키다리샘’은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탄생하였다.

선생님의 눈빛이 마주쳐야 배움이 일어난다

이 프로젝트를 함께 기획했던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성장한 순간을 기억했다. 교실 속에서 존재감도 없이 조용히 앉아있던 아이에게 눈빛을 건네고, 일대일로 대화를 나누고, 학습의 성공과 작은 성장에도 관심을 기울여줄 때 학생들이 성장한다는 것을 직접 체험했다.
우리는 학습자가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선생님과의 마주침, 특별한 사람과의 만남이 있을 때 배움이 일어난다고 생각했다. 특히 수년 간 학습 실패 경험으로 자존감이 낮고 무기력해있으며,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 뒤에서 말조차 잃어버린 아이들에게는 소규모의 멘토링 형태 지도가 필요했다.
키다리샘은 담임교사 또는 교과담당교사가 학습동기 회복 및 학습보충이 필요한 학생들, 특히 정서적 지원이 필요한 학생들을 모집 또는 선정하여 1~3명과 한 팀을 이루어 20~30회 비교적 장기간 멘토링 활동을 지속하는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 내용은 학생의 필요나 동기를 파악하여 교사가 프로그램 내용을 자율적으로 구성한다. 교과학습 뿐만 아니라, 학습동기 회복을 위한 학습코칭, 독서 지도, 상담, 진로 및 문화 체험 등도 프로그램 안에 포함할 수 있다. 또한 3명 이하의 소규모 지도를 통해 지속적이고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했다. 특히 아이들을 가장 잘 파악하고 지도할 수 있는 담임 교사들이 이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담임교사 중심으로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2021년도 첫 사업이 시작될 때 최대한 많은 시간을 확보하도록 했다. 하루 2시간 이하, 한 학기 최대 30시간의 활동 시간이 주어졌다. 학생들과 대화를 통해 관심사와 흥미를 알아가고, 동기가 낮은 학생들이 스스로 하고 싶은 활동이 무엇인지 최대한 교사가 이끌어낼 수 있도록 했다. 학생과 교사가 알아가기 시간을 통해 라포르를 쌓은 후에는 진로 상담이나 읽기 지도, 학습 코칭 등을 할 수 있도록 도움 자료도 제공했다.
각종 체험활동의 경우 체험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이를 통해 교사와 대화하면서 성찰하는 시간을 꼭 갖도록 했다. 자신의 경험을 언어화하여 의미있는 것으로 만들어야만 비로소 교육적 효과가 발생하는 점을 강조했다.

토닥토닥 키다리샘, 학생과 함께 성장하다

2학기에 갑작스럽게 시작된 활동이었지만, 선생님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위기상태에 놓인 아이들을 보면서 안타까워하던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업무가 늘어나는 것을 감수하고, 심지어 주말이나 방학을 할애해서 학생들과 시간을 보냈다.
서울 중·고등학교에서 2021년에 8,000여 팀, 2022년도에는 9,000여 팀이 결성되었다. 이는 전체 중·고등학교 730여 교에서 평균 10팀 이상 지원했다는 뜻이고, 참여하는 학생도 20,000명이 넘었다.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어주어서 고맙다고 한 교장선생님께서 전화를 주시기도 했다. 교장선생님은 학교 곳곳에서 선생님과 학생이 모여서 대화를 나누고 공부도 하는 모습을 보시면서 본인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교육의 모습을 발견했다고 하셨다.
학생들의 만족도는 더욱 높았다. 연말에 이루어진 설문조사에서 총 2,898명의 학생이 응답했는데, 그 중 매우 만족 2,203명(76%), 만족 511명(17.6%)으로 만족 이상이 93.6%였다. 건의사항을 묻는 서술형 답안에는 선생님에 대한 감사와 긍정의 메시지가 꽉 차 있었다. 그 중 몇 개만 인용해보면 다음과 같다.

– 친구들과 선생님과 함께 공부해서 좋았다. 학교 수업은 단체로 해서 내가 모르는 것을 세세하게 알려주지 못해 아쉬웠는데, 이것은모르는 부분도 세세하게 알 수 있어 좋았다.
– 그동안 키다리샘 하면서 선생님과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며 깨달은 바도 매우 많았지만, 이런 특권을 내가 아닌 다른 친구들이 누릴 수 없다는 점에서 미안함을 느껴서 내년에는 나 말고 더 많은학생들이 키다리샘을 즐길 수 있고 선생님과 많은 추억을 나누어좋은 경험을 해보면 좋겠고, 선생님 너무너무 감사했고 행복하고좋았습니다!
– 선생님이 먼저 손 내밀어 도와주시고, 같이 열심히 나아가보자 하는 마음이 느껴져서 포기하지 않고 계속 나아갈 수 있었고, ‘혼자가아니라 날 응원해주고 날 진심으로 위해주는 사람이 있구나’라는생각에 정말 감사하고 소중했던 시간을 보냈다. 이런 기회가 나한테 와서 정말 귀중했고 감사한 하루하루였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다가가야겠다는 마음이 커졌다.
– 선생님은 학교와 연관되어 생각되는 조금 먼 존재였는데 이번 활동을 계기로 좀 더 가까워진 것 같아 좋았다. 다만 1~2주에 한번 정도 만나는 게 아닌 2~3주에 한번이 더 적당할 것 같다. 뭔가 자주만나면 선생님이 나 때문에 시간을 많이 뺏기는 듯해 좀 죄송해서….
– 지금까지 학교 다니면서 제일 만족스러운 해였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관심에 감동했고, 그것만으로도 학교생활에 큰 행복을 느꼈다. 또한 키다리샘 프로그램의 장점인 다양한 활동 때문에 학생 개개인의 필요나 관심에 맞는 활동이 가능했다. 베이커리나 가죽공예 등 만들기 활동이나, 문화체험, 악기 배우기, 체육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했으며, 친구들과 선생님과 함께했기 때문에 더욱 의미 있게 느꼈다.
설문조사에서 키다리샘 활동에 참여해서 좋았던 점에 대해 전체의 64.6%인 1,875명이 ‘선생님과 가까워지고 친해져서 좋았다’라고 답변하였다. 그리고 ‘많은 것을 배우고 체험할 수 있어서 좋았다’에 대해서는 1,708명(58.9%)이, ‘선생님이 관심을 가져준다는 것이 좋았다’에 대해서는 971명(33.5%)이, ‘학습면에서 크게 성장한 것 같아서 좋았다’에 대해서는 826명(28.5%)이 키다리 샘 활동의 좋았던 점이라고 응답하였다.
2021년도의 성공적 운영 덕분에 2022년도에는 더욱 많은 선생님들의 관심을 받게 되었고, 올해에는 작년도보다 팀수가 더 늘어나게 되었다. 학교 안팎에서 키다리샘이 매우 효과적이라는 칭찬도 많이 듣게 되었고, 2021년도에는 서울시교육청에서 적극행정 우수상을, 2022년도에는 교육부 적극행정 우수상을 받게 되었다.

교사도 성공 경험이 필요하다

그러나 가장 보람 있는 것은 교사들이 성공 경험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 동안 학습부진학생을 지도하면서 늘 실패를 경험했다. 방과 후에 억지로 학생들을 끌어 앉히고 학습을 시켜보아도 학생들은 더디게 성장했고, 학생들은 억지로 하는 수업에 기꺼워하지 않았다. 차츰차츰 결석이 많아지고 학생들이 오지 않는 방과후교실에서 교사는 무력감과 자괴감을 느낀다. 우리 교사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아, 학생들이 성장하고 있구나! 변화하고 있구나!’ 하는 성공경험이다.
이는 학생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가뜩이나 학습에 자신이 없는 아이들은 자신을 답답한 눈빛으로 바라보거나 변화하지 않는 성적에 한숨을 쉬는 교사 앞에서 한없이 주눅 들고 죄스럽다. 키다리샘 활동 소감에도 선생님의 관심이 부담스럽다거나, 선생님이 자신에게 시간을 쓰는 게 죄송하다는 표현이 여러 번 나온다.
이런 실패 경험으로는 성장이 이루어질 수 없다. 우리의 뇌는 실패가 반복되면 무기력함에 빠지기 쉽다. 그래서 특히 학습지원대상 학생에 대한 지도는 긍정의 언어와 성공의 경험이 넘쳐나야 한다. 이들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성장에 대한 믿음이 깔려 있어야만 이 아이들도 조금씩 성장할 수 있다. 키다리샘은 그 동안 여러 아이들 속에서 부족하게만 보였던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개성과 장점을 발견하고, 이들의 가능성을 믿어줌으로써 스스로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인생의 멘토이자, 학습 코치들이며, 이들의 성공 경험은 다른 선생님들에게도 충분한 자극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021년도가 끝나갈 무렵 선생님들에게 ‘학습성장스토리’를 써달라고 말씀드렸다. 공모전 형식으로 진행되었는데 무려 100명이 넘는 선생님들이 자신과 학생의 성장 스토리를 보내주셨다. 그 중 절반 가까이가 키다리샘과 관련된 사례였다. 선생님들에게 학생들의 성장은 그 자체가 큰 보상이자 감동이었다. 그 이야기들을 읽고 편집하면서 검토진들은 수없이 웃고 울었다.

학생들과 여러 시간을 보내면서 두터운 신뢰가 형성되는 것을 느끼고 그 신뢰 속에서 학생들은 물론 교사 역시 성장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함께 키다리샘을 자처한 교사들끼리 효과적이었던 ‘비밀작전’들을 고민하고 추천하면서 협력적인 학교 문화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던 질문카드나 학습전략검사도 다른 키다리샘과 상담교사의 추천으로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의 입장에서 어떤 활동이 효과적일지 고민하는 과정이 익숙해지고, 그것을 서로 추천하고 받아들이면서 교사들도 성장하고 있음이 느껴집니다. 키다리샘을 시작하고 학생들이 먼저 고민을 털어놓을 때, 하고 싶은 활동을 앞다퉈 이야기할 때, 함께하는 친구들과 점점 친해지는 게 보일 때, 활동 후에 오늘 하루 정말 재밌었다고 감사 문자를 보내올 때 뿌듯함과 벅차오름을 느낍니다. 키다리샘을 통해 깨달은 점이 있습니다.
학생들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성장하고, 교사는 학생들에게 그 다양한 경험을 제공해줄 수 있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요즘처럼 학교의 역할이 제한적일 때 ‘토닥토닥 키다리샘’과 같은 서울교육정책을 활용하여 학생들에게 성장할 기회를 줄 수 있어 다행입니다. 이처럼 학생들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교육정책들이 지속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녹천중학교 강○○ 교사-

그러던 중에 키다리 샘을 접하게 되면서 ‘나도 특별 수업이 의무가 되면 포기하지 않고 끝장을 볼 때까지 해 보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어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었다. <중략> 자발적으로 찾아온 학생들이지만 시작하자 또 1:1로 지도해도 히라가나를 돌아서면 잊어먹기를 반복하며 천진난만한 얼굴로 또 ‘모르겠어요.’를 연발한다. 그렇다고 내가 포기할 수는 없지, 다짐하며 도망가지 못하게 점심시간마다 불러 30분씩 히라가나를 외우게 하고, 간단한 단어로 쪽지 시험을 보며 10번쯤 공부했을 때이다. 사시미, 히로시마, 유카타와 같은 본인이 뜻을 아는 단어를 일부러 골라 반복해 단어 쓰기 시험을 보았더니 어느 순간 읽기도 어려워했던 히라가나들을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평소 감정표현을 잘 못하는 내가 그럴 때마다 “그래~ 맞았어, 잘했어!”를 연발하게 될 정도로 나도 흥분하고 학생들도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글자를 알고 나니 이제 유용한 표현이나 문법들은 일사천리로 따라온다.가르치는 사람이 고비와 같은 어느 순간만 넘겨주면 그 다음에는 스스로의 힘으로 해낼 수 있는데, 그동안 내가 너무 학생들을 일찍 포기했었나 보다. 머리가 안 좋다고 모든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기본만 잡아주면 천천히라도 따라올 수 있는데
– 잠신고, 임○○교사-

‘나무’에게 더 좋은 도움을 주고 싶어 고민할 때 토닥토닥 키다리샘 공문이 내려왔다. 정말 적절한 타이밍이었다. ‘나무’를 비롯해 우리 반의 2명의 친구와 함께 키다리샘반을 구성했다. 키다리샘을 통해 공부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험과 그 안에서 함께하고, 성취하는 즐거운 시간을 나누며 ‘나무’와 의미 있는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했다.전시회를 보러 갈 때도 20년 동안 묵묵히 노력하고 그림을 그려 작가가 된 앨리스 달튼의 전시회를 선택했다. ‘나무’에게 묵묵히 자신의 목표를 가지고 노력하면 꿈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또 원예 힐링 프로그램을 체험하면서 스스로 테라리움 식물을 가꾸고, 자신이 가꾼 식물이 자라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동기부여가 되길 바랬다. 실제로 ‘나무’는 키다리샘에서 하는 스터디 플래너 일지 작성 때 관찰일지도 같이 쓰곤 했다. ‘나무’와 여러 체험 활동을 하고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학교에서는 듣기 힘든 ‘나무’의 속마음과 꿈에 대해 자세히 들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의미 있는 관계가 없으면 의미 있는 학습도 없다.” 막연히 “공부해야 해”가 아닌 ‘나무’는 친구들과 선생님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만의 소소한 동기부여를 찾고, 즐거움을 찾아가고 있다. 나 역시 ‘나무’를 통해 오늘도 교사로서의 사명과 보람, 즐거움을 느끼고 배우며 교사로서 성장하고 있다.
– 마곡하늬중, 육○○ 교사-

<서울시교육청(2021), ‘사랑으로 꽃피는 아이들’ 수록글에서>

결손 보충이 아닌 성장으로의 전환

그 어떠한 정책도 학생과 직접 교류하는 교사가 없다면 성공할 수 없다. 하와이의 카우아이 섬에서 태어난 800여 명의 신생아들을 40년 동안 추적 조사한 종단연구가 있다. 그 중 고아, 범죄자의 자녀 등 가장 열악한 환경에 처한 200여 명을 ‘고위험군’으로 정하고 집중 조사를 한 결과 주목할 만한 사실을 발견했는데, 이 고위험군에 속한 2/3의 아이들은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성적이 부진하며, 성인이 될 즈음 범죄자나 미혼모가 되었지만, 35%인 72명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훌륭한 리더로서 성장해나갔다고 한다.
이런 차이를 만든 것은 단 하나,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아이를 신뢰하고 이해해주는 어른이 적어도 한 명이 있었다고 한다. 아이들이 처하게 된 환경은 자신의 탓이 아니다. 어려운 환경에 처한 아이들에게 그들을 믿어주는 단 한 명의 사람이라도 있다면, 그 사람은 아이들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된다. 가족을 제외하고 이러한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교사이다.
학습부진의 원인은 다양하고, 해법도 다양하지만, 그 가운데 바로 아이를 믿어주는 단 한 명의 사람이 중요하다. 교사가 된다는 것은 바로 이런 아이들도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이는 결코 쉽지 않다. 아이들의 슬픔과 어려움은 교사들에게 그대로 투영되기 때문에 교사도 숱한 좌절과 분노, 실망도 느끼게 된다. 그렇지만 우리가 모든 학생은 각자의 장점과 재능이 있다고 믿고,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아이들은 믿는 만큼 성장할 것이다.
소설 ‘키다리 아저씨’의 고아였던 주디는 후원자가 되어준 ‘키다리 아저씨’와 편지를 통해 교류하면서 멋진 작가로 성장할 수 있었다. 우리 아이들에게 소설 속 ‘키다리 아저씨’와 같이 후원자이자 지지자인 ‘키다리샘’이 되어주실 대한민국의 모든 교사들을 응원한다.

김지영
서울시교육청 장학사

서울시교육청 소속 중등학교 교사로 22년 근무하였으며, 장학사로 전직한 후 성북강북교육지원청에서 학교통합지원센터 업무 및 교수학습개선 업무를 담당하였고, 현재는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초학력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결손 보충이 아닌 성장의 관점으로, 키다리샘

● 글·김지영 서울시교육청 장학사

기초학력에 대한 관심이 높다. 코로나19 이후 학습부진 학생들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코로나 블루 등 정서적 문제도 중첩되면서, 학생들의 학력 하락이 예사롭지 않다는 문제의식에 모두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 역시 코로나19 초기부터 학습격차 해소와 코로나로 인해 특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불리한 환경의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여왔다. 연구에 의하면 코로나19 이전부터도 학습에 어려움을 겪던 학생들의 경우 코로나19 상황에서 더 큰 위험에 직면해 있으며 이들을 위한 특별한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2019년도부터 이들에 대한 정책적 관심을 갖고 꾸준히 예산을 확대하고 있었으며, 코로나19 상황에서 기초학력 부진학생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 시행되었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1학년, 2학년 및 중학교에 전면적으로 협력강사를 지원하여 수업 중 부진 예방을 도모하였고, 학습지원대상 학생의 경우 온라인 수업 기간에도 등교하여 지도할 수 있도록 지침을 안내하였다. 그 외 온라인 대학생 멘토링(랜선야학, 학습서포터즈 등)을 통해 학생들의 학습결손을 보충할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그러나 학생들은 학교에서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감염병의 공포 속에서 생활하면서 여전히 심리적 불안과 학습 결손을 겪고 있었고, 특히 이런 학생들을 위한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있었다. 서울시교육청의 ‘키다리샘’은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탄생하였다.

선생님의 눈빛이 마주쳐야 배움이 일어난다

이 프로젝트를 함께 기획했던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성장한 순간을 기억했다. 교실 속에서 존재감도 없이 조용히 앉아있던 아이에게 눈빛을 건네고, 일대일로 대화를 나누고, 학습의 성공과 작은 성장에도 관심을 기울여줄 때 학생들이 성장한다는 것을 직접 체험했다.
우리는 학습자가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선생님과의 마주침, 특별한 사람과의 만남이 있을 때 배움이 일어난다고 생각했다. 특히 수년 간 학습 실패 경험으로 자존감이 낮고 무기력해있으며,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 뒤에서 말조차 잃어버린 아이들에게는 소규모의 멘토링 형태 지도가 필요했다.
키다리샘은 담임교사 또는 교과담당교사가 학습동기 회복 및 학습보충이 필요한 학생들, 특히 정서적 지원이 필요한 학생들을 모집 또는 선정하여 1~3명과 한 팀을 이루어 20~30회 비교적 장기간 멘토링 활동을 지속하는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 내용은 학생의 필요나 동기를 파악하여 교사가 프로그램 내용을 자율적으로 구성한다. 교과학습 뿐만 아니라, 학습동기 회복을 위한 학습코칭, 독서 지도, 상담, 진로 및 문화 체험 등도 프로그램 안에 포함할 수 있다. 또한 3명 이하의 소규모 지도를 통해 지속적이고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했다. 특히 아이들을 가장 잘 파악하고 지도할 수 있는 담임 교사들이 이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담임교사 중심으로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2021년도 첫 사업이 시작될 때 최대한 많은 시간을 확보하도록 했다. 하루 2시간 이하, 한 학기 최대 30시간의 활동 시간이 주어졌다. 학생들과 대화를 통해 관심사와 흥미를 알아가고, 동기가 낮은 학생들이 스스로 하고 싶은 활동이 무엇인지 최대한 교사가 이끌어낼 수 있도록 했다. 학생과 교사가 알아가기 시간을 통해 라포르를 쌓은 후에는 진로 상담이나 읽기 지도, 학습 코칭 등을 할 수 있도록 도움 자료도 제공했다.
각종 체험활동의 경우 체험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이를 통해 교사와 대화하면서 성찰하는 시간을 꼭 갖도록 했다. 자신의 경험을 언어화하여 의미있는 것으로 만들어야만 비로소 교육적 효과가 발생하는 점을 강조했다.

토닥토닥 키다리샘, 학생과 함께 성장하다

2학기에 갑작스럽게 시작된 활동이었지만, 선생님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위기상태에 놓인 아이들을 보면서 안타까워하던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업무가 늘어나는 것을 감수하고, 심지어 주말이나 방학을 할애해서 학생들과 시간을 보냈다.
서울 중·고등학교에서 2021년에 8,000여 팀, 2022년도에는 9,000여 팀이 결성되었다. 이는 전체 중·고등학교 730여 교에서 평균 10팀 이상 지원했다는 뜻이고, 참여하는 학생도 20,000명이 넘었다.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어주어서 고맙다고 한 교장선생님께서 전화를 주시기도 했다. 교장선생님은 학교 곳곳에서 선생님과 학생이 모여서 대화를 나누고 공부도 하는 모습을 보시면서 본인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교육의 모습을 발견했다고 하셨다.
학생들의 만족도는 더욱 높았다. 연말에 이루어진 설문조사에서 총 2,898명의 학생이 응답했는데, 그 중 매우 만족 2,203명(76%), 만족 511명(17.6%)으로 만족 이상이 93.6%였다. 건의사항을 묻는 서술형 답안에는 선생님에 대한 감사와 긍정의 메시지가 꽉 차 있었다. 그 중 몇 개만 인용해보면 다음과 같다.

– 친구들과 선생님과 함께 공부해서 좋았다. 학교 수업은 단체로 해서 내가 모르는 것을 세세하게 알려주지 못해 아쉬웠는데, 이것은모르는 부분도 세세하게 알 수 있어 좋았다.
– 그동안 키다리샘 하면서 선생님과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며 깨달은 바도 매우 많았지만, 이런 특권을 내가 아닌 다른 친구들이 누릴 수 없다는 점에서 미안함을 느껴서 내년에는 나 말고 더 많은학생들이 키다리샘을 즐길 수 있고 선생님과 많은 추억을 나누어좋은 경험을 해보면 좋겠고, 선생님 너무너무 감사했고 행복하고좋았습니다!
– 선생님이 먼저 손 내밀어 도와주시고, 같이 열심히 나아가보자 하는 마음이 느껴져서 포기하지 않고 계속 나아갈 수 있었고, ‘혼자가아니라 날 응원해주고 날 진심으로 위해주는 사람이 있구나’라는생각에 정말 감사하고 소중했던 시간을 보냈다. 이런 기회가 나한테 와서 정말 귀중했고 감사한 하루하루였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다가가야겠다는 마음이 커졌다.
– 선생님은 학교와 연관되어 생각되는 조금 먼 존재였는데 이번 활동을 계기로 좀 더 가까워진 것 같아 좋았다. 다만 1~2주에 한번 정도 만나는 게 아닌 2~3주에 한번이 더 적당할 것 같다. 뭔가 자주만나면 선생님이 나 때문에 시간을 많이 뺏기는 듯해 좀 죄송해서….
– 지금까지 학교 다니면서 제일 만족스러운 해였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관심에 감동했고, 그것만으로도 학교생활에 큰 행복을 느꼈다. 또한 키다리샘 프로그램의 장점인 다양한 활동 때문에 학생 개개인의 필요나 관심에 맞는 활동이 가능했다. 베이커리나 가죽공예 등 만들기 활동이나, 문화체험, 악기 배우기, 체육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했으며, 친구들과 선생님과 함께했기 때문에 더욱 의미 있게 느꼈다.
설문조사에서 키다리샘 활동에 참여해서 좋았던 점에 대해 전체의 64.6%인 1,875명이 ‘선생님과 가까워지고 친해져서 좋았다’라고 답변하였다. 그리고 ‘많은 것을 배우고 체험할 수 있어서 좋았다’에 대해서는 1,708명(58.9%)이, ‘선생님이 관심을 가져준다는 것이 좋았다’에 대해서는 971명(33.5%)이, ‘학습면에서 크게 성장한 것 같아서 좋았다’에 대해서는 826명(28.5%)이 키다리 샘 활동의 좋았던 점이라고 응답하였다.
2021년도의 성공적 운영 덕분에 2022년도에는 더욱 많은 선생님들의 관심을 받게 되었고, 올해에는 작년도보다 팀수가 더 늘어나게 되었다. 학교 안팎에서 키다리샘이 매우 효과적이라는 칭찬도 많이 듣게 되었고, 2021년도에는 서울시교육청에서 적극행정 우수상을, 2022년도에는 교육부 적극행정 우수상을 받게 되었다.

교사도 성공 경험이 필요하다

그러나 가장 보람 있는 것은 교사들이 성공 경험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 동안 학습부진학생을 지도하면서 늘 실패를 경험했다. 방과 후에 억지로 학생들을 끌어 앉히고 학습을 시켜보아도 학생들은 더디게 성장했고, 학생들은 억지로 하는 수업에 기꺼워하지 않았다. 차츰차츰 결석이 많아지고 학생들이 오지 않는 방과후교실에서 교사는 무력감과 자괴감을 느낀다. 우리 교사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아, 학생들이 성장하고 있구나! 변화하고 있구나!’ 하는 성공경험이다.
이는 학생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가뜩이나 학습에 자신이 없는 아이들은 자신을 답답한 눈빛으로 바라보거나 변화하지 않는 성적에 한숨을 쉬는 교사 앞에서 한없이 주눅 들고 죄스럽다. 키다리샘 활동 소감에도 선생님의 관심이 부담스럽다거나, 선생님이 자신에게 시간을 쓰는 게 죄송하다는 표현이 여러 번 나온다.
이런 실패 경험으로는 성장이 이루어질 수 없다. 우리의 뇌는 실패가 반복되면 무기력함에 빠지기 쉽다. 그래서 특히 학습지원대상 학생에 대한 지도는 긍정의 언어와 성공의 경험이 넘쳐나야 한다. 이들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성장에 대한 믿음이 깔려 있어야만 이 아이들도 조금씩 성장할 수 있다. 키다리샘은 그 동안 여러 아이들 속에서 부족하게만 보였던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개성과 장점을 발견하고, 이들의 가능성을 믿어줌으로써 스스로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인생의 멘토이자, 학습 코치들이며, 이들의 성공 경험은 다른 선생님들에게도 충분한 자극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021년도가 끝나갈 무렵 선생님들에게 ‘학습성장스토리’를 써달라고 말씀드렸다. 공모전 형식으로 진행되었는데 무려 100명이 넘는 선생님들이 자신과 학생의 성장 스토리를 보내주셨다. 그 중 절반 가까이가 키다리샘과 관련된 사례였다. 선생님들에게 학생들의 성장은 그 자체가 큰 보상이자 감동이었다. 그 이야기들을 읽고 편집하면서 검토진들은 수없이 웃고 울었다.

학생들과 여러 시간을 보내면서 두터운 신뢰가 형성되는 것을 느끼고 그 신뢰 속에서 학생들은 물론 교사 역시 성장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함께 키다리샘을 자처한 교사들끼리 효과적이었던 ‘비밀작전’들을 고민하고 추천하면서 협력적인 학교 문화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던 질문카드나 학습전략검사도 다른 키다리샘과 상담교사의 추천으로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의 입장에서 어떤 활동이 효과적일지 고민하는 과정이 익숙해지고, 그것을 서로 추천하고 받아들이면서 교사들도 성장하고 있음이 느껴집니다. 키다리샘을 시작하고 학생들이 먼저 고민을 털어놓을 때, 하고 싶은 활동을 앞다퉈 이야기할 때, 함께하는 친구들과 점점 친해지는 게 보일 때, 활동 후에 오늘 하루 정말 재밌었다고 감사 문자를 보내올 때 뿌듯함과 벅차오름을 느낍니다. 키다리샘을 통해 깨달은 점이 있습니다.
학생들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성장하고, 교사는 학생들에게 그 다양한 경험을 제공해줄 수 있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요즘처럼 학교의 역할이 제한적일 때 ‘토닥토닥 키다리샘’과 같은 서울교육정책을 활용하여 학생들에게 성장할 기회를 줄 수 있어 다행입니다. 이처럼 학생들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교육정책들이 지속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녹천중학교 강○○ 교사-

그러던 중에 키다리 샘을 접하게 되면서 ‘나도 특별 수업이 의무가 되면 포기하지 않고 끝장을 볼 때까지 해 보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어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었다. <중략> 자발적으로 찾아온 학생들이지만 시작하자 또 1:1로 지도해도 히라가나를 돌아서면 잊어먹기를 반복하며 천진난만한 얼굴로 또 ‘모르겠어요.’를 연발한다. 그렇다고 내가 포기할 수는 없지, 다짐하며 도망가지 못하게 점심시간마다 불러 30분씩 히라가나를 외우게 하고, 간단한 단어로 쪽지 시험을 보며 10번쯤 공부했을 때이다. 사시미, 히로시마, 유카타와 같은 본인이 뜻을 아는 단어를 일부러 골라 반복해 단어 쓰기 시험을 보았더니 어느 순간 읽기도 어려워했던 히라가나들을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평소 감정표현을 잘 못하는 내가 그럴 때마다 “그래~ 맞았어, 잘했어!”를 연발하게 될 정도로 나도 흥분하고 학생들도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글자를 알고 나니 이제 유용한 표현이나 문법들은 일사천리로 따라온다.가르치는 사람이 고비와 같은 어느 순간만 넘겨주면 그 다음에는 스스로의 힘으로 해낼 수 있는데, 그동안 내가 너무 학생들을 일찍 포기했었나 보다. 머리가 안 좋다고 모든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기본만 잡아주면 천천히라도 따라올 수 있는데
– 잠신고, 임○○교사-

‘나무’에게 더 좋은 도움을 주고 싶어 고민할 때 토닥토닥 키다리샘 공문이 내려왔다. 정말 적절한 타이밍이었다. ‘나무’를 비롯해 우리 반의 2명의 친구와 함께 키다리샘반을 구성했다. 키다리샘을 통해 공부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험과 그 안에서 함께하고, 성취하는 즐거운 시간을 나누며 ‘나무’와 의미 있는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했다.전시회를 보러 갈 때도 20년 동안 묵묵히 노력하고 그림을 그려 작가가 된 앨리스 달튼의 전시회를 선택했다. ‘나무’에게 묵묵히 자신의 목표를 가지고 노력하면 꿈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또 원예 힐링 프로그램을 체험하면서 스스로 테라리움 식물을 가꾸고, 자신이 가꾼 식물이 자라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동기부여가 되길 바랬다. 실제로 ‘나무’는 키다리샘에서 하는 스터디 플래너 일지 작성 때 관찰일지도 같이 쓰곤 했다. ‘나무’와 여러 체험 활동을 하고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학교에서는 듣기 힘든 ‘나무’의 속마음과 꿈에 대해 자세히 들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의미 있는 관계가 없으면 의미 있는 학습도 없다.” 막연히 “공부해야 해”가 아닌 ‘나무’는 친구들과 선생님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만의 소소한 동기부여를 찾고, 즐거움을 찾아가고 있다. 나 역시 ‘나무’를 통해 오늘도 교사로서의 사명과 보람, 즐거움을 느끼고 배우며 교사로서 성장하고 있다.
– 마곡하늬중, 육○○ 교사-

<서울시교육청(2021), ‘사랑으로 꽃피는 아이들’ 수록글에서>

결손 보충이 아닌 성장으로의 전환

그 어떠한 정책도 학생과 직접 교류하는 교사가 없다면 성공할 수 없다. 하와이의 카우아이 섬에서 태어난 800여 명의 신생아들을 40년 동안 추적 조사한 종단연구가 있다. 그 중 고아, 범죄자의 자녀 등 가장 열악한 환경에 처한 200여 명을 ‘고위험군’으로 정하고 집중 조사를 한 결과 주목할 만한 사실을 발견했는데, 이 고위험군에 속한 2/3의 아이들은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성적이 부진하며, 성인이 될 즈음 범죄자나 미혼모가 되었지만, 35%인 72명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훌륭한 리더로서 성장해나갔다고 한다.
이런 차이를 만든 것은 단 하나,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아이를 신뢰하고 이해해주는 어른이 적어도 한 명이 있었다고 한다. 아이들이 처하게 된 환경은 자신의 탓이 아니다. 어려운 환경에 처한 아이들에게 그들을 믿어주는 단 한 명의 사람이라도 있다면, 그 사람은 아이들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된다. 가족을 제외하고 이러한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교사이다.
학습부진의 원인은 다양하고, 해법도 다양하지만, 그 가운데 바로 아이를 믿어주는 단 한 명의 사람이 중요하다. 교사가 된다는 것은 바로 이런 아이들도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이는 결코 쉽지 않다. 아이들의 슬픔과 어려움은 교사들에게 그대로 투영되기 때문에 교사도 숱한 좌절과 분노, 실망도 느끼게 된다. 그렇지만 우리가 모든 학생은 각자의 장점과 재능이 있다고 믿고,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아이들은 믿는 만큼 성장할 것이다.
소설 ‘키다리 아저씨’의 고아였던 주디는 후원자가 되어준 ‘키다리 아저씨’와 편지를 통해 교류하면서 멋진 작가로 성장할 수 있었다. 우리 아이들에게 소설 속 ‘키다리 아저씨’와 같이 후원자이자 지지자인 ‘키다리샘’이 되어주실 대한민국의 모든 교사들을 응원한다.

김지영
서울시교육청 장학사

서울시교육청 소속 중등학교 교사로 22년 근무하였으며, 장학사로 전직한 후 성북강북교육지원청에서 학교통합지원센터 업무 및 교수학습개선 업무를 담당하였고, 현재는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초학력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