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지상의 별처럼>
‘다름’이 ‘특별함’으로 변하는
마법 같은 순간

글. 김희성 칼럼리스트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은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모두 다른 존재다. 하지만우리 사회는 기준선을 그어놓고, 그 안에 들어가지 못한 ‘다름’을 ‘틀림’이란 말로 쉽게 바꿔쓰곤 한다. 틀림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고, 자신 안의 빛나는 별을 발견하는 것. <지상의 별처럼>은 그 소중한 교육의 가치를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지상의 별처럼>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인도 영화인 <세 얼간이>를 만든 감독 겸 배우 아미르 칸의 감독 데뷔작이다. 그는 감독이자 이샨의 선생님 니쿰부를 맡아 열연했으며, 인도의 대표 영화상 ‘필름페어(Filmfare)’에서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무려 5개 부문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상상을 뛰어넘는 인도의 교육열

이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인도의 교육열에 대해 짚어봐야한다. 한국도 따라갈 수 없다는 인도 교육열의 원인은 엄격한 신분제도인 카스트제도에 있다. 카스트제도는 이미 70년 전에 폐지됐지만, 여전히 인도 사회에는 낮은 계급에 대한 차별이 일어나고 있다. 세계적인 대재벌과 전기도 쓸 수 없는 극빈층, 왕족과 신분제에도 속하지 못한 불가촉천민이 함께 살아가는 인도. 이렇게 극단적인 환경 속에서 서민들의 희망은 교육밖에 없다. 그 결과, IT의 상징인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는 ‘인도인이 없으면 실리콘밸리가 돌아가지 않는다.’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좋은 직장에 취직시키기 위해 아이들을 다그치는 인도에서 공부에는 관심 없고, 혼자만의 세상에 빠진 여덟 살 꼬마 이샨의 삶은 어떻게 펼쳐질까?

이해받지 못한 문제아의 성장통

1등을 강조하는 아버지를 닮아 늘 1등만 하는 형 요한과 달리,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고 풍부한 감성을 가진 이샨. 하지만 문제에 직면하면 장난만 치는 이샨은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사고만 치는 문제아일 뿐이다. 그렇게 선생님과 학생들에게도 늘 무시당하던 이샨은 결국 아버지의 손에 끌려 엄격하고 강압적인 기숙학교로 가게 된다. 야생마도 훈련할 수 있다고 자부하는 기숙학교에서도 이샨은 적응하지 못한다.
창의력과 상상력 대신 주입식 교육을 강요하는 분위기에 이샨은 급격히 의기소침해진다. 가족과 떨어진 외로움에 더해 모두에게 문제아 취급을 받는 이샨은 누구와도 소통하지 못하고 마음의 문을 닫는다. 이 기숙학교에서 늘 반짝반짝하던 자신의 빛을 잃어버린다.

니쿰부 선생님과 이샨의 공통점

새로 온 미술 선생님 니쿰부는 피에로 분장을 하고 나타나 피리를 불고, 노래를 부르며 아이들과 쉽게 하나가 된다.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질문을 하며 창의력을 키우는 수업을 진행하는 니쿰부. 하지만 마음의 문을 닫은 이샨은 좋아하는 미술 수업에도 참여하지 않는다.
모든 선생님이 포기한 이샨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니쿰부. 그는 이샨의 실수에서 패턴을 발견하고, 이샨이 난독증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수업 중에 니쿰부는 난독증 이야기를 꺼내고, 이샨은 제 얘기인 줄 알고 두려워한다. 하지만 니쿰부는 아인슈타인, 레오나르도 다빈치, 에디슨, 피카소, 월트 디즈니, 아가사 크리스티도 난독증을 앓았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는 이샨에게 자신도 난독증을 앓았다고 밝힌다. 이샨은 그의 도움으로 글자를 인식하고, 수업에도 적응한다.

다름을 특별함으로 만드는 교육

니쿰부는 이샨의 난독증을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는 ‘특별한 재능’으로 바라봤다. 난독증이라는 게 알려질까 무서웠던 이샨은 이내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다시 바라보고 성취감을 느끼게 된다. 이후 니쿰부는 기숙학교의 모든 선생님과 학생을 대상으로 미술대회를 열고, 친구들과 전혀 다른 그림을 그린 이샨과 그런 이샨을 그린 니쿰부는 공동 우승을 차지한다. 두 사람은 자신의 다름을 특별함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 영화는 개개인의 특별한 재능을 뒤로하고 모두가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경쟁과 입시 교육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인도의 교육 폐해를 날카롭게 풍자한다. 획일화된 교육은 모든 아이가 가진 빛을 가리고 같은 곳만 바라보게 한다. 아이들의 개성과 재능을 살리는 교육이야말로 아이의 특별함을 가장 빛나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