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꿀벌로
달콤한 꿈을 키우는

인천하늘고등학교 양봉동아리

글. 정혜영 | 사진·인천하늘고등학교

꿀벌은 인류 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곤충이다. 하지만 기후위기로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
꿀벌이 멸종한다면 인류도 같은 길을 간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전국에서 약 60억~78억 마리의 꿀벌이 사라지면서 환경부 등 정부에서 ‘꿀벌 살리기’에 나섰다. 인천하늘고등학교 양봉동아리도 학교 내에서 직접 양봉을 체험하며 자연과 생태계를 배우고 꿀벌 살리기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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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 살리기 환경 운동에 동참

인천하늘고등학교는 지난해 개교 10주년을 기념해 학교에서 학생들이 직접 꿀벌을 키우기 시작해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2월 중순부터 벌통 10통(1통 당 2만 마리), 약 20만 마리의 꿀벌로 시작해 개체 수를 늘려 8월 초에는 26개 벌통이 됐고 꿀 생산량도 높았다. 인천하늘고등학교 양봉동아리(이하 양봉동아리)는 “꿀벌 살리기 운동을 하고 계시는 분들에게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양봉을 하며 얻은 수익금 200만원을 기업과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는 독립 단체인 그린피스에 기부했다.
평소 교장 선생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에 관심을 갖고 있었고, 학생들에게도 환경운동과 영향을 미치고 있는 양봉에 대한 특강을 진행하기 위해 전문가를 초대했다. 특강을 위해 찾은 양봉전문가 박병조 씨는 “학교 주변의 밀원(蜜源)이 너무 좋아 이곳에서 양봉을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학교에서도 “학생들의 환경 보호 의식향상을 위한 특화 활동으로 양봉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 2021년부터 양봉동아리 운영을 시작했다.
양봉을 처음 시작한 지난해에는 박병조 씨의 도제식 교육으로 큰 틀을 잡았고, 올해는 강화도 양봉협회 황승기 회장의 교육을 바탕으로 꿈열정지원부 부장인 천도현 교사, 기획에 이예은 교사, 유재원 교사, 김승우 교사와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운영했다. 체계적인 양봉 교육 덕분에 학생이나 교사 모두 이제는 양봉에 대해서는 준전문가 이상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꿈열정지원부 천도현 교사는 전한다.
“양봉을 시작한 첫해에는 시행착오가 많았습니다. 양봉업이 체계화되어 있지 않았고, 상황에 따라 방법이 달라져 정답이 없었습니다. 여왕벌과 꿀벌이 벌통에서 도망가 다시 벌통으로 유인하기 위해 나무에 올라간 적도 있습니다. 시시각각 배운 것과 다른 어려움이 발생했습니다. 그래서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우리만의 양봉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인천하늘고등학교만의 양봉을 펼친 결과, 첫 해에는 생각보다 많은 꿀을 채취했고, 두 번째 해에는 기후 영향으로 꿀 생산량이 많지 않았다. 적게 생산된 꿀을 많은 이들과 나누기 위해 학생들은 꿀을 이용한 쿠키, 아이스크림 등을 직접 만들었다.

자연과 꿀벌을 사랑하는 학생으로 선발

양봉동아리가 신설된 첫해에 동아리의 인기는 학생들 사이에서 대단했다. 많은 학생들이 지원했고, 최종 3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1학년 10명, 2학년 15명으로 총 25명이 선발됐다. 천 교사는 “대부분 사람들이 꿀벌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기에 지원하는 학생이 있을까하는 걱정이 있었다.”며 “예상과 달리 많은 학생이 지원했다.” 고 말했다. 담당 교사는 학생들의 동아리 지원서를 더욱 꼼꼼히 체크했고, 자연을 사랑하고 꿀벌을 가장 잘 키울 수 있는 학생을 기준으로 삼고 선발했다.
동아리 입회 낙방의 고배를 마시고 두 번째 해에 합격한 이채민 학생은 “처음에는 무서웠지만 이제는 꿀벌이 생태계에 중요한 일부로 작용하고 있는 것을 알고 더욱 탐구하게 됐다.”고 전했다.
유수연 학생은 “꿀벌에 대한 관심보다는 생명과학 중 생태계를 좋아해서 지원하게 됐다.”며 “고등학교에서 다양한 활동을 해보고 싶었고, 관심사가 비슷한 학생들과 공부하고 탐구하는 시간이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세은 학생은 “이제는 꿀벌을 보고 있으면 마음의 안정이 되고 힐링이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1학기에는 ‘봄벌 깨우기’부터 ‘채밀군 형성(꿀벌 키우기)’ ‘채밀 작업(꿀따기)’까지 진행된다. 양봉에 대해 궁금한 부분이 있다면 개인 또는 팀별로 추가적인 탐구 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2학기에는 1학기 동안 진행된 활동을 바탕으로 탐구활동 보고서를 작성하며 회원들과 함께 공유한다. 그 결과, 지난해에는 ‘2021 한화 사이언스 챌린지’에 참여해 최종 금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과학적 탐구와 수확의 즐거움 함께 누려

학생들은 꿀벌을 키우며 ‘꿀’만 얻었던 것은 아니다. 생명을 기르고 관찰하며 과학적 탐구심을 함양할 수 있었다. 꿀벌이라는 곤충과 교감을 통한 경험, 주변 자연과 밀원에 대한 관심, 채밀하며 얻게 되는 수확의 기쁨과 나눔의 즐거움을 다 같이 누렸다.
동아리 회원들은 팀별로 매일 벌통 주변을 청소했고 꿀벌의 상태를 관찰했다. 귀찮고 힘든 활동이라고 할 수 있지만 김세은 학생은 “꿀벌이라는 낯선 생명체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관찰하고 관리하는 과정에서 학교생활의 스트레스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꿀벌에 관심 있는 학생을 선발했기 때문인지 “공부에 방해된다.”는 이야기는 한 번도 듣지 못했다고 담당 선생님들은 말한다. 동아리 활동으로 학내 구성원 모두가 꿀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무서운 존재가 아닌 우호적인 상생 관계로 인식이 변화했다. 또한 지난해 대비 생명과학 과목에 대한 관심도 더욱 높아졌으며 수의학과, 식물병리학 등 관련 분야에 지원하는 학생들이 많아져 진로 설정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자연과 호흡하며 교내에서 꿀벌 키우기

동아리 활동으로 인해 학교 구성원 모두가 주변 꽃과 나무 등 자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천 교사는 말했다.
“학교 개교 이래 늘 같은 자리에서 피던 꽃들이지만 새롭게 보게 되었습니다. 꿀벌이 어떤 꽃을 좋아하는지, 그 꽃은 언제 피는지 등 학내 주변 환경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양봉을 시작한 첫해에 양봉장은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학내 공간에 있었지만 두번째 해에는 꿀벌에 대한 친밀도가 높아짐에 따라 학생과 교사 모두가 즐겨 찾는 산책로 중간에 놓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학교 구성원의 대화 주제에 자연스럽게 꿀벌이 녹아들었고, 모두가 꿀벌과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첫해는 교사나 학생 모두가 좌충우돌 배워가는 과정이었다. 2년차인 올해는 안정기에 접어들어서 시기별로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할 수 있게 됐다. 아이를 양육함에 있어 먹이는 게 중요하듯, 꿀벌도 어떤 꽃의 꿀을 물어오게 하는지가 중요하다. 이에 양봉동아리는 영종도 내 꿀벌의 먹거리 즉, 밀원에 대한 조사와 탐구 활동도 진행할 예정이다.
천 교사는 “앞으로 동아리는 영종도 지역의 숲을 관리하는 분들로부터 ‘숲과 나무’에 관한 설명을 듣고 공부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ESG 사업의 일환으로 양봉에 관심이 많은 한화 기업에 협조를 요청해 스마트양봉을 우리 학교에도 실시 할 수 있도록 검토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