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 큰 걸음
메소포타미아 문명
<메소포타미아, 저 기록의 땅>은 메소포타미아 문화유산을 선보이는 국내 최초 상설전시로, 세계적인 메소포타미아 소장품을 보유한 미국의 메트로폴리탄박물관과 공동 기획하여 국내에서는 물론 국외에서도 직접 보기 어려운 메소포타미아 문화유산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 전시는 무료이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2024년 1월 28일까지 1년 6개월간 열린다.
● 글. 정보경 문화칼럼리스트
• 전시명 – 메소포타미아, 저 기록의 땅
• 전시장소 – 국립중앙박물관
• 전시기간 – 2022. 7. 22. ~ 2024. 1. 28.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지금의 이라크가 있는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사이의 비옥한 지대에 자리했다. 기원전 3400~3000년 무렵 최초의 도시들이 탄생하였고, 쐐기문자를 발명해 인류 최초로 문자를 사용하여 기록을 남겼다. 문자의 발명은 문명이 발전하는 과정에 중요한 전환점으로 당시의 철학과 과학을 후대에 전하여 인류문명이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였고 현대 사회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남겼다. 전시는 ‘문화 혁신’, ‘예술과 정체성’, ‘제국의 정체성’ 총 3부로 구성되어 있고, 문자, 인장, 종교, 초상미술 등의 문화유산 66점을 통해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주요 성취를 소개한다.
#1 대표적인 문화 혁신, 쐐기문자
1부 ‘문화 혁신’에서는 메소포타미아의 대표적인 문화 혁신인 쐐기문자를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유물을 소개한다. 노동이 분업화되고 생산력이 늘면서 도시 공동체가 생겨났다. 신전을 중심으로 생산물이 모이고 재분배가 되는 경제 활동이 생겼고, 교역과 거래가 이루어졌다. 문자로 교역과 거래의 내용을 기록하였으며, 추상적인 개념을 발전시키고 주변 세계에 대한 지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나갔다. 문자 창안과 비슷한 시기에 원통형 인장도 발명되었다. 인장은 행정의 목적뿐만 아니라 장신구처럼 착용하거나 부적처럼 몸에 지니기도 했다. 인장에 새겨진 도안과 글을 통해 실제 신전에서 숭배가 행해졌던 모습 등 그 시대의 다양한 모습을 그려볼 수 있다.
#2 예술과 정체성, 개인의 정체성을 표현
2부 ‘예술과 정체성’에서는 개인의 정체성을 다양하게 표현한 메소포타미아 예술을 볼 수 있다. 장신구나 부적으로 사용된 인장에는 소지자가 섬기는 신과 글을 도안에 넣어 정체성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쓰였다. 메소포타미아의 인물상은 이상적인 속성을 조합하거나, 약속된 표현과 엄격한 양식적 전통을 따랐기 때문에,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릴 수 있는 명문을 새겨 넣어 자신을 드러냈다.
“메소포타미아 사람들은 철저히 관찰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모든 것을요. 그들은 관찰할 뿐 아니라 기록도 했지요. 그들이 지닌, 세상과 우주를 이해하고자 하는 집요함과 그 안에서 자신들의 위치를 찾아가고자 하는 노력은 엄청난 혁신으로 이어졌습니다. 그중 하나가 문자입니다. 개념화할 줄 아는 능력, 추상적으로 생각하고 그것을 적음으로써 구체화할 줄 아는 능력을 우리는 너무 당연하게 여깁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런 능력을 매일 쓸 수 있는 것은 메소포타미아나 다른 문명에서 사람들이 그것을 발명했기 때문이지요. ”
– 메트로폴리탄박물관 고대근동미술부의 킴 벤젤 (Kim Benzel) 인터뷰 영상中
#3 제국의 시대, 신-앗슈르 제국과 신-바빌리 제국
3부 ‘제국의 시대’에서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대표하는 두 제국인 신-앗슈르 제국(기원전 약 911~612년)과 신-바빌리 제국(기원전 약 626~539년)의 대표적인 예술을 다루었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후반기에 등장한 두 제국은 정복 전쟁과 강력한 통치력 못지않게 왕성한 예술 활동으로 큰 족적을 남겼다. 메소포타미아 건축을 통틀어 가장 잘 알려진 아쉬타르 문 행렬 길을 장식했던 <사자 벽돌 패널>을 전시에서 볼 수 있다. 벽돌은 메소포타미아 건축에 가장 중요한 재료로 창세 신화에서 인간의 창조에 사용된 재료인 충적토로 벽돌을 만들어 벽돌 제작을 창조 그 자체로 여기기도 했다. 수천 년 전통의 벽돌 제작 기술로 바빌리는 당시 세계가 경탄할 만한 건축물을 세웠다. 전시의 마지막은 메소포타미아 문명 성취의 바탕에는 소박한 벽돌 한 장이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끝맺는다.
이집트 문명과 같은 다른 고대 문명에 비해 크게 조명 받지 못한 메소포타미아 문화유산을 만날 수 있는 이번 전시가 인류 역사에 큰 걸음이었던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문화적 혁신과 뛰어난 기술, 그리고 그들이 남긴 생각을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메소포타미아 유산은 고대에만 머문 것이 아니라 현대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 틀이 되고 기술의 기원이 되었다는 사실을 이 전시를 보며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 (상) 전시 포스터 (하) 전시사자 벽돌 패널
▲ 메소포타미아전시 전경
▲ 미디어큐브로 보는 쐐기문자
▲ 인장 찍는 법을 알려주는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