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교육과정과
세계시민교육

글·임현묵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장

유엔에서 살펴본 세계 교육 동향

얼마 전 9월 19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교육 변혁’을 주제로 특별정상회의가 열렸다. 유엔이 교육을 주제로 각국 정상을 불러모아 특별회의를 열기는 수십 년 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이번 회의는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복합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데에 있어 교육의 역할이 더없이 중요하고, 교육이 그런 역할을 제대로 감당해 내려면 교육 전반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변혁(Transforming Education)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회의 결과물로 나온 유엔 사무총장의 비전 선언문은 개인과 사회가 현재를 재조직하고 미래를 더 정의롭고 지속가능하며 평화롭게 만들어 나가는 데 필요한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과거의 교육 모델을 벗어나 교육의 목적과 내용을 재고하고 새롭게 상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핵심이 바로 변혁 교육(transformative education)이며, 그 실행을 위한 주요 과제 중 하나가 ‘더불어 살기 학습(Learn to live together)’을 강화하는 것이다. 지정학적 긴장 고조, 사회적 신뢰 약화, 왜곡 날조 정보 확산, 민주주의 후퇴, 기후위기 악화 등에 직면한 오늘날 우리에게 교육은 다른 사람들뿐만 아니라 자연과도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1)

21세기 교육 화두, 변혁 교육

유엔 교육 정상회의에서 강조한 변혁 교육의 필요성은 수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온 것이다. 일례로 유네스코가 최근 발간한 《교육의 미래》 보고서는 오늘날 우리가 지속가능하지 않은 사회 경제 체제 속에서 살고 있고, 이 체제가 인류와 지구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과감한 교육 변혁을 요구한다.
교육 변혁의 과제로 우선 교육이 전지구적 공동선임을 확실히 하여 국내에서나 국제적으로나 교육 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학교를 포함한 모든 교육 기관을 경쟁의 장소가 아니라 포용의 장소로 만들어야 한다.
나아가 교육과정은 기본 지식과 더불어 창의성이나 참여 같은 다양한 능력을 길러주어야 한다. 지역사회 참여형, 문제기반, 프로젝트 기반 학습법을 통해 현실의 문제를 탐구할 수 있도록 해주는 학제적 접근을 강화해야 한다. 이러한 교육과정 변혁으로 모든 학습자가 오늘날 세계의 상호의존성, 불평등, 불균형을 더 잘 이해하고 대처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2)
이러한 변혁 교육의 중요성은 OECD 교육 2030 프로젝트에서도 강조된 바 있다. 미래사회 핵심역량에 초점을 맞춘 이 프로젝트에서 주목한 것이 바로 변혁 역량이다. 변혁 역량은 전통적인 교육과정에서 중시해온 지식이나 실행 능력을 바탕으로, 급변하는 미래사회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갈등과 딜레마 가운데 조화를 추구하며, 책임 있게 행동할 수 있는 역량으로 규정된다. 이러한 변혁 역량은 학생의 행위주체성과 동료, 교사, 학부모, 지역사회와의 공동 행위주체성으로 연결된다.


1) 유엔 사무총장 비전 선언문은 유엔 교육 변혁 정상회의 홈페이지에 실려 있고, 이 홈페이지는 Transforming Education Summit으로 검색하면 찾을 수 있다.
2) 유네스코 교육의 미래 보고서 영어본은 https://en.unesco.org/futuresofeducation/에서 한국어본은 유네스코한국위원회 홈페이지(www.unesco.or.kr) 자료실에서 찾아볼 수 있다.

변혁 교육의 구체화

변혁 교육의 구체적 사례로 지속가능발전교육과 세계시민교육을 들 수 있다. 지속가능발전교육은 기후환경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이를 유발한 지속가능하지 않은 사회경제 체제를 바꿔나가는 데 필요한 역량을 키워주는 데에 초점을 맞춘다.
세계시민교육은 인류공동체 의식, 다양성 존중, 소통과 공감, 연대와 협력 등을 바탕으로, 서로 맞물려 있는 지역, 국가, 지구 차원의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이고 책임감 있게 행동할 수 있도록 세계시민 역량을 길러주는 데에 초점을 맞춘다.
양자는 모두 학습자 자신과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변혁 교육의 대표적 사례로서, 서로 겹치는 부분이 상당히 있지만, 기본적으로 상호보완하는 관계다. 지속가능발전교육에서 세계시민성 함양은 필수적이고, 세계시민교육에서 지속가능발전이라는 주제는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세계시민교육과 한국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우리는 세계시민의 연대와 협력이 얼마나 소중한지 뼈저리게 경험했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서도 세계시민의 연대와 협력은 절실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보여준 지정학적 긴장과 갈등의 위험은 유럽뿐만 아니라 동아시아를 비롯한 모든 지역에서 평화의 가치를 다시금 되새기게 만들고 있다.
게다가 에너지, 식량, 난민 등을 둘러싼 자국중심주의도 심상치 않은 이때, 우리는 모두 서로 연결되어 있고 서로 의존하며 살아가는 지구공동체의 일원임을 자각하고 전쟁과 폭력을 반대하며 갈등을 상호이해와 대화로 풀어나가고자 하는 태도와 행동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인류공동체 의식속에서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연대와 협력으로 변화를 만들어가는 세계시민 역량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한국의 입장에서 세계시민교육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2015년 인천에서 열린 세계교육포럼에서 한국의 주도로 세계시민교육이 국제사회의 주요 의제로 채택되었기 때문이다. 한국이 그런 역할을 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한국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인류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하는 것을 교육의 목적으로 삼아 왔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이념은 오랫동안 현실과는 무관한 허상 또는 미사여구에 불과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는 나라에서 다른 나라를 도와주는 나라로 발돋움한 한국은 이제 홍익인간의 교육 이념을 명실상부하게 실행할 수 있는 역량과 여건을 갖추고 있으며, 실제로 2015년 이후 한국은 세계시민교육은 꾸준히 실천하고 있으며 다른 나라의 세계시민교육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지난 9월 19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교육 변혁 정상회의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교육과정 속 세계시민교육

그동안 한국의 국가 교육과정에서 세계시민교육 요소는 꾸준히 강조되어 왔다.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인간상에 “세계와 소통하는 시민”이 포함되어 있었고, 2015 개정 교육과정은 이를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세계와 소통하는 민주 시민”으로 표현했다. 특히 역량 중심 교육을 지향한 2015 개정 교육과정은 핵심역량 중 하나로 “지역·국가·세계 공동체의 구성원에게 요구되는 가치와 태도를 가지고 공동체 발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공동체 역량”을 제시하여, 세계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데에 필요한 세계시민 역량이 중요함을 시사했다.
또한 학교급별 교육목표에서도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고등학교 교육목표로 “세계 시민으로서의 자질을 함양하는 데 중점을 둔다”고 제시하면서 “더불어 살아가며 협동하는 세계 시민으로서의 자질과 태도를 기른다”는 항목을 포함했다. 이 점에서 2015 개정 교육과정도 약간의 표현을 달리했을 뿐 기본 취지는 동일했다. 고등학교 교육목표로 “세계와 소통하는 민주 시민으로서의 자질을 함양하는 데에 중점을 둔다”고 하고, 세부항목에서도 “세계와 소통하는 민주 시민으로서의 자질과 태도를 기른다”는 표현을 썼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이런 내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발표된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총론 시안은 추구하는 인간상에서 “세계와 소통하는 민주 시민”이라는 표현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고, 학교급별 교육목표에서도 고등학교 교육목표에서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표현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다만, 핵심역량에서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의 공동체 역량을 좀 더 구체화하여 “지역·국가·세계 공동체의 구성원에게 요구되는 개방적·포용적 가치와 태도로 지속 가능한 인류 공동체 발전에 적극적이고 책임감 있게 참여하는 공동체 역량”이라고 기술했다.
세계시민교육의 관점에서 볼 때, 이는 상당히 의미심장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다양성을 존중하며 차별과 혐오에 맞서는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태도와 가치를 추구하면서, 인류공동체의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이 시대 지구촌 공동의 과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해 적극적이고 책임감 있게 실천하는 역량을 제시함으로써, 세계시민교육이 지향하는 가치, 목표, 학습자 역량을 한층 더 명확하게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네스코는 세계시민교육을 더 평화롭고, 포용적이며,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드는 데 필요한 지식, 기능, 가치, 태도를 길러주는 교육이며, 그런 세상을 위해 적극적이고 책임감 있는 실천을 할 수 있도록 모든 연령의 학습자들의 역량을 키워주는 교육이라고 정의한다. 세계시민교육이 지향하는 가치는 평화, 포용, 지속가능성 등이며, 세계시민교육이 함양하고자 하는 역량은 적극적이고 책임감 있는 실천 역량임을 알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비판적 사고, 창의적 사고, 소통과 공감 능력, 협력 능력 등이 포함된다.

교육과정 문서와 현장 실천의 간격 줄여야

어느 나라든 문서상에 기술된 교육과정의 원칙과 내용을 교육 현장에서 100% 모두 실현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정책과 현실 사이에는 항상 간격이 있게 마련이다. 문제는 그 간격을 얼마나 좁혀 나갈 것인가에 있다. 또한 교육과정 총론에서 제시한 교육의 목표와 중점 등이 교과 교육과정의 성취기준과 학습주제 등에 얼마나 잘 반영되어 있는지, 나아가 이러한 방향과 내용이 교과서에 얼마나 잘 구현되어 있는지도 중요한 문제다.
실제로 2015 개정 교육과정은 총론과 성취기준에서 지식, 가치, 태도, 실천을 통합적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이를 제대로 실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교과서도 그러한 취지를 잘 살리지 못하고 학생들의 삶의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잘 정리된 지식을 전달하는 데 치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정답처럼 제시된 지식이 무미건조하게 나열된 교과서 앞에서 학생들은 교육과정이 목표로 하는 창의적 사고, 의사소통, 공동체 역량 같은 핵심역량을 기르기보다 그런 지식을 단순 암기하려는 동기를 더 강하게 느끼게 된다.3)
과연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시안에서 제시된 핵심역량으로서 세계시민 역량과 매우 가까운 “개방적·포용적 가치와 태도로 지속 가능한 인류 공동체 발전에 적극적이고 책임감 있게 참여하는 공동체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관련 교과 교육과정에 이를 체계적으로 강조하고, 이것이 다시 교과서와 학교 수업에까지 일관성 있게 반영되게 할 수 있을까?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잘 정리된 정답을 제시하는 교육이 아니라 학습자가 자신의 삶과 연관된 지역사회, 국가, 세계의 문제를 주도적으로 인식하고 세계시민으로서 변화를 만들어가는 역량을 기를 수 있게 해주는 세계시민교육이 총론부터 교과 성취기준, 교과서, 학교현장의 수업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게 실행되도록 할 수 있을까?
비록 시안이지만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전반적인 기조에 비춰볼 때 긍정적으로 생각해볼 측면이 충분히 있어 보인다. 우선 위에서 본 것처럼 총론의 핵심역량 중 하나로 공동체 역량에 세계시민 역량이 더 적극적으로 반영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또한 교육과정의 중점으로 학습자 주도성을 강조한 점도 긍정적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을 통해 우리는 역량중심 교육을 도입하고 현재 그 실행과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물론 아직도 현장에서는 혼란과 시행착오가 적지 않다. 하지만 오늘날 현실에서 역량중심 교육은 필요할 수밖에 없고, 이는 세계 교육의 큰 흐름이기도 하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을 통해 역량중심 교육이 한층 더 무르익고 심화되기를 기대한다.


3) 이 단락은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 세계시민교육연구소가 펴낸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위한 제안: 평화문화를 만들어 가는 세계시민교육》의 관련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이 자료는 교육원 홈페이지(www.unescoapceiu.org) 자료실 단행본 코너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임현묵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장

유네스코한국위원회에서 국제협력본부장, 교육본부장 등을 역임한 뒤 지금은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사람들이 평화롭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데 세계시민의 자질과 권리가 중요하다고 여기며 세계시민교육 발전과 확산에 전념하고 있다.

한국의 교육과정과
세계시민교육

글·임현묵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장

유엔에서 살펴본 세계 교육 동향

얼마 전 9월 19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교육 변혁’을 주제로 특별정상회의가 열렸다. 유엔이 교육을 주제로 각국 정상을 불러모아 특별회의를 열기는 수십 년 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이번 회의는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복합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데에 있어 교육의 역할이 더없이 중요하고, 교육이 그런 역할을 제대로 감당해 내려면 교육 전반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변혁(Transforming Education)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회의 결과물로 나온 유엔 사무총장의 비전 선언문은 개인과 사회가 현재를 재조직하고 미래를 더 정의롭고 지속가능하며 평화롭게 만들어 나가는 데 필요한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과거의 교육 모델을 벗어나 교육의 목적과 내용을 재고하고 새롭게 상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핵심이 바로 변혁 교육(transformative education)이며, 그 실행을 위한 주요 과제 중 하나가 ‘더불어 살기 학습(Learn to live together)’을 강화하는 것이다. 지정학적 긴장 고조, 사회적 신뢰 약화, 왜곡 날조 정보 확산, 민주주의 후퇴, 기후위기 악화 등에 직면한 오늘날 우리에게 교육은 다른 사람들뿐만 아니라 자연과도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1)

21세기 교육 화두, 변혁 교육

유엔 교육 정상회의에서 강조한 변혁 교육의 필요성은 수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온 것이다. 일례로 유네스코가 최근 발간한 《교육의 미래》 보고서는 오늘날 우리가 지속가능하지 않은 사회 경제 체제 속에서 살고 있고, 이 체제가 인류와 지구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과감한 교육 변혁을 요구한다.
교육 변혁의 과제로 우선 교육이 전지구적 공동선임을 확실히 하여 국내에서나 국제적으로나 교육 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학교를 포함한 모든 교육 기관을 경쟁의 장소가 아니라 포용의 장소로 만들어야 한다.
나아가 교육과정은 기본 지식과 더불어 창의성이나 참여 같은 다양한 능력을 길러주어야 한다. 지역사회 참여형, 문제기반, 프로젝트 기반 학습법을 통해 현실의 문제를 탐구할 수 있도록 해주는 학제적 접근을 강화해야 한다. 이러한 교육과정 변혁으로 모든 학습자가 오늘날 세계의 상호의존성, 불평등, 불균형을 더 잘 이해하고 대처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2)
이러한 변혁 교육의 중요성은 OECD 교육 2030 프로젝트에서도 강조된 바 있다. 미래사회 핵심역량에 초점을 맞춘 이 프로젝트에서 주목한 것이 바로 변혁 역량이다. 변혁 역량은 전통적인 교육과정에서 중시해온 지식이나 실행 능력을 바탕으로, 급변하는 미래사회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갈등과 딜레마 가운데 조화를 추구하며, 책임 있게 행동할 수 있는 역량으로 규정된다. 이러한 변혁 역량은 학생의 행위주체성과 동료, 교사, 학부모, 지역사회와의 공동 행위주체성으로 연결된다.


1) 유엔 사무총장 비전 선언문은 유엔 교육 변혁 정상회의 홈페이지에 실려 있고, 이 홈페이지는 Transforming Education Summit으로 검색하면 찾을 수 있다.
2) 유네스코 교육의 미래 보고서 영어본은 https://en.unesco.org/futuresofeducation/에서 한국어본은 유네스코한국위원회 홈페이지(www.unesco.or.kr) 자료실에서 찾아볼 수 있다.

변혁 교육의 구체화

변혁 교육의 구체적 사례로 지속가능발전교육과 세계시민교육을 들 수 있다. 지속가능발전교육은 기후환경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이를 유발한 지속가능하지 않은 사회경제 체제를 바꿔나가는 데 필요한 역량을 키워주는 데에 초점을 맞춘다.
세계시민교육은 인류공동체 의식, 다양성 존중, 소통과 공감, 연대와 협력 등을 바탕으로, 서로 맞물려 있는 지역, 국가, 지구 차원의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이고 책임감 있게 행동할 수 있도록 세계시민 역량을 길러주는 데에 초점을 맞춘다.
양자는 모두 학습자 자신과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변혁 교육의 대표적 사례로서, 서로 겹치는 부분이 상당히 있지만, 기본적으로 상호보완하는 관계다. 지속가능발전교육에서 세계시민성 함양은 필수적이고, 세계시민교육에서 지속가능발전이라는 주제는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세계시민교육과 한국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우리는 세계시민의 연대와 협력이 얼마나 소중한지 뼈저리게 경험했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서도 세계시민의 연대와 협력은 절실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보여준 지정학적 긴장과 갈등의 위험은 유럽뿐만 아니라 동아시아를 비롯한 모든 지역에서 평화의 가치를 다시금 되새기게 만들고 있다.
게다가 에너지, 식량, 난민 등을 둘러싼 자국중심주의도 심상치 않은 이때, 우리는 모두 서로 연결되어 있고 서로 의존하며 살아가는 지구공동체의 일원임을 자각하고 전쟁과 폭력을 반대하며 갈등을 상호이해와 대화로 풀어나가고자 하는 태도와 행동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인류공동체 의식속에서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연대와 협력으로 변화를 만들어가는 세계시민 역량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한국의 입장에서 세계시민교육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2015년 인천에서 열린 세계교육포럼에서 한국의 주도로 세계시민교육이 국제사회의 주요 의제로 채택되었기 때문이다. 한국이 그런 역할을 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한국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인류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하는 것을 교육의 목적으로 삼아 왔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이념은 오랫동안 현실과는 무관한 허상 또는 미사여구에 불과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는 나라에서 다른 나라를 도와주는 나라로 발돋움한 한국은 이제 홍익인간의 교육 이념을 명실상부하게 실행할 수 있는 역량과 여건을 갖추고 있으며, 실제로 2015년 이후 한국은 세계시민교육은 꾸준히 실천하고 있으며 다른 나라의 세계시민교육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지난 9월 19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교육 변혁 정상회의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교육과정 속 세계시민교육

그동안 한국의 국가 교육과정에서 세계시민교육 요소는 꾸준히 강조되어 왔다.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인간상에 “세계와 소통하는 시민”이 포함되어 있었고, 2015 개정 교육과정은 이를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세계와 소통하는 민주 시민”으로 표현했다. 특히 역량 중심 교육을 지향한 2015 개정 교육과정은 핵심역량 중 하나로 “지역·국가·세계 공동체의 구성원에게 요구되는 가치와 태도를 가지고 공동체 발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공동체 역량”을 제시하여, 세계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데에 필요한 세계시민 역량이 중요함을 시사했다.
또한 학교급별 교육목표에서도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고등학교 교육목표로 “세계 시민으로서의 자질을 함양하는 데 중점을 둔다”고 제시하면서 “더불어 살아가며 협동하는 세계 시민으로서의 자질과 태도를 기른다”는 항목을 포함했다. 이 점에서 2015 개정 교육과정도 약간의 표현을 달리했을 뿐 기본 취지는 동일했다. 고등학교 교육목표로 “세계와 소통하는 민주 시민으로서의 자질을 함양하는 데에 중점을 둔다”고 하고, 세부항목에서도 “세계와 소통하는 민주 시민으로서의 자질과 태도를 기른다”는 표현을 썼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이런 내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발표된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총론 시안은 추구하는 인간상에서 “세계와 소통하는 민주 시민”이라는 표현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고, 학교급별 교육목표에서도 고등학교 교육목표에서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표현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다만, 핵심역량에서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의 공동체 역량을 좀 더 구체화하여 “지역·국가·세계 공동체의 구성원에게 요구되는 개방적·포용적 가치와 태도로 지속 가능한 인류 공동체 발전에 적극적이고 책임감 있게 참여하는 공동체 역량”이라고 기술했다.
세계시민교육의 관점에서 볼 때, 이는 상당히 의미심장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다양성을 존중하며 차별과 혐오에 맞서는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태도와 가치를 추구하면서, 인류공동체의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이 시대 지구촌 공동의 과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해 적극적이고 책임감 있게 실천하는 역량을 제시함으로써, 세계시민교육이 지향하는 가치, 목표, 학습자 역량을 한층 더 명확하게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네스코는 세계시민교육을 더 평화롭고, 포용적이며,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드는 데 필요한 지식, 기능, 가치, 태도를 길러주는 교육이며, 그런 세상을 위해 적극적이고 책임감 있는 실천을 할 수 있도록 모든 연령의 학습자들의 역량을 키워주는 교육이라고 정의한다. 세계시민교육이 지향하는 가치는 평화, 포용, 지속가능성 등이며, 세계시민교육이 함양하고자 하는 역량은 적극적이고 책임감 있는 실천 역량임을 알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비판적 사고, 창의적 사고, 소통과 공감 능력, 협력 능력 등이 포함된다.

교육과정 문서와 현장 실천의 간격 줄여야

어느 나라든 문서상에 기술된 교육과정의 원칙과 내용을 교육 현장에서 100% 모두 실현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정책과 현실 사이에는 항상 간격이 있게 마련이다. 문제는 그 간격을 얼마나 좁혀 나갈 것인가에 있다. 또한 교육과정 총론에서 제시한 교육의 목표와 중점 등이 교과 교육과정의 성취기준과 학습주제 등에 얼마나 잘 반영되어 있는지, 나아가 이러한 방향과 내용이 교과서에 얼마나 잘 구현되어 있는지도 중요한 문제다.
실제로 2015 개정 교육과정은 총론과 성취기준에서 지식, 가치, 태도, 실천을 통합적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이를 제대로 실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교과서도 그러한 취지를 잘 살리지 못하고 학생들의 삶의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잘 정리된 지식을 전달하는 데 치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정답처럼 제시된 지식이 무미건조하게 나열된 교과서 앞에서 학생들은 교육과정이 목표로 하는 창의적 사고, 의사소통, 공동체 역량 같은 핵심역량을 기르기보다 그런 지식을 단순 암기하려는 동기를 더 강하게 느끼게 된다.3)
과연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시안에서 제시된 핵심역량으로서 세계시민 역량과 매우 가까운 “개방적·포용적 가치와 태도로 지속 가능한 인류 공동체 발전에 적극적이고 책임감 있게 참여하는 공동체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관련 교과 교육과정에 이를 체계적으로 강조하고, 이것이 다시 교과서와 학교 수업에까지 일관성 있게 반영되게 할 수 있을까?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잘 정리된 정답을 제시하는 교육이 아니라 학습자가 자신의 삶과 연관된 지역사회, 국가, 세계의 문제를 주도적으로 인식하고 세계시민으로서 변화를 만들어가는 역량을 기를 수 있게 해주는 세계시민교육이 총론부터 교과 성취기준, 교과서, 학교현장의 수업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게 실행되도록 할 수 있을까?
비록 시안이지만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전반적인 기조에 비춰볼 때 긍정적으로 생각해볼 측면이 충분히 있어 보인다. 우선 위에서 본 것처럼 총론의 핵심역량 중 하나로 공동체 역량에 세계시민 역량이 더 적극적으로 반영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또한 교육과정의 중점으로 학습자 주도성을 강조한 점도 긍정적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을 통해 우리는 역량중심 교육을 도입하고 현재 그 실행과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물론 아직도 현장에서는 혼란과 시행착오가 적지 않다. 하지만 오늘날 현실에서 역량중심 교육은 필요할 수밖에 없고, 이는 세계 교육의 큰 흐름이기도 하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을 통해 역량중심 교육이 한층 더 무르익고 심화되기를 기대한다.


3) 이 단락은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 세계시민교육연구소가 펴낸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위한 제안: 평화문화를 만들어 가는 세계시민교육》의 관련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이 자료는 교육원 홈페이지(www.unescoapceiu.org) 자료실 단행본 코너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임현묵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장

유네스코한국위원회에서 국제협력본부장, 교육본부장 등을 역임한 뒤 지금은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사람들이 평화롭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데 세계시민의 자질과 권리가 중요하다고 여기며 세계시민교육 발전과 확산에 전념하고 있다.